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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심점 없다”…소멸하는 박원순계의 ‘각자도생’

중앙일보 2021.05.21 18:00
지난해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사망한 이후 박원순계 인사에 대한 대선주자들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박원순계의 한 의원은 "모든 대선주자가 만남을 제의해왔다. 저도 고민중"이라고 전했다. 김현동 기자

지난해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사망한 이후 박원순계 인사에 대한 대선주자들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박원순계의 한 의원은 "모든 대선주자가 만남을 제의해왔다. 저도 고민중"이라고 전했다. 김현동 기자

지난해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이후 뚜렷한 향배를 정하지 못하던 ‘박원순계’ 인사들의 각자도생이 시작됐다. 신호탄을 쏘아 올린 건 이재명 경기지사를 공개지지한 3선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박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에 ‘나는 왜 그와의 동행을 결심했는가’라는 글을 올렸다. 박 의원은 “(이 지사는) 우리 안에 낡은 질서와 관행을 과감하게 깨뜨릴 혁신 주자”라며 “(이 지사를) 현 시대의 최대 질곡과 제대로 싸워서 이겨낼 선도자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 지사는) 민주당에서 이탈한 유권자를 제대로 견인해 올 영역 확장자”라고도 강조했다.
 
박 의원은 2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의 중요한 자산인 이 지사를 지키고 돕는 게 당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왜 이 지사인가.
“중립지대에 머물까 고민도 했다. 그런데 그건 책임을 회피하는 거라고 판단했다.”
 
이 지사는 뭐라고 했나.
“대선 본선이 쉽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경선연기론에 대해선 원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선 후 ‘원팀’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박원순계가 함께 움직일 건가.
“박 전 시장이 안 계시니, 다 함께 모여 논의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순 없을 것 같다.”
 
지난해 7월 10일 새벽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당시, 박원순계 의원단이 서울대병원 응급센터 앞에서 응급차량을 기다리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남인순, 박홍근, 허영, 김원이, 박상혁, 기동민 의원. 김상선 기자

지난해 7월 10일 새벽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당시, 박원순계 의원단이 서울대병원 응급센터 앞에서 응급차량을 기다리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남인순, 박홍근, 허영, 김원이, 박상혁, 기동민 의원. 김상선 기자

  

잃어버린 구심점

박 의원은 박 전 시장 장례위원장을 맡는 등 사실상 '박원순계'의 좌장 역할을 해왔다. 박 의원의 이 지사 지지 표명에 박원순계 인사들은 "예견된 수순"이라고 이해를 표명했다. 박원순계의 초선 의원은 중앙일보에 “전날(19일) 박 의원의 전화를 받았다. 그의 고민이 이해되더라”고 말했다.
 
박원순계는 김근태 전 민주당 고문을 지지하던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 김근태(GT)계와 시민사회단체 출신 인사들의 연합체에 가까웠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에서 80년대 학생운동을 하며 엮인 86그룹도 있었다.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 전 시장이 그해 12월 김 전 고문이 세상을 뜬 뒤 김근태(GT)계를 규합하면서 일궈냈다. 하지만 친문(친문재인)계처럼 결속력이 강하지 않았고 결사체적 성격도 약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첫 선거인 2011년 서울시장 보선에서 김근태 전 민주당 의원(가운데)이 지원유세에 나선 모습. 김 전 의원은 보선 두달 후인 그해 12월 30일 서거했다. 왼쪽은 문재인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 뉴스1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첫 선거인 2011년 서울시장 보선에서 김근태 전 민주당 의원(가운데)이 지원유세에 나선 모습. 김 전 의원은 보선 두달 후인 그해 12월 30일 서거했다. 왼쪽은 문재인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 뉴스1

 
이어 박 전 시장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엔 구심점 역할을 할 인물이 등장하지 않았다. 김 전 고문 계승자인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나 전대협 3기 의장 출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대선 도전 가능성도 희박해지며 결속력은 더 약화됐다. 박원순계 재선 의원은 “이제는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뭉쳐서 어느 한 명을 지지할 가능성도 없다”고 말했다.
 

시작된 지지 선언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지만 박원순계 인사들은 이미 각 대선 주자 진영에 흩어져 있다. 이 장관과 가까운 최종윤 의원(전 서울시 정무수석)과 박상혁 의원(전 서울시 정무비서관)은 20일 출범한 이 지사 지지모임 ‘성공포럼’ 가입자에 이름을 올렸다.
 
박 전 시장 지지모임 ‘내외포럼’ 공동대표였던 서삼석 의원은 성공포럼과 정세균 전 국무총리 지지모임 ‘광화문포럼’에 모두 가입했다. 서울시 행정부시장을 지낸 윤준병 의원은 정 전 총리를 돕고 있다. 허영 의원(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은 당직(대변인)을 맡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가깝다.
 
20일 서울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이재명 경기지사 지지 모임 '성공포럼'에 송영길 대표 등 다수가 참여했다. 성공포럼에 소속된 의원은 총 35명에 달한다. 오종택 기자

20일 서울 중기중앙회에서 열린 이재명 경기지사 지지 모임 '성공포럼'에 송영길 대표 등 다수가 참여했다. 성공포럼에 소속된 의원은 총 35명에 달한다. 오종택 기자

 
중립지대에 남은 인사는 서울시당위원장인 기동민 의원(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2011년 서울시장 보선부터 박 전 시장을 도운 김원이 의원(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정도다. 기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에 “당이 역동적인 대선을 치르도록 중립지대에 있는 사람도 많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 의원은 “고민이 깊지만 언젠가는 누굴 지지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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