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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환 曰] 명의는 바라지도 않지만…

중앙선데이 2021.05.15 00:28 736호 30면 지면보기
한경환 총괄 에디터

한경환 총괄 에디터

명의는 고사하고 의사라면 먼저 환자 상태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오진해서는 환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 없다.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정확한 진단 의사 과연 있느냐가 문제
임기 말 패러다임 변화 없인 실패 귀착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특별연설과 질의응답에서 부동산, 코로나 백신 수급과 K 방역, 경제, 청문회와 인사 문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대북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피력했다.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우리 사회에 대한 진단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일반 국민의 눈높이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오진이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니 당연히 진료가 핀트를 빗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과연 제대로 진단을 내리겠다는 의사(意思)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무릇 의사라면 잘못된 부분은 감출 것이 아니라 솔직히 커밍아웃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심판받았다”고는 했지만 기존의 정책 노선을 바꿀 생각이 없다는 점을 밝혔다. 아픈 데는 있지만 고칠 마음은 없다는 표시다. 기존의 믿음을 확증하기 위해서 새 정보를 편향된 방식으로 수집하고 해석하는 경향을 확정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한다. (『슈퍼 씽킹』, 까치)
 
문 대통령은 또 “능력은 제쳐 두고 흠결만 따지는 청문회가 문제”라며 오히려 청문회 자체를 새삼스럽게 문제 삼으며 장관 후보자들을 옹호하기에 바빴다. 결국 처방도 기대 이하였다.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기는 했지만 김부겸 국무총리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들은 여론과 야당의 반대에도 임명을 강행했다. 우리는 얼마 전 부적격자 낙인이 찍혔던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중도하차하는 결말을 보지 않았나. 흠결 많은 사람들이 내각에 대거 포진하고 있으니 국정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있겠나.
 
수사 외압 의혹으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해서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잘못을 시정하는 것은 창피해하거나 자존심 상할 일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 할 때 신뢰 회복과 지지율 상승에 도움을 줄 것이다. 결코 밑지는 장사는 아닐 것이다. 집권 마지막 해인 5년 차에 들어간 대통령과 정부는 이제라도 솔직하게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언제까지고 덮으려고만 한다면 더 큰 상처만 남길 것이다.
 
대통령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호도하는 세력들은 지금 주변에 넘쳐난다. 이들은 한때는 권력창출에 혁혁한 공을 세웠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은 지지율을 깎아 먹게 만드는 ‘1등 공신’들이다. 야당 쪽에서 의도적으로 보낸 ‘트로이의 목마’에 숨겨진 저격수들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시중에는 그동안 편향보도 논란이 일었던 교통방송(TBS)의 시사 프로그램 ‘뉴스공장’의 진행자 김어준씨가 계속 남아야 야당에 유리할 수 있다는 ‘엉뚱한’ 발상이 거론되기도 했다. 오죽하면 그런 말들이 나오겠는가. 조국·추미애 논쟁 때도 그들이 계속 활동해 주기를 바랐던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흑백사고 대신 회색사고다. 진실은 흑과 백 사이 어디쯤의 회색 영역에 있다. 가톨릭 교회에서 성자를 시성(諡聖)할 때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 악마의 관점을 대변하는 ‘악마의 변호인 입장’을 활용한 적이 있다. 잘못된 결정을 피하기 위해서다.
 
‘시장 실패’ 우려가 지나쳐 ‘정부 실패’나 ‘정책 실패’로 이어지지나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 마지막 코너를 도는 이 정부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 명의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평범한 의사라도 돼 환자는 일단 살리고 봐야 할 것이다.
 
한경환 총괄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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