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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피고 문재인 답변합니다" 곽상도 소송에 4쪽짜리 반박

중앙일보 2021.05.20 05:00
“피고에 대한 청구를 기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표적 수사를 당했다”며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제기한 손해배상(5억원) 소송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민갑룡 전 경찰청장이 서울중앙지법에 낸 공통된 답변 내용이다.
 
곽 의원은 “문 대통령 딸 다혜씨 부부의 해외 이주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허위 면담보고서 등을 동원한 정치적 수사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지난 3월 문 대통령 등 8명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 중에는 ‘박관천 허위 면담보고서’ 작성자로 지목된 이규원 전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를 비롯해 조국·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등 현 정부 법무·사정 라인이 대거 포함됐다. 소송에 대응해 문 대통령 등이 먼저 지난달 말 법원에 답변서를 냈다. 곽 의원을 통해 입수한 문 대통령 등 ‘피고 3인’의 답변서 내용을 요약해 정리했다.
 
 한미 정상회담 참석차 출국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전용기로 향하며 환송나온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오른쪽)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연합뉴스

한미 정상회담 참석차 출국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전용기로 향하며 환송나온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오른쪽)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연합뉴스

 
①문 대통령=지난달 30일 제출한 4쪽 분량(표지 포함)의 답변서는 “피고 문재인은 다음과 같이 답변합니다”로 시작한다. 이어 “피고는 2019년 3월 18일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 및 김부겸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은 사실이 있다”며 “피고는 행정부 수반의 지위에서 두 장관에게 당시 국민적 관심이 지대한 사건에 대해 마땅히 해야 할 진상규명을 당부한 것일 뿐, 수사기관을 상대로 구체적인 내용의 수사지휘를 한 사실이 없다”고 적시했다.
 
또 “나아가 피고는 이 같은 당부 중에 원고(곽 의원)를 특정해 언급한 사실이 없고 원고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일만 한 언급을 한 사실도 없다”며 “피고의 직권남용을 주장하는 근거인 구체적인 수사지휘 사실 자체가 없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피고에 대한 청구를 기각해 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법률 대리인 없이 홀로 답변서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대해 곽 의원은 “2019년 3월 18일 발언 당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지시’라고 브리핑했다”며 “이에 나는 그 지시의 불법 여부를 법정에서 따지겠다는 건데 문 대통령은 ‘수사지휘는 한 적이 없다’고 다른 답변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뉴시스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뉴시스

 
②이광철 비서관=문 대통령과 같은 날(4월 30일) 44페이지 분량의 답변서를 냈다. 그는 “허위사실로 대통령이 수사 지시를 하도록 했다”는 곽 의원 주장에 대해 “2021년 4월 6일 청와대는 ‘2019년 3월 18일 대통령이 두 장관의 업무보고 과정에 피고 이광철이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적었다. 이규원 검사와 사법연수원 동기이며 과거 같은 법무법인을 운영한 것엔 “다툼이 없다”며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이 검사를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파견 검사로 추천했다는 주장엔 “부인한다. 추천한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이 검사와 ‘박관천 허위 면담보고서’ 작성을 협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 제기엔 “입증 자료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곽 의원이 막연한 추측과 상상에 기해 일방적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에도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2019년 3월 14일 민갑룡 당시 경찰청장은 국회에서 “별장 동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이 김학의라는 건 육안으로도 식별 가능했다”고 발언했다. 이와 관련해 같은 날 이 비서관이 버닝썬 사건에 연루된 윤규근 총경에게 “민 청장이 더 세게 발언했어야 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주장엔 “해당 일시에 윤규근과 텔레그램 메신저 대화를 한 바는 있으나 ‘더 세게 했어야 했다’고 메신저에서 언급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2020년 7월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민갑룡 경찰청장이 2020년 7월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③민갑룡 전 경찰청장=법무법인을 통해 지난달 28일 답변서(15페이지 분량)를 낸 그는 피고 답변 요지를 통해 2019년 3~4월 당시 ‘김학의 사건 재수사’와 관련해 “곽 의원 자체를 언급한 사실조차 없다”고 답했다. 그는 2019년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와 국회 출석 당시 상황을 언급하면서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로 수동적이고 원론적인 답변을 한 것뿐”이라고 했다.
 
또 2019년 4월 2일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2013년 당시 (김학의 사건) 수사 담당자들이 전화를 받고 곤혹스러운 상황이었다”(이혜훈 당시 정보위원장 브리핑)는 발언에 대해서도 “해당 발언을 내가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곽 의원의 명예훼손과 제 발언이 관련돼 있다고 평가할 수도 없다”며 “당시 곽 의원 입건 등 수사는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이루어진 국가기관의 사무에 불과하므로 이를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김학의 사건=김학의 전 차관은 2013년 3월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차관에 임명됐지만, 건설업자 윤중천씨에게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취임 6일 만에 사퇴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곽상도 의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인 2019년 3월 ‘김학의 사건 수사무마 의혹’에 대한 철저한 규명을 지시했다. 이후 검찰 과거사위는 곽 의원이 경찰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며 수사를 권고했지만, 대검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현일훈 기자 hym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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