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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의 코멘터리] 더이상 ‘이성윤 지키기’는 무리다

중앙일보 2021.05.17 20:44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 금지 수사 외압 의혹으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차량에 탑승한 채 출근하고 있다.뉴스1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 금지 수사 외압 의혹으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차량에 탑승한 채 출근하고 있다.뉴스1

 
 

이성윤 공소장 내용 유출에 발칵한 정부여당 '감찰'처벌'운운
공소장은 공개원칙,알권리에도 부합..정권말 의혹은 털고가야

 
 
1.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기소되면 물러날 줄 알았습니다. 빗나갔습니다. 지금도 여권에선 ‘이성윤 지키기’란 무리수를 던지고 있습니다. 검찰(수원지검)이 지난 12일 이성윤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작성한 공소장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야단입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14일 ‘유포경위 조사’를 지시했습니다. 대검이 감찰에 나섰습니다.
 
2.추미애 전 장관은 더 쎄게 나왔습니다. 17일 SNS 글에서 ‘(공소장 내용을 유출한 검찰의) 야만적 반헌법적 작태’라 비판했습니다. ‘신속히 조사해 의법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검찰이) 무죄추정의 원칙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기본권에 대해 무신경함으로써 저지르는 인격살인에 대해 자성을 촉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3.신중론자 정세균 전 총리까지 쎄게 나선 점은 의외입니다. 정세균은 17일 광주를 찾은 자리에서 ‘한국 민주주의 발전은 언론과 검찰이 자행한 박해의 역사’라고 운을 뗀 다음..‘선글라스 마스크로 변장한 검사출신 성폭행범의 도주를 막은 사람을 범죄자로 몰아가는 검찰은 도대체 어느나라 검찰이냐’고 일갈했습니다. 성폭행범(김학의) 도주를 막은 사람(이성윤 등)을 범죄자로 몰아가는 검찰(수원지검)을 비난했습니다.  
 
4.사실 공소장에 나온 내용들은 의외였습니다. 충분히 예상가능한 사실들이지만..그런 사실이 공소장에 명시됐다는 점에선 예전과 많이 달랐습니다.  
이성윤 공소장인데..조국 당시 민정수석과 박상기 당시 법무장관이 직접 ‘김학의 불법출국금지 사건에 대해 조사하지 말라’고 안양지청에 압력을 넣었다는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조국과 박상기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함을 은연중에 담고 있습니다. 정권말이 다가올수록 검찰이 무서워집니다.
 
5.이런 공소장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기본적으로 재판은 공개가 원칙입니다. 이성윤에 대한 공소장 내용 역시 공개되어야 맞습니다. 더욱이 이성윤은 매우 중요한 공적 인물이고, 그의 행위는 전국민적 관심사입니다.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도 당연히 공개되어야 마땅합니다.  
 
6.여권의 반응은 일관성이 없기에 더 설득력이 없습니다.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면 공표하고, 불리하면 비공개하는..전형적인 내로남불입니다.  
공개해야 하는데 안한 건으론..추미애 장관 시절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개입의혹’공소장 비공개가 대표적입니다. 반대로 공개할만한 사실이 아닌데도 기성사실인양 공개한 건으론..‘검언유착사건’이라고 몰고간 한동훈 검사장 사건입니다. 한동훈은 기소되지도 않았습니다. 모두 추미애 작품입니다.
 
7.보궐선거 패배후 민주당은 ‘이런 짓을 않겠다’는 다짐을 보여주느라 바쁩니다. 당이 17일 주최한 ‘성년의 날’간담회에 참석한 20대가 ‘민주당은 공정하게 처리할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고 쏘아붙였습니다. 지난 6일 민주당 초선들이 주최한 ‘쓴소리경청’에서 20대들이 ‘김어준은 성역인가’ ‘민주당이 촛불 대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8.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성윤 지키기’는 전혀 흔들림이 없어 보입니다. 사실 공수처는 현정권이 어렵사리 만들어낸 검찰견제조직이고, 차기 검찰총장은 청와대에서 믿어의심치 않는 동지로 알려져 있는데..왜 중앙지검장 지키기에 이처럼 몰두할까요.  
불안한가 봅니다. 그렇더라도 감추기보다 털고가야 맞습니다.
〈칼럼니스트〉
2021.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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