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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수 우선 채용, 양성 평등이냐? 남 역차별이냐?

중앙선데이 2021.05.22 00:02 737호 12면 지면보기

여성 교원 할당제 논란

대학 강의실에서 한 남성 교수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국·공립대 남성 교수는 82.7%로 성비 불균형은 심각한 상황이다. [연합뉴스]

대학 강의실에서 한 남성 교수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국·공립대 남성 교수는 82.7%로 성비 불균형은 심각한 상황이다. [연합뉴스]

“전임교원 8명 초빙. 여성만 지원 가능.”
 

국·공립대 여교수 비율 18% 그쳐
2030년 까지 25%로 늘릴 방침

서울시립대 등 “여성만 지원” 공고
실력 부족 지원자가 임용될 수도

‘남자=공대, 여자=인문’ 틀 깨고
연구와 가정 병행하는 문화 필요

지난 17일 서울시립대가 발표한 하반기 전임교원(정교수·부교수·조교수) 공고 내용이다. 총 15개 분야에서 모집할 신규 교수 15명 중 8개 분야는 여성만 지원하도록 제한했다. 나머지 7개 분야는 일반 부문으로 성별 구분 없이 지원할 수 있다. 서울시립대의 이 같은 조치는 극심한 교내 교수 성비 불균형 때문이다. 이 대학의 여성 교수는 전체 전임교원 377명 중 14.8%(56명)뿐이다. 주요 지방 거점 국립대에서도 여성 교수 채용에 한창이다. 지난 4월 전북대는 동물생명공학과 등 여성 교수 4명을 모집하는 공고를 올렸고, 충북대도 역시 3명의 여성 교수를 채용 중이었다. 하지만 교수를 꿈꾸는 박사급 연구원 사이에서는 연구 실적이 아닌 성별에 따라 교수 임용 여부가 결정되는 것을 두고 남성 연구원에 대한 역차별이란 주장이 나온다.
 
대학 내 여성 교수 부족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교육개발원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외 박사학위 취득자는 총 1만7311명으로 이중 여성은 6656명(38.4%)이었다. 여성 박사학위 취득자는 2011년 4082명에서 꾸준히 증가해 2019년에는 전체의 38%를 넘어섰다. 하지만 대학정보공시 대학알리미를 살펴보면 지난해 국·공립대(38곳) 여성 전임교원은 18.3%(2723명)에 그쳤다. 4년제 사립대 여성 전임교원 비중(27.2%, 1만3312명)보다 낮다. 매년 여성 박사는 늘어나는데 여성 교수 임용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셈이다. 박사학위 취득 후 통상 5년 이내 교수로 임용되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신임 교수 채용 과정에서 ‘여성인재 부족론’이 더는 통용되기 어려운 모습이다.
 
4년제 사립대 여교수 비율은 27%
 
교육부는 여성 교수를 늘리기 위해 지난해 교육공무원법을 개정했다. 국·공립대에 한해 교원 중 특정 성별이 4분의 3을 초과하지 않도록 못 박았다. 더불어 2030년까지 국·공립대의 여성 교수 비율을 평균 25%로 끌어올리겠다는 교육공무원임용령 조항도 신설했다. 법인화한 서울대와 인천대는 학칙 개편을 통해 여성 교수 채용을 늘리겠다고도 밝혔다. 지난달부터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대학가의 여성 교원 할당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서울시립대 관계자는 “본부에서 학부·학과에 ‘채용시 여성을 우대하라’고만 전달하면 목표 비율을 맞출 수 없어 나온 불가피한 조치”라며 “젊은 남성 연구자들의 불만이 있겠지만 앞으로도 25% 비율을 달성할 때까지 이런 식으로 채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여성 우대 채용에 대해 대학원생 중심으로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당장 학문 성과가 아닌 성별로 지원 자격을 좁히면 상대적으로 실력이 부족한 지원자가 임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한 대학의 10년 차 조교수인 강모(45)씨는 “여성을 우대하겠다는 것과 여성을 뽑겠다는 건 엄연히 다른 말”이라며 “실력이 뛰어나도 남성이란 이유로 애초에 지원조차 하지 못하게 되면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의 기회를 박탈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대학에서 공학 계열 박사를 딴 여성 연구원 이모(30)씨는 “교수 사회에 여성에게 적대적인 문화가 분명히 있지만 할당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교수는 누군가 은퇴를 해야 신입의 자리가 난다. 그동안 쌓인 인력 구조는 못 건드리는 상황에서 전체의 25%를 여성으로 채우려면 현시대 남성들에게는 길이 아예 막혀버린다는 것이다. 이씨는 “월등한 실력을 갖춘 여성 교수를 뽑는다해도 ‘할당제 덕을 봤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꼭 이런 정책이 필요하다면, 앞으로 5년간 교수 임용자의 25%는 여성으로 한다는 식이 더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인자 교육부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은 “대학에서 여성 교수 비율이 절대적으로 낮고, 높다 하더라도 간호대 등 특정 학과나 계열에서 나타나는 예외적인 현상”이라며 “여성과 남성 박사의 교원 취업률을 비슷하게 유지해 대학의 양성평등 문화를 조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여성 교원 할당제도 역차별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최근 여성의 이공대 진학률이 굉장히 높아졌지만 여성 교수는 절대적으로 적고, 아예 없는 대학도 있다는 것이다. 장 담당관은 “여학생이 꼭 여성 교수에게만 배울 필요는 없지만, 진로 설정부터 연구와 가정을 병행할 때의 현실적인 장벽까지 롤모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성 연구자들의 길 막아버린 꼴”
 
