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박영범의 이코노믹스] 한국은 외국인 근로자 없이 버틸 수 없는 나라가 됐다

중앙일보 2021.05.18 00:32 종합 26면 지면보기

노동시장 개방의 경제학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 3월 서울시등 몇몇 지방자치단체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코로나19 의무검사 행정명령을 내리자 외국인 사회가 크게 술렁였다. 인종 차별 아니냐는 항의가 잇따랐고, 주요 대사관들이 항의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한바탕 소동으로 끝났지만, 이를 통해 국내 외국인 노동시장이 얼마나 양극화돼 있는지 그 현실이 명확히 드러났다.
 

코로나가 드러낸 또 하나의 현실
이주노동자 장시간 열악한 노동
우리 일자리 빼앗는다는 건 편견
외국인 고용제도 크게 개선해야

자국민이 주로 화이트칼라 직종에 종사하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 30여 유럽국가 대사들의 항의로 서울시는 서둘러 명령을 권고로 바꾸었다. 많은 전문직 외국인과 외국인투자기업 임직원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초빙된 인재들이다. 정부가 10여 년 전부터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성과는 시원치 않다. 장기체류 외국인은 60% 늘어났으나 전문인력 체류자격자는 지난해 말 현재 4만3000명으로 2010년과 대비해 오히려 줄어들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AI) 인재 확보를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의 AI 전문인력은 전 세계 전문인력의 0.5%에 불과하다. 해외의 AI 전문인력이 국내에 유입되기보다는 국내 인재가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카이스트 등에서 AI 전문대학원 설립을 추진하면서 교수 요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글에서 연봉 5억원을 받던 박사가 국내 대학에 오면 경직적 호봉제로 연봉이 1억원으로 줄어든다. 해외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글로벌 인재의 국내 유치를 위해서는 주거, 자녀 교육비 등이 해결돼야 한다. 성과 및 역량과 연계된 보상체계가 확립돼야 글로벌 인재를 국내에 유치할 수 있다.
 
외국인이 농촌 지역·산업단지 떠받쳐
 
박영범의 이코노믹스

박영범의 이코노믹스

제조업·농업·어업 분야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명령이 권고로 바뀌어도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외국인 일용근로자들 사이에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행정명령 철회를 권고했으나 농촌 지역·산업단지처럼 외국인이 주로 저숙련 직종에 취업해 있는 지자체가 행정명령을 실질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이유다. 대부분 저숙련 인력인 외국인 취업자는 지난해 5월 기준으로 84만8000명이다. 내국인 취업자 대비 3% 수준이다. 이들에게 한국에서의 취업은 인생 역전의 기회다. 저숙련 외국인 노동자들은 자국에서 받을 수 있는 급여의 10배 이상을 한국에서 벌 수 있다.
 
한국인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노동계 등의 반대에 부딪혀 한국은 1990년대 초반 산업연수생 제도를 이용해 저숙련 외국인력을 중소 제조업 분야 등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실제로는 근로자이나 연수생 대우를 한다는 국내외의 비판으로 산업연수생 제도는 일정 기간 연수 후 근로자로 대우해 주는 제도로 바뀌었다가 폐지됐다. 그래서 2004년 산업연수생제도는 비전문인력 체류자격을 주는 고용허가제로 대체돼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외국인 취업자 추이

외국인 취업자 추이

코로나19 발생 이후 노동시장 상황으로 저숙련 외국인력이 내국인 일자리를 뺏기보다는 오히려 외국인력 없이는 버틸 수 없는 부문이 우리 경제에 많다는 것이 외환위기 이후 다시 확인됐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농어촌에 외국인력 유입이 확 줄어들면서 일당이 70∼80% 뛰었으나 내국인 대체인력을 구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추운 겨울에 비닐하우스에 거주하면서 사망한 외국인 근로자 사례에서 보듯이  장시간 노동 등 열악한 노동 및 주거 환경을 견딜 수 있는 내국인 근로자는 많지 않다. 뿌리 산업 등 중소제조업이나 4개 언어로 작업 안내방송을 해야 하는 건설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출산율 0.9 … 이민자 적극 받아들여야
 
2020년 출산율이 0.9 밑으로 떨어지면서 폐쇄적 노동시장을 대외적으로 개방하고 외국으로부터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나 갈 길이 멀다.
 
