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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팔 창업자도 군침 흘렸다…파이 커지는 암호화폐 ‘디파이’

중앙일보 2021.05.20 05:00
암호화폐. 로이터=연합뉴스

암호화폐. 로이터=연합뉴스

암호화폐를 이용한 여·수신, 투자 등의 금융 서비스를 일컫는 ‘디파이(DeFi)’로 자금이 몰리면서 암호화폐 광풍이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매수와 매도만 가능했던 기존 시장과 달리, 대출 등 다양한 금융 상품으로 암호화폐의 영역이 넓어지는 모양새다.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의 공동창업자 피터 딜은 올해 안으로 ‘디파이 거래소’인 ‘불리시 글로벌(Bullish Global)’을 설립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지난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이를 위해 마련된 자금은 100억 달러(약 11조2000억원) 규모다.

 

기관 없이 암호화폐 P2P 거래…대출 등 다양한 상품도

디파이는 ‘탈중앙화 금융(Decentralized Finance)’의 줄임말로, 은행이나 증권사처럼 거래를 중개할 기관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블록체인 기반 혁신금융 생태계 연구보고서]

디파이는 ‘탈중앙화 금융(Decentralized Finance)’의 줄임말로, 은행이나 증권사처럼 거래를 중개할 기관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블록체인 기반 혁신금융 생태계 연구보고서]

디파이는 ‘탈중앙화 금융(Decentralized Finance)’의 줄임말이다. 암호화폐로 만든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광범위하게 지칭한다. 예금, 대출 등 기존 금융 서비스와 원리는 같지만, 법정화폐 대신 암호화폐로 이용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특히 디파이는 은행이나 증권사처럼 거래를 중개할 기관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돈이 필요한 사람(대출자)과 돈을 빌려줄 사람(투자자)이 직접 거래하는 P2P(Peer to Peer) 방식인 셈이다. 디파이 거래를 하는 ‘탈중앙화 거래소(DEX)’는 두 이용자를 기술적으로 이어주는 역할만 한다.
 
별다른 중개 기관이 없기 때문에 대출·거래·투자 등의 약정기간이나 공인인증서와 같은 본인인증 과정 없이 비교적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가입과 탈퇴도 연령제한 없이 자유로운 편이다.
 
금융기관이나 거래소의 중개 없이 대출과 투자 등의 암호화폐 금융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2세대 암호화폐’에 내장된 고유의 기능 덕분이다. 이른바 ‘2세대 암호화폐’로 불리는 이더리움에 내장된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이다. 특정 조건을 달성했을 때 미리 입력된 명령문에 따라 거래가 실행되도록 설계됐다. 단순 매매만 가능한 비트코인 등 ‘1세대 암호화폐’보다 범용성이 확대된 것이다.
 

자금 몰리는 '디파이 시장'…1년 새 76배

1년새 76배 성장한 디파이 시장.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1년새 76배 성장한 디파이 시장.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디파이 시장에 몰리는 자금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JP모건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디파이 시장의 규모는 150억 달러(약 16조9000억원)에서 650억 달러(약 73조3000억원)로 5배 가까이 성장했다. 19일 기준 전 세계 디파이 시장에 예치된 자산은 총 731억3000만 달러(약 82조5000억원)로 1년 전(9억5200만 달러)보다 76배가 늘었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디파이 시장으로 몰리는 이유는 높은 수익률 때문이다. 거래소에 암호화폐를 예치하면 한 해에 적게는 10%가량, 많게는 20%까지 수익이 발생한다. 여기에 암호화폐를 예치하는 대가로 거래소 측에서 발급하는 자체 암호화폐(거버넌스 코인)를 판매하면 수익률은 더 높아진다. 거버넌스 코인이 주요 거래소에 상장된 후 이를 판매해 차익을 남기는 투자 방식이다. 이를 ‘이자 농사(Yield Farming)’라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탈중앙거래소에서 발급해주는 거버넌스 코인으로 차익을 남기는 이자 농사가 사실상 디파이 시장의 규모가 폭발적으로 커진 이유”라며 “암호화폐를 이용한 보험이나 파생상품 등의 서비스도 있지만, 사실상 대출 관련 산업이 주류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디파이, 근본적인 도전”…보안 관련 허점은 우려

일부 탈중앙거래소에 암호화폐를 예치할 경우 연 수익률이 적게는 10%가량, 많게는 20%까지 발생한다. [사진 Aave 웹사이트 캡쳐]

일부 탈중앙거래소에 암호화폐를 예치할 경우 연 수익률이 적게는 10%가량, 많게는 20%까지 발생한다. [사진 Aave 웹사이트 캡쳐]

디파이가 기존 금융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기 시작했다.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기관 없이 대출과 투자가 가능해지면서 금융사들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어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지난 3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디파이는 현대 금융이 맞닥뜨린 가장 근본적인 도전”이라면서 “당장 주류 금융에 위협을 주진 않겠지만, 분산원장(데이터를 분산시켜 한 곳에 저장하지 않더라도 기능이 동작할 수 있게 한 기술)을 금융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급격히 몸집이 커진 산업인 만큼 허점도 곳곳에 존재한다. 디파이 관련 제도가 전무한 상황에서 암호화폐 예치나 대출과 관련한 보안사고가 발생할 경우 구제가 힘들 가능성이 크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긱에 따르면 지난해 디파이 관련 플랫폼 해킹 사고는 17건이 발생했으며, 피해 금액은 1억5400만 달러(약 1740억원)에 달한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디파이는 책임을 지고 보증해주는 법적 장치가 없다”며 “보안 및 운영과 관련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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