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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성과자만 호텔 숙박권 줬대"…카카오 뒤집은 '선별 포상'

중앙일보 2021.05.21 05:00
카카오프렌즈 인기 캐릭터 라이언을 소재로 만든 웹툰 '라이언, 더 라이언' [사진 카카오페이지]

카카오프렌즈 인기 캐릭터 라이언을 소재로 만든 웹툰 '라이언, 더 라이언' [사진 카카오페이지]

 
성장통이 온 걸까. 올해 들어 카카오 크루(직원)들 불만이 잇달아 외부로 표출되고 있다. 대학생·직장인 선호 기업 조사에서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카카오인데, 직원들은 왜?

[팩플]

 

무슨 일이야

카카오는 최근 본사 일부 직원에게 고급 휴양시설 숙박권(2박)을 지급하는 포상제도를 시범 실시하기로 했다. 대상은 업무가 많아 ‘번아웃(burnout·탈진)’이 우려되는 직원. 각 부문 조직장 추천으로 72명이 선정됐다.
 
문제는 시범 시행이라 사전 공지가 없었던 것. 포상 관련 사내 예약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에서 ‘회사가 고(高)성과자에게만 선별적 복지로 고급 숙박권을 준다’는 소문이 퍼졌다. 올해 초 카카오는 전 직원이 1년에 4차례 고급 휴양시설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복지제도를 신설한 상황. 이와 연관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일부에게만 더 좋은 숙박권을 줬다”, “지금 받는 혜택은 사라지는 거냐”는 등 목소리가 올라왔고, 노조(크루 유니온)는 "선별적 복지는 부당하다"며 회사 측에 공식 해명을 요구했다. 
 
지난 18일 카카오는 내부 게시판에 해명 공지를 올렸다. 카카오 관계자는 “기존 복지제도와 별개로 번아웃이 우려되는 임직원을 위한 단발성 포상 제도”라며 “시범 운영 이후 임직원 의견을 반영해 시기와 대상 선정 등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25일 열린 사내 간담회에서 직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카카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25일 열린 사내 간담회에서 직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카카오]

 

이게 왜 중요해

카카오는 대학생, 취업준비생이 선호하는 ‘최애’기업이다. 지난해 잡플래닛 ‘다니고 싶은 기업’ 조사에서 삼성, CJ, SK 등 쟁쟁한 기업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그런데 올해 들어 직원들 불만이 밖으로 흘러나온다.
 
· 지난 2월 블라인드에 ‘동료평가’ 등 카카오 인사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인사평가는 보상과 직결된 사안. 카카오는 이후 인사평가와 보상제도 개편을 논의하는 태스크포스(TF) '길'을 만들었다.
· 지난 4일 카카오는 본사 전직원에게 인당 200주(약 2200만원 상당)씩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올해부터 2023년까지 매년 200주씩 줄 예정이다. 좋은 소식이지만 일부 직원들은 “몇 년 뒤에나 행사가능하다”며 “보상이 아니라 이직을 막기 위한 차원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카카오 매출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카카오]

카카오 매출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카카오]

 

카카오 크루의 불만 이유 셋

①정상궤도에 올랐다는데?

카카오 지난 1분기 매출은 1조 2580억원, 영업이익 1575억원이었다. 매출은 16분기 연속, 영업이익은 9분기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2019년말 13조원(코스피 22위)이던 시가총액은 현재 50조원 이상이다(코스피 6위). 다음 포털과 멜론에 의지하던 4~5년 전과는 체급이 달라졌다.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도 2016년 7649만원에서 지난해 1억 800만원으로 늘었다. 여타 대기업 대비 많이 올랐지만 회사가 급성장한만큼 연봉도 급성장하길 바라는 직원들 눈에는 충분치 않은 상황.
실제 지난 2월 열린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직원들 간담회 당시 “급여와 성과급이 타사에 비해 낮다”“회사발전에 기여한 직원들에 대한 기부 계획이 궁금하다” 등의 관련 질문이 상당수 사전에 접수되기도 했다. 노조 관계자는 "다 같이 좋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②연봉인상 도미노라는데?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주요 게임사는 올해 들어 연봉을 일괄인상했다. 적게는 800만원에서 많게는 1300만원. 이직이 잦은 IT업계 특성상 옆 회사 소식에 특히 민감할 수밖에. 게다가 토스, 당근마켓, 우아한형제들 같은 신흥 스타트업에서 더 높은 연봉을 주는 경우도 많아졌다. 최근엔 경쟁사인 네이버도 전 직원에게 즉시 처분 가능한 자사주 1000만 원어치를 매년 지급(스톡그랜트)하기로 결정했다. 스타트업계 한 관계자는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고 노조가 이를 회사에 적극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③나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네가 있네?
내부 직원 사이에서도 보상 격차에 대한 불만이 존재한다. 특히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카카오모빌리티 등 주요 자회사들의 상장 시점이 임박하면서 본사 소속 직원의 불만도 쌓이고 있다. 이들이 '상장 대박'을 낼 경우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 본사는 이미 상장해 그런 기회가 없다는 것. 
같은 본사 직원이라도 개발자와 비 개발자 간 급여 차이가 큰 점도 잠재적 불만 요인이다. 지난해 카카오의 1인당 평균 급여는 남성 1억 3200만원, 여성 7200만원이다. 카카오는“개발자와 비개발자 간 연봉 차이가 있는데, 개발자 중 남성 비율이 높다 보니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1인 평균 급여액.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카카오 1인 평균 급여액.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몸집 커진 카카오, 시스템은요?

카카오는 급성장했다. 본사 직원 수는 2016년 2630명에서 지난 1분기 기준 2713명으로 늘었다.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페이 같은 주요 자회사들이 본사 소속으로 있다 분사한 걸 감안하면 많이 늘어난 수치다. 실제 종속회사를 포함한 전체 직원 수는 같은 기간 5159명에서 1만1144명으로 두배가 됐다. 덩치가 커진 만큼 인사제도 등에 있어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카오 같은 덩치가 큰 IT 대기업들은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처럼 파격적으로 직원들에게 많은 보상을 하기 어렵다”며 “이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당분간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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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제 박민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