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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서 날고 긴다는 10명 모았다, MZ사로잡은 던스트 비결

중앙일보 2021.05.16 06:00
LF본사 1층 던스트 쇼룸에서 만난 유재혁 ㈜씨티닷츠 대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던스트 제품을 입었다. [사진 LF]

LF본사 1층 던스트 쇼룸에서 만난 유재혁 ㈜씨티닷츠 대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던스트 제품을 입었다. [사진 LF]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패션업계가 지난해 직격탄을 맞았다. 그런데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 코로나19를 기회로 삼아 훨훨 난 신생 브랜드가 있다. LF(옛 LG패션)의 ‘던스트(Dunst)’다. 던스트는 2019년 2월 LF의 사내 벤처프로젝트로 시작한 브랜드다. 론칭 2년 2개월 만인 지난 지난달 LF에서 분사해 별도의 독립법인 ㈜씨티닷츠를 설립했다. 한 패션 브랜드가 이익을 내기 위해 통상 5년 이상이 걸리지만 던스트는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다. 던스트를 론칭한 이는 유재혁(39) LF 패션리서치 과장. 그는 이제 어엿한 LF 계열사가 된 ㈜씨티닷츠의 대표가 됐다.    

[잡썰⑨] LF서 ‘던스트’ 히트시킨 유재혁 시티닷츠 대표

 
“3~4년 전부터 스트리트 캐주얼 패션이 눈에 띄게 성장하는 게 보였어요. 1990~2000년대생인 MZ(밀레니얼+Z)세대 트렌드를 빨리 읽고 그들이 원하는 옷을 만드니 무명의 브랜드도 온라인에서 불티나듯이 팔렸죠. 왜 우리는 이런 시도를 못 하는지 답답했어요.”
 
14일 서울 신사동 LF 본사에서 만난 유 대표의 말이다. 2018년 여름, 당시 과장이었던 그는 오규식 LF 부회장의 집무실을 노크했다. 유 대표는 “잘 나가는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를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고 신규 브랜드 론칭을 건의했다. LF도 MZ세대의 젊은 소비자를 만족시킬 패션 브랜드 사업을 고민하던 시기였다. 오 부회장은 과장급 직원에게 신규 브랜드 론칭을 맡기는 모험을 단행했다. 
 
 
유 대표는 “기존의 메가 브랜드팀과는 다르게 움직이는 새로운 차원의 조직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브랜드명부터 디자인·기획·생산·영업·마케팅 등 모든 의사결정이 LF 임원과 대표의 결재 없이 이뤄졌다.
 
유 대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인재 영입이었다. 패션·건축·사진·그래픽 등을 전공한 20대를 인스타그램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직접 찾아 다이렉트메시지(DM)를 보냈다. 이렇게 모인 던스트팀 10여 명은 주별, 월별로 트렌드를 분석하며 ‘요즘 스무 살은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는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했다. 너무 튀지 않으면서 ‘스타일리시 핏’의 캐주얼이란 콘셉트를 잡고 매 시즌별로 아이템을 발 빠르게 선보였다.
 
던스트의 2021 S/S(봄/여름)시즌 화보. 테일러드 재킷과 셔츠, 턴업 청바지 등 클래식 캐주얼 아이템이 대표 상품이다. [사진 LF]

던스트의 2021 S/S(봄/여름)시즌 화보. 테일러드 재킷과 셔츠, 턴업 청바지 등 클래식 캐주얼 아이템이 대표 상품이다. [사진 LF]

 
무신사·29CM·W컨셉 등 MZ세대가 좋아하는 패션 편집숍에서 앞다퉈 입점 요청이 들어왔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매 시즌 판매 상위에 오르자, 일본·중국·대만의 바이어들이 던스트 제품을 사 가기 시작했다. 지난해 가을/겨울(F/W) 파리 패션 위크에도 쇼룸 입점 초대를 받아 전 세계 백화점과 편집숍 바이어의 관심을 받았다. 
 
유 대표는 던스트의 성공 비결에 대해 “패션 트렌드에 맞춰 소비자가 원하는 옷을 시시각각 만들어 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단순한 공식이 의외로 LF 같은 패션 대기업에선 어려웠다. 그는 “대기업은 결재 라인이 많아 시작하려면 이미 트렌드가 끝나 있을 때가 많다”며 “또 헤지스·닥스처럼 기존에 성공한 브랜드가 있다 보니 늘 새로운 브랜드 론칭이 어려웠다”고 떠올렸다. 그는 정형화가 된 옷을 만들고 싶지 않아 던스트 브랜드명도 고대 유럽어로 ‘형체가 없는’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던스트의 2021 S/S(봄/여름)시즌 화보. [사진 LF]

던스트의 2021 S/S(봄/여름)시즌 화보. [사진 LF]

 
유 대표는 던스트를 MZ세대를 겨냥한 온라인 채널에서만 판매했고, 유통 마진을 줄여 사회초년생이 살 만한 합리적인 가격대로 선보였다. 코로나19가 터졌지만, 오히려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다. 사람들이 외출을 꺼려 백화점에서 팔던 기존 브랜드는 매출이 꼬꾸라졌지만 던스트는 론칭 2년 만에 매출이 네 배로 증가했다. 
 
던스트가 입소문이 나며 올해 들어 더현대서울·롯데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도 던스트를 입점시키고 싶다는 전화가 쇄도했다. 지난해 말 갤러리아백화점에서 팝업 매장을 열었는데 3주간 1억원 매출이 나왔다. 하지만 유 대표는 “오프라인 매장에 상설 입점을 모두 거절했다”며“앞으로도 온라인 기반으로만 팔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던스트를 오프라인에서 볼 수 있는 곳은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연 LF 본사 1층 쇼룸이 유일하다. 
 
던스트를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고수하려는 이유는 역시 트렌드를 발 빠르게 반영하기 위해서다. 오프라인 매장 운영 시 입점 수수료, 인건비 등 부대 비용이 많이 드는 탓도 있다. 유 대표는 “연 매출 1000억원이 넘어도 트렌드에 발맞추지 못해 영업이익이 계속 떨어지는 것보다 연 매출 100억을 내도 10~20%씩 수익을 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재혁 대표가 던스트 쇼룸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LF]

유재혁 대표가 던스트 쇼룸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LF]

 
지난 10여년 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업무 환경 속에 캐주얼한 옷을 입는 것이 대세가 됐다. 특히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활성화가 되면서 캐주얼 패션은 계속해서 수요가 늘어날 거란 예상도 깔렸다. 유 대표는 향후 씨티닷츠를 통해 남녀 구분 없이 입을 수 있는 유니섹스용인 던스트에서 차별화한 남성·여성복 온라인 브랜드를 추가로 론칭할 계획이다. 글로벌 온라인 채널을 통해 판매를 확대할 예정이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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