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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들 “외국인 유아학비 지원하자”…교육부 “한국인 우선”

중앙일보 2021.05.17 12:00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3월 26일 오후 신학기를 맞아 다문화 학교인 서울 용산구 서울보광초를 방문, 방과 후 다문화 한국어반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3월 26일 오후 신학기를 맞아 다문화 학교인 서울 용산구 서울보광초를 방문, 방과 후 다문화 한국어반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연합뉴스

17개 시·도교육감이 외국 국적 유아에게도 유치원 학비를 지원하자고 정부에 제안했다. 현재 외국 국적 미성년자는 초·중·고등학교 학비 혜택은 받지만, 누리과정 지원은 받을 수 없다.
 
17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교육감협의회)는 정부에 외국 국적의 만 3~5세 유아에 대한 유아 학비 지원을 건의한다고 밝혔다. 이 안건은 지난 13일 개최된 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 결의됐다.
 
현재 정부는 공립·사립유치원을 다니는 유아에게 각각 월 13만원, 33만원의 교육비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유아 학비 지원 지침'을 통해 외국 국적 유아는 지원 제외 대상으로 명시했다. 난민인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지원한다.
 
교육감협의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외국 국적 유아 4211명(국공립 2384명, 사립 1827명)이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서울에만 총 667명, 경기에 1469명이 있다. 이들에 대한 학비 지원이 이뤄질 경우 연간 약 105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시교육청 "국적으로 지원 배제, 정의롭지 않아"

17일 오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교육청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유아 학비를 지원하지 않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정부가 외국 국적 유아 학비 미지원 문제를 비롯해 어린이집에 다니는 외국 국적 아동 보육료 미지원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모든 아동에게 차별 없는 유아교육 기회를 보장해달라"고 밝혔다.
 
일부 지역은 교육부 지침과 달리 자체 예산으로 외국 유아에 대한 학비 지원을 하고 있다. 외국인 비율이 높은 경기 안산시는 2018년부터 외국인 유아 학비 지원 사업을 실시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4월 안산·시흥·포천·부천 등 4개 지자체 외국인 유아에게 1년간 학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시범 시행한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도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아동양육한시지원금'을 외국 국적 학생에게 지원한 바 있다.
 

교육부 "한국인 우선 지원이 법 취지…확대는 신중해야"

세종시 교육부 세종청사 전경

세종시 교육부 세종청사 전경

교육부는 현행법상 지급 대상을 외국 국적 유아로 넓히는 건 어렵다는 입장이다. 유희승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장은 "교육기본법은 한국 국적자를 우선 고려해서 교육 지원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며 "교육 복지를 외국인까지 똑같이 제공하는 건 복지 체계의 큰 틀을 바꿔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외국 국적 초·중·고 학생에게는 무상교육 혜택이 제공되고 있어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유희승 과장은 "초·중·고 무상교육은 특정인을 지원한다는 개념과 다르다"며 "직접 학비를 지원하는 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서울시·서울시의회와 논의해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외국 국적 유아 지원을 위한 조례 개정을 제안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기도는 '경기도교육청 다문화 교육 진흥 조례'를 개정해 외국인 학생 지원의 근거를 마련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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