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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주먹밥' 나눠 먹은 여야, "헌법 전문에 5ㆍ18 정신 담자"

중앙일보 2021.05.18 17:09
광주의 아침 밥상에 ‘주먹밥’이 올랐다. 검은 양복을 갖춰 입은 여야 지도부는 주먹밥을 들며 대화를 나눴다. 주먹밥은 1980년 5월 광주에서 당시 계엄군에 맞선 시민군들에게 시장 상인들이 만들어 건넨 음식으로, '오월 정신'과 '연대와 나눔'의 상징으로 꼽힌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 두 번째)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18일 5·18민주화운동 제41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에 앞서 광주 한 식당에서 주먹밥을 먹으며 대화하고 있다. 송영길 대표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 두 번째)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 두 번째)가 18일 5·18민주화운동 제41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에 앞서 광주 한 식당에서 주먹밥을 먹으며 대화하고 있다. 송영길 대표 페이스북

 
18일 오전 광주 한 식당에서의 '주먹밥 조찬'은 즉석에서 결정된 아이디어였다. 이날 광주 국립 5ㆍ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ㆍ18 민주화운동 41주년 기념식 참석차 KTX에 오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같은 열차에 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과 마주친 뒤 주먹밥 조찬을 즉석 제안했고, 김 대표대행도 흔쾌히 동의했다. 이들은 강민국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광주 출신 이용빈 민주당 대변인과 함께 광주의 한 식당을 찾았다.
 
송 대표는 “저는 5·18 당시 광주 대봉고등학교 3학년이었고, 김 대표대행도 대학교 3학년으로 군부 독재에 저항했다고 한다. 여야를 넘어 광주 정신으로 하나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대행도 “사실 제가 밥을 먹고 왔는데, 주먹밥이 가진 역사에 대한 의미를 담아 같이 식사했다”고 전했다.
 
기념식에는 김부겸 국무총리와 여야 지도부, 5ㆍ18 유공자 및 유족, 각계 대표 등 99명이 참석했다. 격년으로 기념식에 참석해온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대신 SNS를 통해 “희망의 오월은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으로 열린다”고 썼다. 미얀마 민주 항쟁을 거론하며 “오늘 미얀마에서 어제의 광주를 본다. 오월 광주가 미얀마의 희망이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김 총리도 이날 기념사에서 “화해와 용서는 진상 규명과 가해자들의 진정한 사과, 살아있는 역사로서 ‘오월 광주’를 함께 기억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말했다.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우리들의 오월'을 주제로 41주기 기념식이 열린 가운데 김부겸 국무총리가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우리들의 오월'을 주제로 41주기 기념식이 열린 가운데 김부겸 국무총리가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5·18 정신을 헌법에 담자는 논의도 이어졌다. 송 대표는 기념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헌법이 나중에 개정될 때가 온다면 5ㆍ18 정신을 헌법 전문의 정신으로 승화하고자 하는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17일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개헌을 할 때 우리가 계승해야 할 자랑스러운 역사적 유산으로 4ㆍ19 옆에 5ㆍ18이 나란히 놓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한 데 대한 화답 성격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역사의 과거와 앞으로의 미래를 잇는 5·18정신을 후대가 이어나가는 것은 책무”라고 말했다.
 
'호남 껴안기'를 이어가고 있는 국민의힘은 이날도 몸을 낮췄다. 원내대표 취임 직후인 7일에 이어 이날 두 번째로 광주를 찾은 김 대표대행은 유족들을 향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죄 말씀을 다시 올린다. 5ㆍ18 정신을 잘 이어가 통합과 상생으로 민주주의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나오자 김 대표대행은 위아래로 주먹을 흔들며 제창했다.
 
여야 대선주자들도 이날을 전후해 일제히 광주를 찾았다. 이날 오후 광주 구청장들과 ‘기본소득 간담회’를 연 뒤 5ㆍ18 묘역에 참배한 이재명 경기지사는 페이스북에 “반인권 국가폭력범죄는 반드시 공소시효, 소멸시효를 배제해야 한다”고 썼다. 16일부터 2박 3일간 광주ㆍ전남을 누빈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재한 미얀마인들과 함께 5·18묘역을 찾았다.
 
행사를 기리는 것과 별개로, 여야는 5·18의 의미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놨다. 전날(17일) 광주를 찾은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광주 전남 시ㆍ도민께서도 민주주의와 공화의 가치가 무너진 걸 분노할 거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4년간 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파괴한 문제에 대해서 반성하고 참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이날 “5ㆍ18은 어떤 형태든 독재와 전제에 대한 강력한 거부와 저항을 명령하는 것”이라고 말한 윤석열 전 검찰 총장을 비판했다. 14~16일 광주에 머무르며 매일 민주묘지 묘비를 닦은 뒤 이날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열린 5ㆍ18 기념식에 참석한 이 전 대표는 “광주를 독재와 저항으로만 볼 것인가. 다른 요소들도 많이 있다. (윤 전 총장의 발언은) 너무 단순한 것 같다”고 평했다.
 
성지원·남수현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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