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천만원 잃고 떠난다"…암호화폐 폭락에 2030 패닉

중앙일보 2021.05.20 16:16
지난 3월 3000만원으로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한 직장인 정모(36)씨는 19일 하루 종일 암호화폐 호가 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투자했던 암호화폐 가격이 하루 만에 30%가량 하락해서다.
 

일부선 "추가 매수 저울질" …거래액은 늘어

정씨는 "결혼 자금을 불려 주택 마련 자금에 보탤 생각으로 투자를 시작했는데 지난 며칠간의 폭락으로 그동안은 수익금은 물론이고, 원금마저 손실을 볼 것 같다”며 “지금이라도 현금화하는 게 맞는 것 같지만, 언제 다시 오를지 모른다는 생각에 호가창만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라운지에서 관계자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세를 살펴보며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뉴스1

지난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라운지에서 관계자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세를 살펴보며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뉴스1

중국 금융당국 발 암호화폐 급락에 한국의 암호화폐 투자자들도 패닉에 빠졌다. 20일 암호 화폐 전문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오후 3시 기준 비트코인은 3만9930달러(452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3만681달러(3475만원)까지 떨어진 뒤 소폭 반등했지만 지난달 15일 기록한 고점(6만4870달러ㆍ약7345만원)과 비교하면 반 토막이 났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비트코인 때리기로 흔들렸던 시장에 중국 금융당국의 암호화폐 관련 결제와 거래, 투자 금지 조치에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은 폭격을 제대로 맞았다.
 
코인의 날개없는 추락에 이른바 '멘붕'에 빠진 이들은 2030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암호화폐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너도나도 암호화폐로 돈을 벌고 있는데 나만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포모 증후군)과 부동산 가격 상승 속에 '벼락 거지'가 될 수 없다는 조바심이 가세한 영향이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빗썸ㆍ업비트ㆍ코빗ㆍ코인원) 투자자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규 가입자는 249만5289명(중복 포함)으로 집계됐다. 이중 20대가 81만6039명(32.7%)로 가장 많고 30대가 76만8775명(30.8%)으로 그 뒤를 이었다. 올해 암호화폐 신규 투자자 10명 중 6명이 2030인 셈이다. 2030세대가 거래소에 맡긴 예탁금만 2800억원에 육박한다. 20대 880억8900만원, 30대 1918억9300만원이다. 
암호화폐 신규 투자자 절반이 2030.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암호화폐 신규 투자자 절반이 2030.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하루새 30% 하락, 한 달여 만에 가격이 반 토막 나는 폭락을 경험하며 암호화폐 투자를 포기하는 이들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20일 직장인들이 많이 모이는 블라인드 등의 커뮤니티에는 "오늘 결국 200만원 손절 하고 암호화폐 투자로는 돈 못 번다는 걸 느끼고 (거래소 앱을) 다 지웠다", "천만원 넘게 잃고 드디어 떠난다. 이제 24시간 내내 시달리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등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취업정보사이트인 사람인이 직장인 18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달 3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직장인은 40.4%로, 이들 중 절반 이상(52.5%)이 손실을 보고 있었다. 평균 손실액은 412만원으로 조사됐다.
4만달러 무너진 비트코인.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4만달러 무너진 비트코인.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반면 암호화폐 가격 하락을 추가 매수의 기회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 1월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한 직장인 이모(29)씨는 미리 현금화 해 둔 돈으로 19일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를 사들였다. 이씨는 “공포에 사라는 말대로 다시 반등할 것이라고 생각해 매수했다”며 “어차피 이것 아니면 큰 돈을 벌 기회도 없으니 잃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정도만 투자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가격 급락 후 직장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블라인드 앱에 게시된 암화화폐 관련 글. 블라인드 캡처

암호화폐 가격 급락 후 직장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블라인드 앱에 게시된 암화화폐 관련 글. 블라인드 캡처

암호화폐를 떠나려는 투자자와 저가 매수에 나선 투자자가 가세하며 거래액은 오히려 늘어났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0일 오후 2시 기준 국내 4대 거래소의 24시간 거래액은 43조원을 넘어섰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하던 4월 15일(21조654억원)보다 거래액은 오히려 늘어났다. 
 
이들 거래소 중 최대 규모인 업비트의 24시간 거래대금은 35조7923억원(316억1872만 달러)으로, 이곳 한 곳의 거래액만으로도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거래대금 총합(21조6185억원)을 뛰어넘었다.
 
국내 암호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김치 프리미엄’도 여전하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 비트코인이 3만9900달러(4522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국내 1위 거래소 업비트에서 5150만원에 사고 팔리고 있다. 국내 가격이 13.8%가량 비싸다. 웃돈을 주더라도 암호화폐를 사겠다는 국내 투자자들의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리플과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의 김치 프리미엄도 이와 비슷한 13~15%대를 유지하고 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