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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고대생 아니다"…분교생 총학 임원되자, 혐오 폭발

중앙일보 2021.05.19 14:20
“이제 하나의 고대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기회에 세종캠과 안암캠 사이에 애매한 교류제도를 없애도록 공식 건의하면 좋겠습니다”

 
고려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지난달 고려대 세종캠퍼스 소속 학생 A씨를 비대위 임원인 교육자치국장으로 인준한 이후 나온 말들이다. 고려대 본교인 안암캠퍼스의 총학생회 역할을 하는 비대위 임원을 분교 학생이 맡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고려대 학생들이 들끓었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애기능학생회관. 뉴스1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애기능학생회관. 뉴스1

"너네는 고대생 아니다" 비하 폭발

고려대 재학생·졸업생만 이용 가능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달 11일부터 “너희들은 누가 봐도 고대생이 아니다”, “세종캠이 본교인 척하면서 학교 이미지 망침” 등의 게시글이 줄을 이었다. 이 같은 글에는 “대원고와 대원여고 재학생들이 대원외고 다닌다는 꼴이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A씨는 서울캠퍼스에서 융합전공 과목을 수강하며 한 중앙동아리의 회장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 학내 자치기구인 동아리연합회 추천으로 비대위 임원이 됐다. 세종캠퍼스 학생이 본교와 교류하면서 중앙동아리 활동을 하는 일은 있었지만 총학에 해당하는 비대위 임원으로 임명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직접 해명했지만, 결국 인준 무효 

이 때문에 캠퍼스별로 총학생회를 따로 두고 있는 상황에서 A씨가 서울캠퍼스의 비대위에서 활동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A씨를 향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면서 A씨의 이름과 사진은 물론 활동내용 등을 들추며 이른바 ‘신상털기’까지 이어졌다. A씨가 본교 학생인 척한다는 조롱도 나왔다.

 
A씨는 커뮤니티에 직접 글을 올리고 “서울캠퍼스 학우들의 감정에 맞지 않지만, 회칙에 근거한 정당성은 명시되어 있다”며 “신뢰를 얻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책임감 있게 활동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A씨의 인준은 무효가 됐다. 이의제기를 받은 비대위가 학칙을 재심의한 결과 A씨가 학생회 임원이 될 수 없는 지위에 있다고 봐서다.  
 
고려대 본교 학생들 사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경영학과 학생은 자신의 이름으로 쓴 대자보에서 “우리에게 남은 것은 학벌주의, 특정 캠퍼스에 대한 비하 또는 혐오표현 그리고 상처받은 사람들뿐”이라며 “매번 반복되는 분캠과 본캠에 대한 이야기는 이번이 끝이 아닐 것이다”고 지적했다.  
 
세종캠퍼스 총학생회 측은 “입시성적에 차이가 있다 보니 ‘나는 이만큼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왜 같은 권리를 누리려고 하느냐’는 분위기는 이전부터 있었던 문제”라며 “다만 모든 학우들이 그렇게 인식할 거라 생각하지 않고, 갈등을 어떻게 피할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측과 논의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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