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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시장 겨울 왔다"…규제 공습·신뢰 철회에 자유낙하

중앙일보 2021.05.20 18:25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암호화폐 시장에 다시 겨울이 찾아왔다. 중국발 규제 ‘삭풍(朔風)’에 패닉이 이어지며 20일에도 암호화폐 시장은 얼어붙었다. 전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암호화폐 가격은 30~40% 급락했다. 이날 소폭 상승한 비트코인을 제외하면 알트코인 가격은 다시 미끄러져 내렸다.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고점 대비 반 토막 나면서 투자자들은 공포도 커지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변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비트코인 가격변화.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검은 수요일'을 보낸 이튿날인 20일에도 암호화폐 시장은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 위태로운 시간이 이어졌다. 암호화폐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전날 3만 달러 붕괴 직전까지 갔던 비트코인은 이날 소폭 반등했다. 이날 오후 5시 40분 기준 3만9622달러로 24시간 전보다는 1.67% 하락했다. 4월 중순 고점(6만4829달러)의 60% 수준이다.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은 9.56% 하락한 2688달러에 거래 중이다. 3위 리플(-20.37%), 4위 카르다노(-5.57%)도 하락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지하는 도지코인은 13.20% 급락한 36.66센트에 거래되고 있다.
 
공포가 탐욕을 압도한 암호화폐 시장.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공포가 탐욕을 압도한 암호화폐 시장.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암호화폐의 큰 변동성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날개 없이 추락하는 암호화폐의 자유낙하는 외부 요인에 쉽게 무너지는 시장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다. 시장에선 암호화폐 가격 급락의 이면에 크게 세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①신뢰의 철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로이터=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로이터=연합뉴스]

비트코인 상승세는 지난해 말 시작됐다. 글로벌 기업과 투자은행(IB)이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하고 관련 투자상품을 출시하는 등 주류 시장 편입 가능성이 커지며 상승세에 힘이 실렸다. 
 
결정적 순간은 지난 2월이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는 비트코인으로 차량을 구매하도록 하고 10억 달러 이상을 비트코인에 투자했다고 밝히면서다. 암호화폐의 주류 시장 편입의 신호탄으로 여겨졌다. 
 
상황이 급변한 건 지난 12일이다. 머스크가 테슬라 차량 구매 결제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비트코인 신봉자의 배신은 암호화폐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머스크가 도지코인을 적극적으로 지지한 것도 역효과를 냈다. CNBC는 “농담에서 시작한 도지코인의 부상이 전체 암호화폐 시장의 신뢰도에 흠집을 냈다”고 지적했다.
 
상품 개발과 투자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던 기관도 돌아서고 있다. JP모건은 “기관투자자들은 지난달부터 비트코인 선물과 펀드에서 돈을 인출해 금에 더 많은 돈을 넣었다”며 “비트코인 상승세가 끝난 것으로 여긴 이들은 ‘디지털 금’인 비트코인 대신 전통적인 금에서 안정성을 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②위험자산 회피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투자자의 변심이 암호화폐에만 몰린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회피 심리가 발동했고,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이 암호화폐란 분석이다. 세계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에서 벗어나며 회복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문제는 커지는 인플레이션 우려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전년동월대비 4.2%)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시장에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뉴욕증시에서 승승장구했던 기술주와 성장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나스닥 지수는 최고점과 비교해 지난달 7% 넘게 하락했다. CNBC는 “암호화폐의 급락은 투자자들이 투기 자산에서 빠져나오는 흐름의 일부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③규제의 공습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발 규제 충격은 정부가 ‘기침’만 해도 암호화폐 시장이 얼어붙는다는 걸 보여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사태는 비트코인이 ‘국가 통화(sovereign currencies)’의 진정한 대체재라는 주장에 얼마나 결함이 많은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디지털 위안화’ 보급에 힘쓰는 중국처럼 ‘정부 코인(govcoin)’의 부상은 암호화폐의 입지를 더 좁게 할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암호화폐 거래와 투자 금지 방침은 암호화폐 시장의 불안전성을 경고하는 목적 외에도 디지털 위안화 공식 발행을 앞두고 암호화폐 시장을 장악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라며 “다른 나라도 암호화폐 규제를 강화할 것이란 공포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암호화폐를 마뜩잖게 바라보는 각국 정부의 태도는 시장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다. 투자정보기관 번스타인의 하르시 타나왓 분석가는 “정부 규제는 암호화폐 시장에 또 겨울을 불러올 수 있다”며 “암호화폐를 자국 통화 체계의 위협으로 여기는 개발도상국이 가혹하게 단속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버티는 ‘돈나무 언니’ “비트코인 50만 달러 간다”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CEO.[아크인베스트 캡처]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CEO.[아크인베스트 캡처]

이런 취약점과 각국 정부의 공세 속에도 암호화폐 지지 세력은 버티기 모드에 돌입했다. 비트코인에 등을 돌린 듯했던 머스크도 이날 트윗에 “테슬라는 ‘다이아몬드 손’을 가지고 있다”고 쓰며 가격 반등을 이끌었다. ‘다이아몬드 손’은 미국의 온라인 투자자 커뮤니티에서 쓰이는 은어로 하락장에서도 팔지 않고 버티는 것을 의미한다.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먼트 CEO는 비트코인의 상승을 전망했다. 우드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매도세는 감정적인 것으로 시장이 이성을 회복하면 비트코인이 다시 오를 것”이라며 “비트코인은 지금의 어려움을 딛고 50만 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캐시 우드는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지분을 최근 더 사들였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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