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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흡수 못하는 늙은 나무 베자"는 산림청···환경부가 제동

중앙일보 2021.05.20 18:09
벌채된 목재. 산림청은 해마다 5000~6000그루 목재를 벌채해왔는데, 지난 1월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산림부문 추진 전략'에서 벌채량을 2배 가까이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벌채된 목재. 산림청은 해마다 5000~6000그루 목재를 벌채해왔는데, 지난 1월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산림부문 추진 전략'에서 벌채량을 2배 가까이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나이든 나무는 탄소를 덜 흡수하고, 어린 나무는 탄소를 더 많이 흡수할까. '늙은 나무는 탄소 절감 효과가 낮아 어린 나무를 대신 심자'는 산림청의 계획에 환경부가 제동을 걸었다.
 
20일 환경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최근 환경부는 산림청에 탄소중립 목적의 나무 심기‧베기 계획을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지난 1월 산림청이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산림부문 추진 전략안’ 중 ‘30년간 30억그루 심기’ 계획이 세부적인 검토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지난 13일 환경부‧산림청‧전문가‧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하는 협의체 구성을 수락한 상태다. 환경부 관계자는 “초기부터 관련 부처가 함께 논의를 진행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협의체를 제안했고, 산림청이 하반기에 계획을 확정하기 전에 전문가들과 함께 과학적 검토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벌채량 2배 늘린다는데… 과학적 검증 필요"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림비전센터 앞에서 열린 산림청 벌목정책 규탄 기자회견에서 '산림청 2050 탄소중립 산림 부문 추진전략'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림비전센터 앞에서 열린 산림청 벌목정책 규탄 기자회견에서 '산림청 2050 탄소중립 산림 부문 추진전략'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부가 산림청에 협의체를 제안한 이유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노후한 숲을 벌채하고 대규모 식목하겠다는 산림청의 계획이 탄소배출을 오히려 늘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그간 산림청이 1년에 5000만에서 6000만 그루를 벌채했지만, 새 계획에 따르면 2050년까지 벌채량이 2배로 늘어난다”며 “산림청의 탄소흡수‧배출량 산정 방식에 투명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반영해 민간과 함께 과학적 이해, 검증 과정을 갖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계획을 내놓으면서 산림청은 “수령이 오래된 나무는 탄소흡수 능력이 떨어진다”는 논리를 폈다. 단위면적당 나무 전체의 탄소흡수량은 나이가 들수록 감소한다는 근거를 들었다. 
 

'늙은나무 탄소흡수↓'에 대한 과학적 입증 부족

 
브라질 포르토벨루 인근의 아마존이 벌목으로 황폐화된(위쪽) 모습. REUTERS=연합뉴스

브라질 포르토벨루 인근의 아마존이 벌목으로 황폐화된(위쪽) 모습. REUTERS=연합뉴스

 
하지만 기존 연구 중엔 이와 배치되는 결론을 내린 연구들도 있다. 2013년 파키스탄의 한 연구에 따르면 나무의 지름이 크고 크기가 클수록 탄소 저장량이 많았다. 2014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미국 지질학연구원 스티븐슨 박사의 논문도 "대부분의 종에서 크고 오래된 나무는 작은 나무에 비해 많은 양의 탄소를 적극적으로 붙잡는다"고 분석했다. 환경과 수종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나이 많은 큰 나무가 어리고 작은 나무보다 탄소흡수량이 적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뉴스1) = 최병암 산림청장이 19일 충북 제천시 봉양읍 벌채 현장을 찾아 제천시 관계자들과 현장을 둘러보며 벌채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2021.5.19/뉴스1

(서울=뉴스1) = 최병암 산림청장이 19일 충북 제천시 봉양읍 벌채 현장을 찾아 제천시 관계자들과 현장을 둘러보며 벌채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2021.5.19/뉴스1

 
산림청이 1월 발표한 '30년간 30억그루 심기로 탄소흡수량 증가' 목표치도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림청은 현재 4560만톤인 산림의 온실가스 흡수량이 2050년 1400만톤에 불과할 것이라며, 나이든 나무를 베고 새 나무를 심어서 산림 흡수량을 2070만톤까지 올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같은 산림청의 목표치는 단순 면적으로 계산한 탄소흡수량을 자체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환경부 안팎에선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떤 나무를 왜 베고 왜 심어야 하는지 논리와 전략, 구체성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협의체 구성에 동의한 산림청과 환경부는 현재 협의에 참여할 전문가‧시민단체 구성을 논의 중이다. 협의체는  나무의 수령(나이)와 수종에 따른 탄소흡수능력, 국내 산림 구성의 특성 등을 반영해 종합적으로 탄소 흡수 및 배출을 살펴볼 계획이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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