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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회담 전날 "선진국 韓 백신주나"…백악관 찌른 '송곳 질문'

중앙일보 2021.05.21 14:27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21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의 백신 지원 요청에 대해 답했다. [EPA=연합뉴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21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의 백신 지원 요청에 대해 답했다. [EPA=연합뉴스]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0일(현지시간) 미국이 코로나19 백신을 한국에 지원할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부유한 한국, 美 백신 요청" 묻는 질문에
백악관 "내일 전에 평가 이뤄지지 않을 것"

 
미국이 세계와 공유하겠다고 밝힌 화이자·모더나·얀센 백신 2000만 회분 가운데 일부를 한국에 제공하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논의가 미 행정부 내부에서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오후 1시께 연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같은 선진국의 백신 요청에 대한 백악관의 입장'을 질문받고 "우리가 세계와 공유하겠다고 한 백신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검토(look into)한 뒤에 결정할 것"이라면서 "그것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약 24시간 앞둔 시점에서도 백악관 대변인이 한국에 백신을 공유할지를 놓고 답변을 미룬 것이다. 
 
사키 대변인은 미국이 생각하는 백신 배분 원칙을 설명했다. 그는 "어떻게 공평하게(equitably) 할 것인가, 세계에서 가장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도달하도록 보장할 것인가, 공정(fair)하면서 지역적 균형을 이루는 방법으로 할 것인가"를 기준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 같은 평가가 내일 전에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미 정상회담 직전까지 내부적으로 결론이 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 세계적인 감염병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에 대해 그들(한국)과 토론할 기회를 환영한다"고 말해 양국이 코로나19 관련 논의를 할 것이라는 점은 확인했다. 
 
사키 대변인은 "(양국) 정상들은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미국이 한국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행병을 퇴치하기 위해 우리가 함께 협력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한국에 백신을 주느냐 마느냐를 놓고 확답을 피한 이유는 미국의 '자체 기준'에 한국이 잘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다. 사키 대변인이 제시한 공평, 도움이 가장 절실한 곳, 공정, 지역적 균형 기준에 따르면 한국은 사실상 제외다. 코로나19 확산 정도와 이를 감당할 의료 체계 등에서 한국보다 열악한 나라가 널려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하루 평균 34만 명이 확진되고, 4000명이 숨지고 있다. 필리핀·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은 하루 확진자가 3000~6000명을 기록하며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다.  
   
브라질은 하루 확진자가 6만3000명, 아르헨티나는 2만3000명에 이르는 등 남미와 카리브해 국가들도 상황이 심각하다. 일부 저개발국과 개발도상국은 코로나19 백신을 확보조차 못 했다.

  
미 국무부는 각 지역의 수요와 공중 보건 데이터에 기초해 결정하되 백신 공유 때 효율성도 따져보겠다고 했다. 이 기준 역시 한국이 충족하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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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나온 질문은 바이든 행정부의 고민을 응축해 보여준 셈이다. 
 
미국의 백신 공여 여부를 물어본 미국 기자의 질문은 "한국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미국의 백신 비축분을 사용하려 접근하고(tap into) 있다. 한국과 같이 경제적으로 앞선 나라(advanced economies)의 요청을 백악관은 어떻게 보는가. 보다 높은 기준(higher bar)이 있나"였다. 
 
여기엔 한국처럼 부유하고, 현재 코로나19 상황이 썩 나쁘지 않은 나라가 미국에 백신을 지원해 달라는 게 공평하냐는 인식이 깔렸다.
 
이런 기류는 미국의 백신 해외 공여 기준을 설명하는 지난 19일 국무부 언론 브리핑에서도 감지됐다. 
 
게일 스미스 국무부 글로벌 코로나19 대응 및 보건 안보 조정관은 미국이 기증하는 백신 상당량은 가난한 나라에 백신을 보급하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코백스(COVAX)' 프로그램을 통해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세계 모든 나라가 (백신에) 제약을 받기 때문에 모든 지역을 살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력으로 백신을 구하기 어려운 나라를 지원하는 코백스를 통해 대부분 물량을 지원하겠지만, 일부 예외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이에 대해 프랑스에서 전화 브리핑에 참석한 기자는 '코백스를 통하지 않고 개별 국가에도 지원하면 백신을 도구로 삼는 '백신 외교'를 하지 않겠다는 미국 기존 입장과 상충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코백스를 우회해 미국이 직접 지원하려는 나라가 어디냐는 날 선 질문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7일 오는 6월 말까지 화이자와 모더나, 얀센 백신 2000만 회분을 다른 나라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뒤 미국을 찾은 첫 정상이다. 때마침 한국의 백신 요청이 미국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40개국으로부터 백신을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백신 지원 요청이 쏟아지고, 배분을 지켜보는 '눈'도 많아진 상황이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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