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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007·터미네이터 품나…미디어 인수합병 불붙었다

중앙일보 2021.05.18 17:51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AP=연합뉴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AP=연합뉴스]

제프 베이조스의 아마존이 영화 '007 시리즈' '터미네이터' 등을 제작한 할리우드 영화사 메트로-골드윈-마이어(MGM) 인수에 나선다. 17일 블룸버그 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아마존이 MGM과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날 워너미디어(옛 타임워너)와 디스커버리가 합병한 데 이어 아마존까지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미디어 산업 내 합종연횡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인수 금액만 최대 11조원

아마존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아마존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NYT 등에 따르면 아마존과 MGM 측은 지난달 인수 협상을 시작했다. 인수 규모는 70억~90억 달러(약 7조9000억~11조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다만 90억 달러는 MGM의 희망 가격이다. 아마존이 MGM이 제시한 금액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NYT는 “MGM은 지난해부터 애플과 컴캐스트 등과 매각을 추진해왔지만, 가격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90억 달러를 부른 MGM과 달리, 애플 등은 60억 달러를 적정 가치로 여겼다”고 보도했다. 60억 달러라고 해도 이는 아마존 역사상 두 번째로 큰 인수 금액이 된다. 아마존이 기업 인수에 가장 큰돈을 쓴 건 지난 2017년 슈퍼마켓 체인인 홀푸드를 134억 달러(약 15조1200억원)에 사들였을 때다.
 

MGM, 4000편 영화 가진 ‘할리우드 사자’  

미국 헐리우드 영화사 MGM의 로고. 영화 시작 전 사자가 포효하는 모습은 한국 영화팬에게도 익숙하다.[MGM 홈페이지 캡처]

미국 헐리우드 영화사 MGM의 로고. 영화 시작 전 사자가 포효하는 모습은 한국 영화팬에게도 익숙하다.[MGM 홈페이지 캡처]

1920년 출범한 MGM은 영화 시작 전 나오는 포효하는 사자 로고로 유명하다. 4000여 편의 영화를 보유한 전통의 할리우드 영화사다. 007시리즈, 터미네이터, 양들의 침묵, 로보캅, 록키, 벤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즈의 마법사 등 세계적으로 흥행한 작품의 판권을 갖고 있다. 바이킹스, 파고, 핸드메이드 테일 등 1만 7000여편의 TV 드라마도 제작 배급했다. 자체 케이블 채널인 에픽스도 운영 중이다.
 
이런 MGM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비껴가지 못했다. 경영이 나빠진 MGM은 지난해 12월 매각 추진을 결정했다. 넷플릭스와 애플, 컴캐스트 등이 눈독을 들였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MGM의 선택은 가장 만족스러운 인수 금액을 제시한 아마존이었다.
 

아마존 MGM 인수, 타도 넷플릭스 방편  

미국 아마존이 운영하는 스트리밍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홈페이지 모습.[아마존 프라임비디오 캡처]

미국 아마존이 운영하는 스트리밍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홈페이지 모습.[아마존 프라임비디오 캡처]

아마존이 MGM을 인수하려는 건 OTT 시장 1위 넷플릭스를 따라잡기 위해서다. 넷플릭스의 전 세계 구독자 수는 2억7000만 명이다. 그 뒤를 아마존이 만든 OTT 플랫폼인 프라임비디오가 1억5000만 명으로 바짝 쫓고 있다.
 
OTT 시장의 핵심 경쟁력은 결국 질 좋은 콘텐트다. 아마존은 2010년 아마존 스튜디오를 세워 자체 드라마를 제작하는 등 미디어 산업에 꾸준히 발을 넓혀왔다. 올해도 70억 달러(약 8조원)를 투자해 오리지널 콘텐트를 강화하고 있다. ‘반지의 제왕’ 드라마 시리즈에만 15억 달러(약 2조원)의 제작비를 들였다. 그럼에도 총 콘텐트 제공 물량에선 넷플릭스에 밀린다. NYT는 “아마존의 콘텐트는 TV 드라마에 편중돼 있다”며 “영화 콘텐트를 확보하기 위해 아마존은 오래전부터 외부 업체에 눈을 돌려왔다”고 전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구독자 순위.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구독자 순위.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미디어 합종연횡 더욱 가속화

지난 2월 인도 뉴델리의 한 가정집에서 아이가 OTT 플랫폼 넷플릭스를 보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2월 인도 뉴델리의 한 가정집에서 아이가 OTT 플랫폼 넷플릭스를 보고 있다.[AP=연합뉴스]

아마존의 MGM 인수가 성사될 경우 OTT 시장 장악을 위한 미디어 업계의 인수합병 경쟁은 더욱 불이 붙을 전망이다. NYT는 “온라인 관객 끌어들이기 위해 미디어 회사들은 몸집을 불려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생존을 위해 영화나 방송 등 전통 미디어 기업과 넷플릭스나 아마존 등 신흥 미디어 기업 간의 다양한 합종연횡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미 지난 2019년 디즈니는 21세기 폭스를 합병한 뒤 OTT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를 출범시켰다. 디즈니와 21세기 폭스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디즈니 플러스는 출범 2년 만에 구독자 수 1억 명을 넘었다. 지난 17일에도 워너미디어를 소유한 미국의 통신회사 AT&T가 케이블 TV 채널 사업자인 디스커버리와 430억 달러(약 48조9000억원) 규모의 합병 계약을 체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의 합병은 다른 경쟁사들이 결정적 한 방을 고민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인수합병의 다음 타자로는 미 지상파 방송 NBC와 CBS를 가진 컴캐스트와 비아콤CBS가 거론된다. 다만 두 대형 방송사의 합병은 미 정부의 반독점 규제를 받을 수 있다. 미 CNBC 방송은 “컴캐스트와 비아콤CBS가 군소 업체 인수를 통해 OTT 경쟁력 확보에 나설 수도 있지만 매각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며 “잠재적 인수 후보는 아마존과 워너미디어·디스커버리, 애플, 넷플릭스 등”이라고 전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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