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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글로 움직였다 "현금복지 대신에···" 文정책 우회비판

중앙일보 2021.05.20 17:32
최근 여야 모두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20일 복지정책에 관한 1800자 장문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현금복지” 대신 “기회복지”를 해야한다는 주장인데, ‘흙수저’인 자신의 삶에 빗대 현 정부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김동연

김동연

 
이날 김 전 부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의정부에 있는 특성화고등학교의 초청을 받았다”며 강연 사실을 밝혔다. 강연이 끝나고 한 소녀가장과 폐업을 앞둔 수제비집 사장을 만난 일화를 소개하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따라 웃지 못 했다”고 말했다.
 
김 전 부총리는 “복지 확대만으로 고용이 늘어나고 임금이 올라가며 주거와 교육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국제적 기준이나 양극화 수준을 볼 때 복지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그렇지만 당장 북유럽 수준으로 복지를 늘리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김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는 현금성 복지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소득수준이나 복지수혜에 관계없이 현금을 나눠주는 현금복지” 대신 “혁신창업을 두 배 이상 늘리고 인적자본을 확충ㆍ강화하는 데 재정투입을 늘려서 더 많은, 더 고른 기회를 만드는 기회복지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전 부총리는 정치권에서 “드라마틱한 스토리”(17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라는 평가를 듣는 인물 중 하나다. 판자촌에서 나고 자라 상고를 졸업한 뒤 행시에 합격해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까지 오른 궤적에 대해 여야를 막론하고 “훌륭한 인재”라고 평가한다. 이날 김 전 부총리가 낸 ‘기회복지’ 주장에도 이런 궤적이 담겨있다. 김 전 부총리는 “우리 경제 사회의 틀과 제도, 의식의 총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수많은 흙수저도 열심히 노력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공화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언론ㆍ정치권 접촉을 최소화한 채 오프라인 강연에만 몰두하던 그가 문 정부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글을 올린 걸 놓고 정치권 해석은 분분하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17일 언론 인터뷰에서 “(김 전 부총리가)움직이는 것으로 아는데, 어떤 어젠다를 들고나오는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며 그를 “경제대통령 이야기와 함께 (대선 주자로)나올 수 있다” 추켜세웠다. 이 때문에 김 전 부총리가 이날 현 정부에 비판적인 복지 어젠다를 제시하며 활동 반경을 오른 쪽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해석이 야권에서 나온다.  
 
반면 여권에선 “그의 소신 발언일 뿐, 정치적으로 여야 중 한 곳으로 기운 건 아닐 것”이라고 해석한다. 앞서 김 전 부총리와 친분이 두텁다고 소개한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1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동연은 단순한 재집권이 아니라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유능한 정부,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현재까지의 그의 메시지는 여야 양쪽에 ‘변화’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지는 않고 있다.  김 전 부총리는 지난 달 중앙일보에  “보수와 진보는 스스로의 금기를 깰 때 개혁을 할 수 있고, 국가발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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