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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3국 안보협력 호응 땐 백신 파트너십에도 도움

중앙일보 2021.05.18 00:02 종합 6면 지면보기
외교가 속설에 ‘정상 간 외교 행사의 성패를 결정하는 건 결국 사진 한 장’이라는 말이 있다. 2014년 3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앞에서 악수하는 사진이 그랬다. 회담 한 번으로 앙금이 풀렸을 리는 없지만 이를 계기로 한·일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국장급 협의를 시작했다. 3국 장·차관급에서 다양한 고위급 협의체도 가동됐다.
 

문 대통령·바이든·스가 회담 득실은

회담 긍정적 검토 문 대통령
한반도 프로세스 동력 얻을 수도
대중 리스크 일부 감수는 불가피

얻을 게 가장 많은 바이든
중국 견제 한·미·일 협력체제 구축
회담 불발 땐 글로벌 리더십 흠집

가장 머뭇거리는 스가
미국 압박에 한·미·일 협력 호응
보수층 의식 한·일 개선엔 주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생각하는 사진 한 장도 이와 비슷하다. 도널드 트럼프 시대를 지나며 추락한 한·일 관계의 복원이 바이든이 해야 할 일의 목록 상위를 차지한다. 3국 정상이 한데 모이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6월 11~13일, 영국)가 기회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복잡한 득실을 따지면서 ‘3국 정상회의 활용법’을 짚어 본다.
 
한·미·일 정상회의 참여, 각 정상 손익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미·일 정상회의 참여, 각 정상 손익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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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이 3국 안보 협력을 중시하는 배경엔 중국이 있다. 미·중 대결이 심화하는 가운데 바이든이 중국에 대응해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다시 복원하고 북핵에 대응하려면 과거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한·미·일 안보 협력체가 필요하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3국 정상회의를 바라보는 세 정상의 시각은 그야말로 ‘동상삼몽’인데 바이든이 얻을 게 가장 많다”며 “한·미·일이 안보 협력 내실화까지 도모할 수 있으면 가장 좋고, 거기까진 못 가도 세 정상이 마주앉는 모습만으로도 중국에 메시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3국 정상회의가 불발되면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한 바이든의 글로벌 리더십에 흠집이 생길 수 있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 이전의 외교 중심 전략을 복원한다는 차원에서 봐도 핵심 동맹인 한·미·일의 공조가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며 “미국엔 명분과 실리가 모두 걸린 중요한 전략적 고리인 셈”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3국 정상회의 자체는 긍정적으로 검토한다. 21일 한·미 정상회담 전후로 3국 안보 협력 복원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는 건 미국과의 주고받기를 고려해도 나쁠 게 없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중시해 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의 동력을 얻을 수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엔 ‘한·일 관계만 개선하면 한국 정부가 원하는 다른 분야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류도 있다고 한다. 워싱턴 조야의 ‘한국의 대중 경사론’도 불식시킬 수 있다.
 
3각 안보협력 복원이 한·미 백신 파트너십 구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17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번 방미를 백신 협력을 강화하고 백신 생산의 글로벌 허브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3각 안보 구도에 다시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로 결정한다면 ‘대중 리스크’를 일부 감수하는 게 불가피하다. 중국은 한·미·일 안보협력 등을 ‘냉전 동맹의 복원’이라며 반발해 왔기 때문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정부로선 임기 마지막 해에 평화 프로세스가 답보 상태인 만큼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이를 되살릴 필요가 절실하다는 명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물론 강하게 반발하겠지만 3국 정상회의에서 대놓고 힘을 합쳐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결론을 내는 게 아닌 이상은 이런 논리로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무시 전략’을 유지해 온 스가의 입장에서도 3국 정상회의 개최 합의는 대미 메시지가 될 수 있다. 한국과는 갈등해도 미국이 원하는 한·미·일 협력은 적극적으로 임한다는 뜻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바이든의 부담을 덜어주고 미국의 한·일 관계 개선 압박에서 오히려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도 있다. 현재로선 한국은 계속 화해의 손짓을 하는데 일본이 이를 무시하는 구도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은 한국과의 관계 개선엔 인색하지만 한·미·일 협력은 분리해서 본다”며 “3국 협력을 일본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며, 자국 내 정치 여론에서도 이를 활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한·미·일 정상 중 3국 정상회의를 가장 머뭇거리는 쪽은 스가로, 여기엔 일본 국내 정치 상황도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외교 소식통은 “스가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약해지는 가운데 3국 회의의 형식이라 해도 한국과 손잡는 건 일본 내 보수 지지층에 ‘과거사 문제가 여전한데 한국에 양보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바이든의 의지가 강해 3국 정상회의 성사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가 많다. 다만 회의 뒤 공동성명 등 결과물 도출 여부나 내용 등에선 이견이 표출될 가능성이 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공동성명을 낸다면 각기 넣고 싶은 내용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 문제, 한국은 북핵 문제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큰데, 이런 의견 차이를 어떻게 조율할지도 관전 포인트”라고 짚었다.
 
유지혜·정진우·박현주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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