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윤석만의 뉴스뻥] DJ정부가 시작한 자사고…文정부는 왜 끝내 없애려 하나

중앙일보 2021.05.15 06:00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입시명문고가 되어버린 외국어고, 자사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단계적으로 전환하겠습니다.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어갈 것입니다.“ - 문재인 대선 후보. 2017년 3월 22일
 이건 뻥이 아닙니다. 전국의 자사고, 외고가 2025년부터 모두 사라집니다. 대통령이 실천한 몇 개 안 되는 공약중 하납니다. 문제는 그 내용이 잘못됐고, 절차도 공정하지 않다는 겁니다.  
 원래 정부는 5년마다 평가를 하면서 실력이 없는 자사고, 외고를 추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2019년 자사고 평가 당시 교육청들이 무리수를 뒀습니다. 합격 기준을 60점에서 70점으로 갑자기 올리고, 이를 소급 적용한 겁니다.
 그 결과 서울에선 8개 자사고가 무더기 탈락했습니다. 자사고들은 곧바로 행정소송을 냈고, 지난 2월부터 판결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법원은 모두 자사고의 손을 들어줬고요. 절차적 정당성이 없었다는 이윱니다.  
 

상산고 학생들 "교육적폐냐"

 2019년 전주의 명문 상산고도 탈락 위기에 놓였습니다. 커트라인을 갑자기 80점으로 높였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자사고 폐지라는 목표를 정해 놓고 평가 기준을 조작한 것이란 비판이 나왔습니다.  
 당시 상산고 학생들은 청와대를 방문해 직접 쓴 편지 396통을 전달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폐지돼야 할 교육적폐인지는 정치적 논쟁사항이다. 그러나 평가 기회는 평등해야 한다.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면 결과는 정의로울 수 없다.”
 그렇다 보니 당시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죠. 국회 교육위에서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간사)은 “평가 기준이 다른 지역과 다르게 예를 들면 80점으로 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인지, 타당한 것인지 등을 짚어보겠다”고 했습니다.
 그 결과 교육부는 반대 여론을 의식해 전북교육청의 지정취소 결정을 거부했습니다.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된 거죠. 하지만 다른 학교들은 지정취소가 돼버렸고,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내기 시작한 겁니다.  
 

2025년 75개 자사고 등 사라져 

 문제는 교육부가 아예 시행령을 고쳐 2025년 자사고와 외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한 겁니다. “시행령 개정으로 자사고를 일괄 폐지하는 것은 맞지 않다”(2019년 6월 24일 기자간담회)던 유은혜 교육부 장관의 말이 바뀐 겁니다.
 결과적으로 점진적인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던 정부 계획은 뻥이 됐습니다. 그 결과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고교에 입학하는 2025년에는 전국 38개 자사고와 37개 외고·국제고가 모두 사라집니다.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습니다. 자사고와 외국어고 등이 헌법 소원을 냈기 때문입니다. 교육권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 권리인데, 이를 시행령으로 제한하는 건 잘못이란 논리입니다.
 자사고의 원조인 자립고는 김대중 정부에서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정권마다 정책은 달랐지만 교육 다양성이란 가치는 꾸준히 유지돼 왔죠.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왜 교육을 평준화 하고 거꾸로 가려는 걸까요.  
 
배너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