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설계도면조차 없었다…또 흔들린 中 선전 빌딩 드러난 진실

중앙일보 2021.05.21 12:09
20일 중국 선전시 75층 싸이거(赛格)빌딩 입구. 1~10층까지 상인들의 출입만 허용된 상태다. [중국경제주간 캡쳐]

20일 중국 선전시 75층 싸이거(赛格)빌딩 입구. 1~10층까지 상인들의 출입만 허용된 상태다. [중국경제주간 캡쳐]

지난 18일 지진이나 강풍의 영향도 없이 휘청거려 사람들을 경악케 한 중국 선전시 75층 건물의 진동 원인은 여전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건물은 1~10층까지 상인만 드나들 수 있도록 제한 개방하고 있지만 상가 내부는 텅 비어 있는 상태다.  
 

中 선전 빌딩, 20일 또 흔들려...1~10층 상인만 출입
2001년 논문서 “완성 도면 없어...공사 중에도 수시 변경”
당시 옥상 안테나 진동 발견...26m→13m 줄이기도
선전시 “진동 허용치 이내...흔들리는 원인 몰라”
전문가 “건물 내 진동 감소시키는 구조물 설치해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20일 오후 12시 30분, 건물 35층과 55층, 60층에서 또 흔들림이 발생했다. 각 층에 올라갔던 상인들의 신고를 인용해 찻잔의 물, 선풍기 등이 위아래로 흔들렸다고 매체는 전했다. 건물 관리소 측은 즉각 고층에 있는 사람들을 밖으로 나가도록 지시했다. 이런 가운데 당시 시공 상황에 대해 기록한 20년 전 논문이 공개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설계 도면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2001년 1월 화중과기대 석사논문으로 발표된 ‘선전 싸이거 광장 건설 프로젝트 분석’. 총 56쪽의 논문에서 당시 시공 과정에서 벌어진 문제를 기록했다. [중국 도우딩왕 캡쳐]

2001년 1월 화중과기대 석사논문으로 발표된 ‘선전 싸이거 광장 건설 프로젝트 분석’. 총 56쪽의 논문에서 당시 시공 과정에서 벌어진 문제를 기록했다. [중국 도우딩왕 캡쳐]

홍싱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논문 저자는 현재 선전시 공공안전기술연구소장인 진디앤치(金典琦)다. 그는 건물이 완공된 이듬해인 2001년 1월, 화중과기대 대학원 석사 논문으로 ‘선전 싸이거(赛格) 광장 건설 프로젝트 분석’을 발표했다.  
 
진 소장은 논문에서 “기초 공사 완료 후 시공업체 선정 과정에서 완성된 도면을 제공할 수 없었다”며 “기반공사에 이미 5000만 위안(85억원) 이상 투입돼 공사가 중단되면 재무 부담이 커져 부득불 (이 상태에서) 공사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또 “총도급업체를 확정했지만 작업중 도면을 기다리는 일이 잦아 수시로 공사가 중단됐다”며 “도면 수정이 반복돼 불필요한 분쟁이 발생했고 공사 단가도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총 높이 355미터, 75층 규모의 초고층 건물을 짓는데 도면이 수시로 바뀌면서 안정적인 시공에 지장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20일 오후에도 건물이 흔들리자 철골 구조물을 실흔 트레일러 차량들이 건물 뒷편에 대기하고 있다. [중국경제주간 캡쳐]

20일 오후에도 건물이 흔들리자 철골 구조물을 실흔 트레일러 차량들이 건물 뒷편에 대기하고 있다. [중국경제주간 캡쳐]

심지어 당시에도 이미 진동 현상이 관측돼 지은 구조물을 변경한 사실도 확인된다. 논문에 따르면  1999년 9월 30일 안테나 부분 시공이 마무리됐다. 지난 18일 영상에서 건물 맨 위층에서 심하게 흔들리는 ‘굴뚝’ 모양의 2개의 흰 기둥이다. 그런데 다음날 지상에서 해당 안테나가 심하게 흔들리는 것이 목격됐고 신중국 건립 50주년 국경일 연휴였던 10월 1일, 건설사와 설계사가 비상 소집돼 상단 26미터를 절단하고 13미터 높이로 안테나를 축소했다. 중화권매체인 봉황망은 “논문이 알려지면서 빌딩의 흔들림이 건물 기초 시공 문제와 연관됐을 것이란 의문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해당 빌딩이 전자상가 위주로 건물 내부에 비트코인 등 가상 화폐 채굴 장비를 집중 판매하고, 실제 운영도 되고 있어 전산장비 가동이 공진동 일으킬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선전시 주택건설부는 “건물의 진동, 경사, 침하 등을 측정한 결과 세 지표 모두 허용치보다 낮으며 측정치에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도 건물이 흔들린 원인에 대해선 “여전히 조사중”이라며 입장을 유보했다.
 
댐퍼는 바람과 충격에 의한 공명 현상을 줄이기 위해 고층 건물 내부에 설치하는 구조물이다. [바이두 캡쳐]

댐퍼는 바람과 충격에 의한 공명 현상을 줄이기 위해 고층 건물 내부에 설치하는 구조물이다. [바이두 캡쳐]

중국 전문가들은 해당 건물에 진동을 감소시키는 ‘댐퍼(damper)’가 없다는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댐퍼는 바람과 충격에 의한 공명 현상을 줄이기 위해 건물 내부에 설치하는 구조물이다. 중국 통지대 구조방재공학과 루쩡 교수는 “바람과 충격에 대한 저항을 개선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이 건물에 댐퍼를 설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300미터 높이 건물에는 대부분 진동을 예방하는 댐퍼 구조가 있다”고 말했다. 건물에 댐퍼가 없는 이유에 대해 건물 관계자는 “당시 구조 설계에서는 댐퍼가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관련기사

◇ 독자 여러분과 함께 만드는 국제뉴스
알고 싶은 국제뉴스가 있으신가요?
알리고 싶은 지구촌 소식이 있으시다고요?
중앙일보 국제팀에 보내주시면 저희가 전하겠습니다.
- 참여 : jglobal@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