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독]하루 늦게 온 '음성확인서'...입국 40대가족 피마른 격리

중앙일보 2021.05.20 05:00
정부는 코로나19의 국내 유입을 막으려 지난 2월부터 모든 입국자에게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코로나19의 국내 유입을 막으려 지난 2월부터 모든 입국자에게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뉴스1

 
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유학 중인 A씨(45) 세 가족은 집 근처 CVS(약국·편의점)에서 RT-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았다. 한국 입국 때 필요한 코로나19 ‘음성확인서’를 발급받기 위해서다. 음성확인서는 출국일 기준 사흘 전 검사분까지 유효하다.
 
CVS 의료인은 A씨에게 “보통 3일이면 결과가 나오는데 검사량이 많을 땐 5일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A씨 가족은 출국 전까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여겼다.
 

출국 당일까지 못 받은 확인서

하지만 예상과 달리 출국 당일인 11일까지 음성확인서가 나오지 않았다. 비행기 시간이 다가오자 초조해진 A씨는 현지 방역당국에 문의했지만 “순서를 기다리라”는 말만 들었다. A씨는 시차·경유 시간 등을 고려하면, 한국 입국 전까지 현지에서 확인서가 발급돼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을 것으로 믿고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 델타항공의 경우 음성확인서를 제시하지 않아도 탑승이 가능하다. 이는 항공사·국가별로 다르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음성확인서 없이는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행 비행기를 탈 수 없다. A씨 부부는 이미 지난달 중순 화이자 2차 접종까지 마쳤고, 7살 아이도 발열이나 기침 등 코로나19 의심증상은 없었다.
A씨는 출국전 미국에서 받은 PCR검사 결과 음성판정을 받았다. 사진은 A씨의 음성확인서. 개인정보 노출을 피하기 위해 이름 등을 모자이크 처리했다. 중앙포토

A씨는 출국전 미국에서 받은 PCR검사 결과 음성판정을 받았다. 사진은 A씨의 음성확인서. 개인정보 노출을 피하기 위해 이름 등을 모자이크 처리했다. 중앙포토

 

시설격리 대상으로 분류 

하지만 12일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도 음성확인서는 끝내 오지 않았다. A씨 가족은 ‘시설격리’ 대상으로 분류됐다. 하루가 지난 13일에서야 가족의 미국 현지 음성확인서가 모두 도착했다. 전날 한국에서 받은 PCR 검사도 ‘음성’이 나왔다.
 
이후 A씨는 시설격리를 자가격리로 바꿔줄 것을 방역당국에 요구했다. 그러나 “규정상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한다. A씨 가족은 출국 전 미리 숙박공유 사이트를 통해 단독주택을 14일간 단기 임차했지만, 단 하루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A씨가 4월 미국에서 받은 화이자 접종증명서. 개인정보 노출을 피하기 위해 이름 등을 모자이크 처리했다. 중앙포토

A씨가 4월 미국에서 받은 화이자 접종증명서. 개인정보 노출을 피하기 위해 이름 등을 모자이크 처리했다. 중앙포토

 

명확하지 않은 지침 

‘코로나19 검역대응 지침’상 내국인이 귀국할 때 출발 국가에서 발급한 음성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14일간 시설에 격리된다. 외국인의 경우는 아예 입국 자체가 안된다. 그러나 A씨 사례처럼 ‘지각 제출’과 관련한 규정은 따로 없다. 그런데도 음성확인서 미제출자용 대응원칙만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시설격리에 대한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한 명당 168만원(12세 이하는 84만원)이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해외입국자들이 공항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해외입국자들이 공항을 나서고 있다. 뉴스1

 

갑작스러운 생필품 부족 

예상 못 한 시설격리가 19일로 일주일째다. 현재 A씨 부인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고 한다. 시설격리 내 의료진과 원격진료 후 신경안정제 등을 처방받았다. 당장 여성용품과 같은 생필품 부족도 문제다. 택배는 하루 정도 시간이 걸려 급하게 격리소 측에 부탁했더니 다음 날 여성용품을 달랑 ‘한장’ 지원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A씨는 “‘출국일 72시간’ 규정을 지키려 PCR 검사를 받았는데 현지 사정으로 음성확인서가 늦게 발급돼 시설격리 대상이 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본다”며 “하지만 미국 현지 음성확인서가 이미 나왔고, 입국 후 한 진단검사도 ‘음성’이면 자가격리로 바꿔줘야 하는 것 아니냐. 격리를 안 하겠다는 게 아니다. 우리 부부는 백신도 맞았다”고 하소연했다.
 

방대본 "전환 가능한지 검토" 

이에 대해 중앙방역대책본부 관계자는 “늦게나마 음성확인서가 나와 그나마 문제가 생기지 않은 것”이라며 “양성·음성인 줄도 모른 채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탄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해외유입 발 감염을 차단하려) 음성확인서 없이 입국할 경우엔 시설격리가 원칙이다”며 “다만 (늦게나마 발급된 만큼) 격리장소의 전환이 가능한지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