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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과도한 종부세 부담, 이제라도 대폭 낮춰야

중앙일보 2021.05.17 00:28 종합 29면 지면보기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부과 기준을 잘못 운용해 납세자에게 지나친 부담을 지우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종부세 도입 명분이 잘못됐다는 점이다. ‘국세와 지방세의 조정 등에 관한 법률’ 4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 법에서 규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과세물건(課稅物件)이 중복되는 어떠한 명목의 세법(稅法)도 제정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종부세 과세 대상은 지방세 세목인 재산세 과세 대상과 완전히 겹친다.
 

종부세 내려고 돈 빌리는 상황
납세자 고통 주는 세제 개혁해야

정부는 2005년 종부세 도입 당시 위 조항을 의식해 종부세를 같은 법 2조의 국세로 신설했다. 이러한 입법은 형식적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4조가 담고 있는 ‘국세와 지방세에 새로운 세목을 신설할 때 이중과세의 성격이 있는 것은 신설하지 말라’는 실질적 의미를 퇴색시킨 입법 형태다. 나아가 법인세·소득세 등 일반 내국세는 징수액의 19.24%를 지방교부세 재원으로 사용하지만, 종부세의 경우 100% 지방교부세 재원으로 사용되므로 종부세와 지방세는 재원 성격도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종부세는 재산세와 동일한 과세 대상에 부과되고 재원 용도도 동일해 실질적 지방세 범주에 속하는 세목임에도 4조를 회피하기 위해 국세 세목으로 신설하고 어색한 이중과세 조정을 해준다는 점에서 조세법 측면에서 논리가 닿지 않는다.
 
양도소득세의 경우 양도 차익이 크면 부담하는 세액이 크더라도 그 거래로 인해 발생한 현금 범위 내이므로 납부 세금을 빌려 납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유세에 대해 고율 세액을 부과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정부가 부과하는 보유세 부담액이 과도하다면 부담할 세액으로 인해 돈을 빌리는 상황까지 벌어져 가렴주구(苛斂誅求)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종부세는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곱하고 여기에 세율을 곱하는 구조로 돼 있다. 공시가격은 국토교통부가 정하고, 공정시장가액 비율과 세율은 각각 종부세법 시행령과 종부세법에 규정돼 있다. 문재인 정부는 종부세 계산 항목 중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현실화하고, 세율은 인상했다. 결과적으로 3가지 항목이 모두 올랐다.
 
공시가격이 여태껏 부동산 가격의 60~70%를 유지한 것은 부동산 가격 성격상 정확한 시가를 추적하기 힘들뿐더러 시세에 근접하는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게 상황에 따라 시가를 추월할 수 있고, 산출 세액이 납세자 부담을 과도하게 증가시키기 때문에 이를 암묵적으로 고려한 것이다. 또 공시가액은 재산세·종부세 등 보유세 세액 산정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건강보험료 등 다양한 준조세 부담액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보유세를 높이기 위해 공시가격을 조정한다는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종부세 도입 시기에 종부세 부담이 너무 커서 조세 저항이 강력해지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1보다 작은 숫자를 곱해 세 부담을 줄여주려고 했다. 그러나 현 정부는 과도한 세 부담을 줄여주려고 도입했던 비율을 이제는 시가를 100% 반영시키려는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현 정부는 종부세법 개정 시 공시가격, 공정시장가액 비율, 세율의 3가지 요소를 곱해 산출된 금액이 과도한지에 대한 고려를 먼저 해야 했다. 최종 산출액이 납세자에게 적정한 부담이 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보다 처음부터 목적에 부합되지 않은 공시가액이나 공정시장가액 비율의 현실화에만 관심을 가진 것이 패착이다. 단기적으로는 종부세 부담을 과도하지 않은 수준으로 대폭 낮추고 장기적으로는 국세인 종부세를 지방세인 재산세에 편입하는 것이 합리적 대안이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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