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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외교, 사진 한장에 달렸다? 한·일에 바이든 원하는 한 컷

중앙일보 2021.05.17 15:41
2014년 3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렸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가운데)을 사이에 두고 박근혜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4년 3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렸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가운데)을 사이에 두고 박근혜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정상 간 외교행사의 성패를 결정하는 건 결국 사진 한장이라는 외교가의 속설이 있다. 2014년 3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한ㆍ미ㆍ일 정상회의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앞에서 악수하는 사진 한장이 그랬다. 회담 한 번으로 앙금이 풀렸을 리는 없지만, 이를 계기로 한ㆍ일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국장급 협의를 시작했다. 이후 3국 간 장ㆍ차관급에서 다양한 고위급 협의체가 가동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생각하는 사진 한장도 이와 비슷하다. 동맹 간 갈등에는 큰 관심이 없었던 트럼프 시대를 지나며 브레이크도 없이 추락한 한ㆍ일 관계 복원이 그의 해야할 일 목록 상위에 위치해 있다. 3국 정상이 한데 모이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6월 11~13일, 영국 개최)가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일단 정상들이 만날 때는 그냥 얼굴이나 보고 끝나는 게 아니다. ‘3국 정상회의 활용법’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복잡한 득실 계산을 짚어봤다.

바이든, 대중 견제 핵심기제 확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바이든 대통령이 3국 안보 협력을 중시하는 배경에는 중국이 있다. 미ㆍ중 간 전략 대결이 갈수록 심화하는 가운데 예고한대로 중국에 대응해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다시 쓰려면 과거의 북핵 대응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한ㆍ미ㆍ일 안보 협력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3국 정상회의를 바라보는 세 정상의 시각은 그야말로 ‘동상삼몽’인데, 바이든 대통령이 얻을 것이 가장 많다. 한ㆍ미ㆍ일 간 안보 협력 내실화까지 도모할 수 있으면 가장 좋고, 거기까지는 못가더라도 세 정상이 마주앉는 모습 자체만으로도 중국에 주는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 질 바이든 박사.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 질 바이든 박사. EPA=연합뉴스.

이처럼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끌어 한자리에 앉히려는 구도 속에 3국 정상회의 불발시 오히려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한 바이든 행정부의 글로벌 리더십에 다소 흠집이 생길 수도 있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 이전의 외교 중심 전략을 복원한다는 차원에서 봐도 미국의 핵심 동맹인 한ㆍ미ㆍ일 간 공조가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미국에겐 명분과 실리가 모두 걸린 중요한 전략적 고리인 셈”이라고 말했다.
  

文, 평화프로세스 재가동 동력 부여

정부도 3국 정상회의 자체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21일 한ㆍ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미국의 3국 안보 협력 복원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는 것은 미국을 상대로 한 주고받기를 고려해도 나쁠 게 없다.
 
특히 이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중시해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 내에는 ‘한ㆍ일 관계만 개선한다면 한국 정부가 다른 분야에서 원하는 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류도 있다고 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3각 안보협력 복원 참여가 한·미 간 백신 파트너십 구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17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번 방미를 백신 협력을 강화하고 백신 생산의 글로벌 허브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40회 스승의 날'인 15일 영상을 통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제40회 스승의 날'인 15일 영상을 통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3각 안보 구도에 다시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로 결정한다면 ‘대중 리스크’를 일부 감수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중국은 한ㆍ미ㆍ일 안보협력 등을 ‘냉전 동맹’의 복원이라며 강하게 반발해왔기 때문이다. 워싱턴 조야에서 제기돼온 한국의 ‘대중 경사론’을 불식시키는 것과 동전의 양면 같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대해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정부로서는 임기 마지막해에 평화 프로세스가 답보 상태인 만큼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이를 되살릴 필요가 절실하다는 명분이 확실하다”며 “중국은 물론 강하게 반발하겠지만, 3국 정상회의에서 대놓고 힘을 합쳐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결론을 내는 게 아닌 이상은 이런 논리로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가, 美 관계 개선 압박서 우위 확보

‘한국 무시 전략’을 유지해온 스가 총리 입장에서도 3국 정상회의 개최 합의는 대미 메시지의 의미가 있다. 한국과는 갈등하더라도 미국이 원하는 한ㆍ미ㆍ일 협력만은 별개로 보고 적극적으로 임한다는 뜻이 될 수 있어서다.
 
이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미국의 한ㆍ일 관계 개선 압박에서 오히려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도 있다. 현재로선 한국은 계속 화해의 손짓을 하는데, 일본이 이를 철저히 무시하는 구도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5일 오후 일본 총리공관 앞에서 취재에 응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5일 오후 일본 총리공관 앞에서 취재에 응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은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는 인색하지만, 한ㆍ미ㆍ일 협력은 분리해서 보고 있다. 여기엔 3국 협력은 충분히 일본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며, 국내 정치적 여론에서도 이런 점을 충분히 활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한ㆍ미ㆍ일 중에 3국 정상회의 개최에 가장 머뭇대는 쪽은 스가 총리인데, 여기엔 일본 국내정치적인 상황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교 소식통은 “스가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약해지는 가운데 3국 회의라는 형식이라 해도 한국과 손을 잡는 게 국내 보수 지지층에게는 ‘과거사 문제가 여전한데 한국에 양보한다’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가 강한만큼 3국 정상회의 성사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다만 회의 뒤 공동성명 등 결과물 도출 여부나 내용 등을 두고 이견이 표출될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공동성명을 낸다면 각기 넣고 싶은 내용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당장 미국은 중국 문제, 한국은 북핵 문제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큰데, 이런 부분에서 의견 차이가 어떻게 조율될지도 관전 포인트”라고 짚었다.
    
유지혜ㆍ정진우ㆍ박현주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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