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머스크보다 센 중국 한마디…비트코인 3만달러로 '털썩'

중앙일보 2021.05.20 00:01 종합 1면 지면보기
비트코인

비트코인

암호화폐 시장에 3년 만에 중국발 악몽이 다시 찾아들었다. 중국 당국이 암호화폐 투기와 거래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놓으며 19일 시장이 요동쳤다. 이날 비트코인은 전날 대비 30% 하락해 오후 10시 기준 3만681달러(3467만원)까지 떨어졌고 알트코인도 가격 약세를 이어갔다.  
 

중국 “사용·매매·중개 모두 처벌”
비트코인 3만 달러선 붕괴 위기
중국, 연 56조원 자본 유출 우려
디지털 위안 띄우려는 목적도

중국인들 디지털 위안화 거부감
“내 금융거래 당국이 다 들여다봐”
3년 전 규제 때처럼 코인 폭락 우려
일부선 “장기적으론 큰 영향 없을 것”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날 중국은행업협회와 인터넷금융협회 등 국영 금융유관협회는 중국인민은행을 대신해 “금융기관은 암호화폐와 관련된 어떠한 활동도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암호화폐를 통한 결제와 거래, 투자 등을 모두 금지했다. 
 
이들 협회는 “암호화폐와 법정화폐를 서로 교환하거나 암호화폐 거래를 촉진하는 중개 서비스 제공, 코인 등을 기반으로 한 파생상품 거래 등 모든 행위는 형사상 범죄로 기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개인투자자에게도 “암호화폐 관련 금융활동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특히 “암호화폐는 실제 가치가 수반되지 않고 가격도 쉽게 조작될 수 있는 데다 관련 거래 계약은 중국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인민은행도 쐐기를 박았다. 인민은행은 이날 “현재의 암호 화폐는 정부기관이 인증하지 않은 화폐이기 때문에 실생활에 어떤 용도로도 사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의 발표 직후 암호화폐 가격은 급락했다. 대장격인 비트코인은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4만 달러 선이 무너졌다. 19일 오후 4시 암호 화폐 전문 사이트 코인마켓캡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3만9175달러(4422만원)선이었지만 밤 늦게 낙폭을 키우며 오후 10시 3만681달러(3467만원)까지 떨어졌다. 4만 달러가 무너졌다는 소식이 나온 지 하루가 채 되지 않아 3만 달러 선마저 위태로운 수준이 된 것이다. 알트코인은 낙폭이 더 컸다. 이날 오후 10시 기준 이더리움은 전날 대비 40%가까이 떨어진 2151달러(243만원)에 거래되며 지난 한달간의 가파른 상승폭을 모두 반납했다. 
4만달러 무너진 비트코인.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4만달러 무너진 비트코인.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암호화폐 대부업체 넥쏘(Nexo)의 매니지먼트 파트너 안토니 트렌체브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암호화폐를 둘러싼 올가미를 제대로 당기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개인의 암호화폐 보유 자체를 막지는 않는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는 암호화폐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국 내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나 플랫폼 접근도 안된다. 때문에 바이낸스와 후오비 등 거래소는 케이만군도 등 역외 시장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를 위한 금융서비스도 전면 금지된 상태다. 암호 화폐 관련 금융 서비스는 물론 투자 이벤트로 공짜로 암호화폐를 나눠주는 ‘에어드랍’도 금지돼 있다.
 
중국 정부는 2017년 암호화폐공개(ICO)를 금지하고 암호화폐 거래소를 폐쇄했다. 이듬해인 2018년에는 중국 내 암호화폐 채굴업자에 전기 공급을 차단하고 암호화폐 개인 간(P2P) 거래도 금지했다. 3년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을 나락으로 몰아넣었던 강력한 규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럼에도 중국 내 암호화폐 투자 열기는 뜨겁다. 알트코인을 중심으로 불법 거래 등이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유관 협회가 “최근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락하며 투기적인 거래가 늘면서 자산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경제와 금융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지적한 이유다.

 
중국 당국이 암호화폐 시장을 향해 공포탄을 쏘며 경고에 나선 것은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자본 유출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중국이 공식적으로 암호화폐 거래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위안화를 달러로 환전한 뒤 암호화폐를 사고 있을 것”이라며 “그 때문에 중국인민은행 등 당국이 외화 유출을 통제할 필요가 있고 그런 연장선상에서 이런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인민은행

중국인민은행

중국 당국은 암호화폐가 자본 유출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경계심을 갖고 있다. 자본통제가 강력한 중국의 경우 개인이 연간 5만 달러 이상을 해외로 가지고 나갈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암호화폐가 자본을 중국 밖으로 가지고 나갈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암호화폐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에 따르면 지난해 8월까지 1년 사이에 500억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자산이 중국에서 국외로 이전됐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테더처럼 달러 등 실제 통화에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을 이용해 자금이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아담 레이놀즈 삭소 마켓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CEO는 “(암호화폐 결제와 거래, 투자 등을 금지한) 중국의 조치는 놀랍지 않다”며 “중국의 자본 통제가 해외 등에서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레이놀스는 “중국 정부가 용인할 수 있는 디지털 화폐는 정부의 영향권 아래 있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뿐”이라고 덧붙였다.

 
때문에 중국 당국이 ‘암호화폐 때리기’에 나선 것은 디지털 위안화 보급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중국은 내년 초 인민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위안화를 전격 보급할 예정이다.  
지난 2월 베이징의 명동 격인 왕푸징 쇼핑몰의 한 매장 계산대에 디지털 위안화 결제 단말기가 놓여있다. QR코드와 디지털 위안화 전자지갑이 설치된 스마트폰을 갖다 대는 결제 방식인 ‘펑이펑’ 인식 기능이 적혀있다. [중앙포토]

지난 2월 베이징의 명동 격인 왕푸징 쇼핑몰의 한 매장 계산대에 디지털 위안화 결제 단말기가 놓여있다. QR코드와 디지털 위안화 전자지갑이 설치된 스마트폰을 갖다 대는 결제 방식인 ‘펑이펑’ 인식 기능이 적혀있다. [중앙포토]

하지만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 계좌와 사용 기록 등을 중앙은행이 관리하는 데 따른 거부감도 상당하다. 정부가 모든 금융거래를 들여다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상황에서 암호화폐 시장이 커지면 당국의 발권력이 도전받고 디지털 위안화 보급도 어려워질 수 있다. 때문에 강력한 경쟁자의 싹을 자르기 위해 당국이 칼을 빼들었다는 분석이다.
 
SCMP는 “중국이 암호화폐를 규제에 나선 것은 디지털 위안화와 그 밖의 암호화폐를 구분 짓기 위해서”라고 19일 보도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디지털 위안화 보급을 위해 중국이 사전 작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중국 당국의 움직임은 정부가 발행하는 ‘정부 코인(govcoinㆍ정부+코인의 합성어)’과 통화 무정부주의의 첨병에 서 있는 암호화폐와의 결투가 본격적인 막이 오른 것으로도 풀이된다. 암호화폐의 제도권 유입을 차단하고 나선 정부의 압력이 거셀수록 시장은 출렁일 수밖에 없다.

 
3년 전의 중국발 급락 데자뷔가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전망은 엇갈린다. 김형중 교수는 “채굴이든 거래소든 암호화폐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큰 건 맞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국이나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론도 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의 규제로) 실제 유동성에도 문제가 생기겠지만 시장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말 한마디가 시장을 흔드는 것처럼 중국 정부의 강력한 시그널이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홍지유ㆍ윤상언 기자 hong.jiyu@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