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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시장 봄바람 불어도, 알바로 내몰리는 청춘

중앙일보 2021.05.18 00:04 경제 4면 지면보기
주당 36시간 또는 고용계약 1년 미만의 일자리로 청년층이 내몰리고 있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이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중앙포토]

주당 36시간 또는 고용계약 1년 미만의 일자리로 청년층이 내몰리고 있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이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중앙포토]

얼어붙었던 취업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지만, 고용의 질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질 좋은 일자리보다는 임시·단기 일자리 위주로 취업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청년(15~29세) 취업자 10명 중 7명은 ‘아르바이트’ 같은 임시직에 내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15~29세 취업자 1년새 18만 증가
10명 중 7명은 임시·단기 일자리
기업들, 코로나로 비정규직 선호
정부는 용돈벌이 일자리만 양산

1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주당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2103만1000명이다. 지난해 같은 달(1526만8000명)과 비교해 576만3000명 늘었지만, 고용 회복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자리가 크게 줄고 일시 휴직자가 크게 늘어난 데 따른 반사(기저) 효과가 컸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상황은 크게 악화했다. 실업난이 이례적으로 심각했던 지난해를 빼고 매년 4월을 비교해 보면 올해 36시간 이상 취업자 수는 2016년(1895만3000명) 이후 최저다. 2년 전인 2019년에 비하면 75만 명 줄었고, 3년 전과 견주면 감소 폭은 137만4000명에 이른다. 또 지난달 36시간 미만 단기 취업자 수는 578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큰 폭(-402만9000명)으로 줄었지만, 2019년 4월과 비교하면 오히려 87만7000명 늘었다. 주 36시간은 하루 근무(주 5일제 기준)로 따지면 7시간 남짓으로, 보통 전일제와 시간제 근무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주당 근무 시간이 짧으면 전일제보다 월 급여가 적고 비정규직으로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
 
주당 근무 시간별 취업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주당 근무 시간별 취업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특히 청년층이 이런 임시·단기 일자리에 내몰리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청년층 일자리 지표는 괜찮다. 통계청에 지난달 청년 취업자는 383만2000명이다. 1년 전보다 17만9000명 늘었다. 2000년 8월 이후 20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하지만 속으로 곪았다. 지난달 청년 취업자 중 ‘임시직’ 근로자는 1년 전 같은 달보다 12만5000명 증가했다. 청년 취업자 증가 폭(17만9000명)의 70% 수준이다. 임시직 근로자는 고용계약 기간이 1개월~1년 미만인 근로자다.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대표적이다. 직업별로 봐도 건설 현장 노동자, 음식 배달원 등 단순 노무 종사자가 9만9000명 증가해 전체 직업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경제위기 때를 제외하곤 주 36시간 이상 취업자 비중이 80~90%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이 흐름이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한 건 최근 들어서다. 일시적이지 않다는 점이 특히 문제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에서 정규직 전일제 근로자보다는 비정규·단기 근로자를 채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 들어 일자리 공백을 노인·청년 단기 ‘알바’ 중심으로 채우기 시작하며 문제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현 정부는 주당 근무 시간이 매우 짧은, 취업자지만 사실상 실업자에 가까운 근로자만 양산하는 단기 근로 중심의 공공 일자리 정책만 중점적으로 펼치고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여파로 여러 계층 가운데 특히 청년이 양질의 일자리에 취업할 기회가 확연히 줄었다”며 “신규 취업 문을 닫은 기업이 채용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기업 기(氣)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조현숙·김기환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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