전문가들은 성별에 따라 선호 학문이 나뉘는 분위기가 먼저 해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학계열의 경우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 가운데 여성의 비중은 2011년 9%에서 지난해 12.8%로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고, 자연계열은 37.2%에서 36.6%로 오히려 낮아졌다. 반면 교육(75.4%), 인문(59.1%), 예체능(55.7%), 의·약학(50%) 등은 절반 이상이 여성이고, 사회계열은 29.4%에서 40%까지 늘었다. 공학계열로 학생, 교수, 각종 연구 사업이 쏠리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남자=공대, 여자=인문’이라는 공식이 깨지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여성 교수 논란은 별로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과거부터 우리 사회가 남자와 여자의 역할을 구분 짓다보니 학문 분야에서도 성별에 따른 선호도 등으로 인재 확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라며 “성별이 아닌 성향에 따라 학문을 택할 수 있도록 교육 정책과 커리큘럼을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여성 학자의 이탈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배유경 서울대 다양성위원회 책임전문위원은 “과거와 달리 여성 연구원도 육아휴직제도나 자격심사 유예 제도 등을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은 마련됐지만 수업 준비와 연구 실적을 챙겨야 하는 탓에 이런 제도를 이용하는 여성 연구원은 드물다”라며 “연구와 가정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성 교수의 양적 증가만으로는 대학 내 성평등 문화를 이루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2003년 교육부는 국·공립대 여성 교수 채용목표제를 실시하면서 200명의 여성 전임교원을 별도 정원으로 채용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도 여성 박사의 임용 단계에만 집중한 탓에 학내 의제와 성평등 실현에 주요 역할을 맡는 총장을 비롯한 주요 보직자가 여전히 남성 교수에게 편중된 점은 개선하지 못했다. 박남기 광주교육대 교수는 “여성 교원의 양적 확대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학내 여성교수회 정책을 지원하는 등 성평등 실현을 위한 본질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과거처럼 정부가 진입 단계에만 계속 집중하는 것은 마치 일자리를 두고 남녀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김종숙 “다양성 이점 커, 공학 분야서 성별 균형적 연구”
김종숙

김종숙

2003년 실시됐던 국공립대 여성채용목표제가 17년 만에 실질적으로 부활했다. 김종숙(사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시 대학에 여학생 비중이 30~40%에 달하는데 여교수가 한명도 없는 경우도 있었다”며 “여교수목표제의 효과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겠지만, 도입 이후 교수를 목표로 학문의 세계에 들어온 여성 인재들이 매우 많아졌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필요했다고 2021년에도 필요하다고 할 수 있나.
“당시에는 출연연구원 중 경제학이나 법학을 전공한 여자 박사들을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학위를 받고 들어오는 여자 박사들이 엄청 많아졌다. 우리 사회가 여성을 채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시그널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타나지 못했을 것이다.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도 이런 정책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공학 분야에서 젠더 혁신을 위한 연구가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쪽 성이 연구를 할 때 놓치기 쉬운 점을 발굴해서 성별 균형적인 관점으로 연구하는 것이다.”
 
남성 연구원의 반발이 심하다.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는 분들은 ‘왜 능력만 보지 않고, 여자를 뽑냐’고 할 것이다. 시립대 공고를 보면 법학전문대학원은 서울대 법대 학사학위 소지자 채용을 제한하고 있다. 특정 대학 학위자 편중을 막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최고 학부 출신을 제한할 정도로 구성원들의 다양성이 주는 이점이 크다. 다양한 배경과 관심사를 가진 학생들을 교육하는 교원들을 동질적인 집단으로만 구성하면 교육의 질이 높아진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성별로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나.
“성별이라는 한 가지 축으로 볼 문제가 아니라 여러 가지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시작이라는 맥락에서 보면 좋을 것 같다. 미국에서도 소수집단 우대정책에 따라 인종·성·출신지역 이런 것들을 굉장히 다각적으로 보고 있다. 요즘은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연구실적이 없거나, 역량이 부족한데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채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윤혜인 인턴기자 yun.hyein@joongang.co.kr
 
김나윤 기자, 윤혜인 인턴기자 kim.na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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