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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쓸 데 늘었는데…1분기도 나랏돈 받아 살았다

중앙일보 2021.05.20 12:00
근로사업재산소득 모두 감소.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근로사업재산소득 모두 감소.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올해도 가계 살림은 팍팍하다. 벌어들인 돈보다 쓴 돈이 많이 늘었다. 이마저도 일해서 번 돈이 아니라, 정부의 재난지원금이 가계 지갑을 채웠다.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8만4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증가했다. 소득이 늘기는 했지만, 가계 사정이 좋아진 것은 아니다. 가계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근로소득(277만8000원)은 1.3% 감소했고, 사업소득(76만7000원)도 1.6%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면서 음식ㆍ숙박 등 대면 서비스업에서 일하는 사람이 줄었고, 자영업도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유일하게 이전소득(72만3000원)이 16.5% 늘었다. 이전소득은 경제활동을 통해 올린 소득이 아니라 정부나 다른 사람에게 받은 돈을 뜻한다. 1분기에는 3ㆍ4차 재난지원금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나눠준 공적이전소득은 27.9% 증가했다. 그러나 각자의 살림살이에 바빠지며 가구 간 주고받는 사적이전소득은 2.4% 줄었다.
 
재산소득도 14.4% 줄었다. 가계의 근로ㆍ사업ㆍ재산소득이 한꺼번에 감소한 것은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한 지난해 2분기 이후 처음이다.
 

가계부 흑자 감소

지출 어디서 늘었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출 어디서 늘었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씀씀이도 함께 늘었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연초 도ㆍ소매 등에서 소비심리가 회복하며 지출이 다소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지출은 329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했고, 이 가운데 생활비로 쓰이는 소비지출은 241만9000원으로 전년 대비 1.6% 늘었다.
 
특히 식료품ㆍ비주류음료(7.3%), 주거ㆍ수도ㆍ광열(6.8%), 가정용품ㆍ가사서비스(14.1%), 교육(8.0%) 등에 돈을 더 썼다. 보건(-4.5%), 교통(-2.9%), 오락ㆍ문화(-9.4%), 음식ㆍ숙박(-2.4%) 지출은 줄였다. 세금과 이자, 경조사비와 종교기부금 등을 포함하는 비소비지출은 1.3% 감소했다.
 
소득보다 지출이 더 큰 폭으로 늘면서 가계부 흑자액은 쪼그라들었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흑자액은 109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9% 감소했다.
 

홍남기 “포용정책 결과”

소득격차는 좁아져.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소득격차는 좁아져.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소득 격차는 좁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는 하위 20%(1분위)보다 6.3배 많은 소득을 올렸다.(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 지난해 1분기에는 6.89배였다. 
 
시장소득(근로소득+사업소득+재산소득+사적 이전소득)이 좀처럼 늘지 않은 상황에도 정부는 “적극적 정책대응으로 총소득이 상승했다”고 자평했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이날 “소득분배 개선은 그간의 포용정책 강화의 토대 위에 코로나19 피해 지원이 더해졌기 때문”이라며 “최근의 경기 회복세가 전반적 고용ㆍ소득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통계 공표 기준 바뀌며 지표 개선

통계청은 이번 통계 공표부터 1인 가구와 농림어가를 포함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맞게 작성 기준을 변경했다. 공표 기준이 바뀌자 일부 소득ㆍ분배 지표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2인 이상 비농림어가를 기준으로 할 경우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1년 전보다 0.7% 감소했다. 그러나 바뀐 기준을 적용하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0.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도 기존 기준을 적용하면 2019년 4분기 4.80배에서 지난해 4.81배로 악화했다. 새 기준을 적용하면 같은 기간 5.83배에서 5.78배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1인 가구는 고령층과 무직 가구가 많아 공표 기준이 바뀌면 5분위 배율이 높아진다”면서 “고령층에서 취업자가 증가했으므로 과거 분배지표가 개선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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