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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보 벽은 허물어지는데…5·18단체 내부 다툼에 얼룩진 기념식

중앙일보 2021.05.19 00:02 종합 6면 지면보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5·18 단체 회원들의 폭력사태로 얼룩졌다. 관련 단체들 사이에선 “새로운 공법단체 설립을 놓고 집행부와 반대파의 알력다툼 때문에 폭력사태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흥식 구속부상자회장·반대파 회원
새 공법단체 설립 놓고 몸싸움 벌여

18일 오전 8시40분쯤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입구 민주의 문. 문흥식 5·18 구속부상자회장이 5·18 단체장 자격으로 기념식장에 들어서려 하자 같은 단체 소속의 반대파 회원들이 길을 막아섰다. 이들이 욕설을 퍼부으며 문 회장과 몸싸움을 벌이자 인근에 대기 중이던 경찰이 긴급 투입됐다.
 
이날 행사장 입구에서 5·18단체 회원들이 입장 여부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뉴스1]

이날 행사장 입구에서 5·18단체 회원들이 입장 여부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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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싸움은 문 회장이 기념식장 안으로 들어선 뒤에도 계속됐다. 반대파 회원 중 일부는 기념식장으로 진입하려다 경찰과 충돌했다. 일부 회원은 “문 회장을 단체장 자격으로 초청한 국가보훈처장은 사퇴하라”고 외쳤다. 보다 못한 한 경찰관이 “제발 오늘만은 싸우지 말고 기념식 진행에 협조해 달라”고 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공법단체 출범 문제 때문에 내부 갈등이 깊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월 사단법인이던 3개의 5·18 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들을 공법단체로 변경할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된 후 갈등이 격화되는 모양새를 보여서다.
 
한 5·18 단체 관계자는 “사단법인인 기존 세 단체는 해체하고 법정 단체로 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가 새로 꾸려지는데 이 과정에서 공로자회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구속부상자회 집행부와 반대파가 알력다툼을 벌이는 것”이라며 “공법단체가 되면 정부 지원이나 수익사업도 가능한데 이를 놓고 밥그릇 다툼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전날 5·18유족회가 사상 처음으로 보수정당인 국민의힘 소속 정운천·성일종 의원을 초청한 뒤 벌어진 일이라 이들의 아쉬움은 컸다. 유족회는 두 의원이 5·18 관련 단체들의 숙원인 공법단체 변경 법안의 국회 통과에 힘을 보탠 데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 이들을 추모제에 초청했다. 두 의원은 “5·18의 역사를 바탕으로, 이제 다음 단계인 ‘국민 통합’으로 가야 한다”고 화답했다.
 
이 때문에 올해 5·18 기념식은 과거와 달리 진보와 보수의 이념 갈등을 끊고 전 국민이 공감하는 행사로 치러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관련 단체 내부 다툼에 따른 파행으로 얼룩지면서 “5월 정신을 되새기는 기념식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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