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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성장률에 가려진 불균형과 백신 해법

중앙일보 2021.05.18 00:46 종합 31면 지면보기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우리 경제는 직전 분기 대비 1.6% 성장했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코로나 대유행 직전인 2019년 4분기의 수준을 넘어서자 정부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와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평균 성장률 이면에는 경제 주체 간의 불균등한 성장이 가려져 있다. 국내총생산은 민간소비, 기업투자, 정부지출과 순수출로 구성된다. 투자와 순수출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고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정부 지출도 크게 늘었다. 그러나 국민총생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민간소비지출은 여전히 코로나 직전 수준보다 5.5% 낮다.
 

경기회복에도 민간소비 부진 여전
서비스업과 소상공인에 피해 집중
집단면역과 거리두기 완화가 해법
백신 수용성 높일 실효 전략 필요

민간소비 감소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는 서비스업이다. 특히 지난해 숙박 및 음식점업, 도소매업, 운수업, 문화 및 기타 서비스업의 생산액은 2019년 대비 30조 원이 줄었다. 이를 2019년 대비 성장률로 환산해보면, 숙박 및 음식점업은 -19%, 도소매업은 -2.6%, 운수업은 -16.5%, 문화 및 기타 서비스업은 -16.8%로 추산되는데 지난해 평균 경제성장률 -1%를 크게 넘어선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서비스업에서 온라인 매출이 급증한 것을 고려하면, 대면 서비스업의 주축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집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위 서비스 업종의 1분기 실적은 2019년 4분기 대비 여전히 7조 원 정도 낮다는 것이다. 지난해 분기별 피해 규모와 비교해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정부는 올해 3% 중후반으로 경제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22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기에 이 정도 경기 반등은 가능한 목표다. 하지만 지금 더 중요한 것은 평균 성장률 목표보다 부문 간, 계층 간 불평등 해소다. 음식점, 숙박업, 운수업, 문화 서비스업의 경기 회복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서는 대면 경제활동이 확대되어야 한다. 백신 접종률을 높여 집단 면역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방법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현재 1회 이상 백신 접종률은 7.3%로 백신 접종 국가 평균인 8.8%에 조금 못 미친다. 정부도 백신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백신 공급보다도 수용성이 더 문제가 되고 있다. 백신 부작용 우려 때문에 백신 접종을 꺼리는 국민이 늘어난 가운데 정부의 백신 안전성 홍보와 접종 필요성 호소에도 불구하고 국민 호응도는 여전히 낮다. 백신 접종은 자신의 보호뿐만 아니라 타인 감염도 차단하는 외부성을 갖는 공공재다. 이때 개인은 일반적으로 백신의 사회적 편익에 높은 가중치를 두지 않아 개인의 백신 수요는 사회적 적정 수요보다 낮다. 사회가 필요한 수준으로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무료 접종과 같은 백신 정책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러나 지금은 생명과 직결되는 백신 부작용에 대한 불안이 만연해 있어 웬만한 정책으로는 개인의 선호를 바꾸기 어렵다. 더 늦기 전에 실효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효과적인 백신 접종 유인책을 내놓아야 한다. 백신 접종률 60%를 달성한 이스라엘은 백신 접종을 증명하는 그린패스를 소지한 사람들의 다중시설 이용을 허용해 젊은 층의 백신 접종을 유도하기도 했다. 억눌린 대면 활동을 재개하고 마스크를 벗는 것은 백신 접종자가 가장 바라는 혜택일 것이다. 건강검진 혜택과 같은 현물 유인책은 본래 백신 접종을 계획했던 사람들은 좋아하겠지만 백신 거부자의 마음을 바꾸는 효과는 작을 것으로 판단된다. 생명 위협의 불안을 불식시킬 만큼의 혜택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가 도입한 현금 유인책은 생명을 담보로 계층 간 불화를 초래한다는 논란을 피해 가기 어려워 다른 대안이 없는 경우 생각해볼 최후의 수단이다.
 
백신 접종 수용성이 높은 사람들부터 접종을 허용해서 단기간에 접종률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을 보면 1회 이상 접종자 비율이 50% 수준에 도달하면서 집단 면역에 가까운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 국가들이 단기간에 높은 접종률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코로나 상황이 워낙 심각해서 백신을 안 맞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한몫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코로나 상황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 개인들은 더 안전한 백신이 공급될 때까지 버티는 형국이다. 하지만 안전한 경제활동과 해외 출장 등의 이유로 현재 공급 중인 백신의 빠른 접종을 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지금까지 고위험군 접종의 성과를 이뤘으므로 이제는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한 효율적인 백신 전략을 짜야 한다.
 
마지막으로 안전한 백신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백신 부작용에 대한 불안을 없애는 것이 수용성을 높일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다고 믿는 백신의 공급과 개발 가능성이 존재하는 한 안전성에 대한 국민 선호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안전한 백신을 들여오는 과정에서 기존 백신의 처리와 수급 조정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집단 면역이 지연되어 발생할 경제적 피해보다는 작을 것이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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