방문취업이나 해외동포 체류자격으로 들어오는 동포 근로자가 외국인 근로자 중 제일 많다. 국내 상황에 익숙하지 않고 한국어 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는 이민 3, 4세대 동포가 대다수다.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체류 지원은 없다. 해외동포가 아닌 저숙련 외국인의 취업 경로인 고용허가제 관리부서는 고용노동부의 고용정책국이 아니라 국제협력관 소속이다.
 
노동시장 개방의 국제 비교

노동시장 개방의 국제 비교

고용허가제는 사업장 이동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노동계와 일부 시민단체 및 외국인 근로자는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동포 외국인에 대해서는 사업장 이동을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다는 것도 개선 요구의 배경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저숙련 외국인력의 사업장 이동을 자유로이 허용하는 나라는 없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자유롭게 사업장을 이동하게 되면 기존 사업장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거나 조금이라도 임금을 더 주면 다른 사업장으로 옮기면서 노동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오면 인생 역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으나 취업 알선에 따른 수수료를 근로자가 부담하지 않는다. 직업알선에 따른 수수료 부담을 없앤다는 취지에서 민간 알선기관의 소개를 원천적으로 배제했다. 그러면서 사용자들의 근로자 선발권도 제한하고 있다. 이것도 외국인 근로자 정착의 걸림돌이다.
 
불법 체류자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것도 문제다. 2020년 말 현재 불법체류자는 39만명으로, 합법적 취업자의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다. 엄격한 체류관리가 필요하나 단속이나 자발적 출국 유도는 한계가 있다. 현재의 외국인력 도입제도만으로는 국내 노동시장의 외국인력에 대한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한시적 체류를 전제로 한 현재의 저숙련 외국인력 정책 기조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 이민 정책의 관점에서 저숙련 외국인력 활용을 고민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동포 외국인만 자유로운 사업장 이동을 허용하는 것이 합리적인지도 검토해야 한다. 동포 외국인, 동포가 아닌 외국인, 계절노동 농촌 부분으로 분리해 고용부·법무부·지자체가 제각각 관리하는 틀도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
 
2018년 제주도에서의 예멘 난민 수용과 관련된 논란은 우리 사회가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거주 목적의 이민자 도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외국 인력을 별개의 집단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인식과 공감대가 확산돼야 한다. 단일민족이라는 폐쇄적 인식을 극복하는 것이 우리 사회 전체가 가지고 있는 숙제다.
 
한국은 매우 폐쇄적인 노동시장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현재 15세 이상 133만 상주 외국인 중 취업자는 84만8000명이다. 체류자격별로 보면 자격증이나 전문성이 없는 ‘비전문취업’이 25만명으로 가장 많고, 재외동포 20만5000명, 방문취업 11만7000명, 영주 8만명, 결혼이민 6만2000명, 전문인력 3만9000명, 유학생 2만7000명 순이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력정책본부에 따르면 대부분 취업활동을 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불법체류자는 지난해 말 39만명으로 전체 체류 외국인의 19.3%다. 한국계 중국인을 포함한 중국인이 40% 이상이다. 불법체류자 70% 이상이 체류허용 기간이 90일 미만인 단기체류자격 외국인이다.
 
전체 외국인 취업자는 2012년 79만명에서 약간 증가했다. 비전문취업이 1만3000명 늘어났다. 재외동포 자격은 증가한 반면에 재외동포가 취업할 수 있는 다른 체류자격인 방문취업은 줄어서 재외동포와 방문취업을 합해 1만8000명 줄었다. 외국인 유학생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2012년 1만3000명에서 2배 이상 증가했다. 불법체류자는 2012년 18만 명에서 100% 이상 증가했고 불법체류율도 7%포인트 높아졌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국제비교 기준에서 상당히 폐쇄적이다. 취업·가족, 인도적 이유 등 장기이주자 중 취업 관련 이주자 비율은 1%(700명)다. 주요 7개국(G7) 평균은 18.7%다. 최근 들어 노동시장을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있는 일본이 57%(6만6000명)로 가장 높고 캐나다 30%(9만6000명), 프랑스 14%(4만명)의 순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평균적으로 인구 10명 중 1명 이상이 외국에서 태어났으나 외국에서 출생한 우리나라의 인구비율은 2%로 G7 국가 평균 13.3%와 10%포인트 이상 차이 난다. G7 국가 중 독일이 16.1%로 가장 높고 영국 14%, 미국 13.6% 등이다. 일본은 한국과 같이 2% 인구만이 외국에서 태어났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