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日기자 때리며 끌고가더니···미얀마 경찰 '서류 한장' 내밀었다

중앙일보 2021.05.19 05:00
지난 2월 26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반 쿠데타 시위를 취재하던 일본인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기타즈미 유키(北角裕樹)가 구금될 당시의 모습. [후지뉴스네트워크(FNN)]

지난 2월 26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반 쿠데타 시위를 취재하던 일본인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기타즈미 유키(北角裕樹)가 구금될 당시의 모습. [후지뉴스네트워크(FNN)]

미얀마에서 반(反)쿠데타 시위를 취재하다 체포됐던 일본인 프리랜서 기자 기타즈미 유키(北角裕樹·45)가 '감옥에 수감된 미얀마 정치범들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고문을 당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17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그는 지난 15일 도쿄 외곽의 한 호텔에서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미얀마서 구금된 일본인 프리랜서 기자
한달 만에 석방돼 일본 귀국
"정치범들 눈가리개한 채 고문 당해"

기타즈미 기자는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지난 2월 1일부터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취재를 해오다 지난 달 18일 '가짜뉴스'를 퍼뜨린 혐의로 자택에서 체포됐다. 주로 정치범이 수용된 양곤 인세인 감옥에 한달 가량 구금됐다가 지난 14일 석방돼 곧바로 일본으로 귀국했다.
 
반(反) 쿠데타 시위 초기이던 지난 2월 16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시위대가 눈을 가리고 누워 군부에게 억압 당하는 미얀마 시민들의 모습을 연출하는 평화 시위를 벌이고 있다.[AP통신=연합뉴스]

반(反) 쿠데타 시위 초기이던 지난 2월 16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시위대가 눈을 가리고 누워 군부에게 억압 당하는 미얀마 시민들의 모습을 연출하는 평화 시위를 벌이고 있다.[AP통신=연합뉴스]

기타즈미 기자는 미얀마 감옥에서 "정치범들이 눈가리개를 한 채 폭행과 치명적인 고문을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재소자들에게 며칠씩 음식을 주지 않는 식의 고문을 한다고도 말했다.
 
자신도 구금 중 7~8번 심문을 받았다고 한다. 다행히 폭행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심문자가 책상을 내리치면서 허위 진술서에 서명하라는 등 강요할 때 위협감을 느꼈다고 했다.
 

첫 체포부터 4월 체포 전까지…日기자가 겪은 일들

미얀마에서 구속됐다가 풀려난 일본인 프리랜서 언론인 기타즈미 유키가 14일 밤 나리타공항에 도착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교도통신=연합뉴스]

미얀마에서 구속됐다가 풀려난 일본인 프리랜서 언론인 기타즈미 유키가 14일 밤 나리타공항에 도착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교도통신=연합뉴스]

지지통신은 기타즈미 기자가 지난 달 구금되면서 그의 신변안전을 우려해 싣지 못했던 르포 기사를 뒤늦게 보도했다. 그는 지난 2월에도 시위 취재 중 체포를 당한 적이 있는데, 기사에는 첫 체포 당시부터 4월 체포 전까지의 기록이 담겼다.
 
기타즈미 기자는 지난 2월 26일 양곤 시내 번화가에서 시위를 취재하다 무장 경찰에게 끌려갔다. 기타즈미 기자는 "오전 10시 30분, 시민들은 지극히 평화로운 시위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오전 11시쯤 수십명의 무장 경찰이 나타났다. 그들 중 4~5명이 (자신에게) 맹렬히 돌진해 곤봉으로 때리며 호송차로 연행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호송차에서 안경과 카메라, 휴대전화를 빼앗겼다. 함께 체포된 미얀마 시위대와 함께 2시간 가량 호송차 안에 머물렀지만 안경을 빼앗긴 탓에 시야가 흐려져 뭔가를 보고 기록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경찰서에 도착하자 경찰서 고위 간부로 추정되는 인물과 면담을 했다고 한다. 그는 "경찰 측이 자신이 일본인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안 것 같다"고 했다. 
 
경찰 간부는 그에게 "당신은 다친 곳이 없다"고 말하며 '연행 과정에 폭력은 없었다'는 내용이 적힌 서류를 내밀었다. '사인하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반나절 만에 석방됐다. 경찰서를 나오자 대문 앞에는 연행된 가족과 친구를 찾으려는 현지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고 한다.
 
이후 군부의 시위 진압과 미디어 탄압은 점점 거세졌다. 그는 군경이 시위대에게 엽총을 난사하는 장면, 야간에 순찰하던 군경이 건물을 향해 마구 돌을 던져 자신의 현지 사무실 유리창이 부서지는 모습을 목격했다.
 

기자만 60명 체포, 음지 활동하는 현지 기자들

지난 3월 18일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세손가락 경례를 하며 반군부 시위를 하는 시위대의 모습. [EPA=연합뉴스]

지난 3월 18일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세손가락 경례를 하며 반군부 시위를 하는 시위대의 모습. [EPA=연합뉴스]

기타즈미 기자에 따르면 양곤에는 10명 미만의 외신 기자가 있고, 대부분의 외신 특파원은 미얀마 바깥에서 현지 기자들의 도움을 받아 기사를 쓰고 있다고 전했다. 4월 초까지 60명 가량의 현지 기자들이 구속됐고, 검열 강도도 거세져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오는 게시물의 숫자도 줄어들고 있었다.
 
양곤에서 만난 현지 기자들은 잠복하며 인터넷에 접속해 기사를 전송하는 등 음지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기타즈미 기자는 "현지 기자들은 군부 탄압의 참상을 외부에 알려달라는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며 "기자도 시민들의 이런 요청에 부응해 현지에서 정보를 발신하는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적었다. 이 기사를 송고한 이후 기타즈미 기자는 양곤의 자택으로 들이닥친 경찰에게 체포됐다.
 
지난 14일 석방된 기타즈미 기자는 일본 대사관으로 넘겨져 곧바로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양곤 공항에서 자신을 맞은 기자들에게 "(지난 한달 간) 양곤에서 일어난 일들을 전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돌아가게 돼) 안타깝다"고 심경을 밝혔다.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서는 "감옥에 있는 동안 펜을 소지할 수 없어 커피 가루로 잉크를 만든 뒤 깃털로 구금 중 기록을 남겼다"며 "석방 직전, 정치범들과 포옹을 나누고 '현지 상황을 반드시 밖에 알려달라'는 간청을 들었다는 비화도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기타즈미 기자의 석방을 위해 현지 대사관의 모든 채널을 동원했다고 한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은 석방 당일 기자회견에서 "솔직히 말해 고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잡은 지난 2월 1일부터 지난 17일까지 군부의 강경 진압으로 사망한 시위대와 시민들 숫자는 총 802명으로 집계됐다. [AAPP]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잡은 지난 2월 1일부터 지난 17일까지 군부의 강경 진압으로 사망한 시위대와 시민들 숫자는 총 802명으로 집계됐다. [AAPP]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연합(AAPP)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에서 군경의 진압으로 사망한 시민들은 17일 기준 802명으로 집계됐다. 현재 체포돼 있는 사람은 4120명이며 20명이 사형을 당했다고 집계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 독자 여러분과 함께 만드는 국제뉴스
알고 싶은 국제뉴스가 있으신가요?
알리고 싶은 지구촌 소식이 있으시다고요?
중앙일보 국제팀에 보내주시면 저희가 전하겠습니다.
- 참여 : jglobal@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