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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이재용 사면론’ 기류 변화, “문 대통령 각계 의견 청취 중”

중앙선데이 2021.05.15 00:21 736호 3면 지면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둘째)이 지난해 10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반도체 장비업체 ASML를 방문해 생산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둘째)이 지난해 10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반도체 장비업체 ASML를 방문해 생산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중앙포토]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논의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청와대 내부 사정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4주년 기자회견 때 두 전직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면 문제와 관련해 ‘여러 의견을 듣겠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며 “문 대통령이 실제로 다양한 채널을 통해 각계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반도체·백신 해법에 삼성 역할 기대”
필요성 강조하는 민주당 의원 늘어

“조만간 여당 내 사면 논의 본격화”
여론조사는 사면 찬성 64~76%

민주당 내부 분위기도 전과 달라졌다. 지금까지 민주당은 “사면은 대통령 권한으로 당에서 논의하진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밝혀 왔다. 특히 새해 벽두에 이낙연 당시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꺼냈다가 역풍을 맞은 뒤로는 사면 얘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터부시돼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의원들 사이에서도 “내부 기류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사석에서도 사면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계기가 된 것은 최근 달라진 문 대통령의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사면과 관련해 두 차례 공개 발언을 했는데 뉘앙스가 사뭇 달랐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 때는 두 전직 대통령 특별 사면과 관련한 질문에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선고가 끝나자마자 사면을 말할 권리는 없다”며 “과거의 잘못을 부정하고 재판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차원의 사면 움직임은 국민의 상식이 용납하지 않고 저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 10일 취임 4주년 연설에서는 “전임 대통령 두 분이 수감 중이라는 사실 자체가 국가로서는 불행한 일”이라며 “고령이시고 건강도 좋지 않다고 하니 더더욱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통합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하고 사법 정의, 형평성, 국민 공감대 등을 생각하면서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사면 논의 자체를 차단했던 지난 1월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이 부회장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 우리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 높여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국민의 많은 의견을 들어 판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흘 뒤인 지난 13일엔 평택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해 “불확실성에 맞서 더욱 적극적으로 선구적 투자에 나서 주신 기업인들의 도전과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민주당 내 사면 논의가 활발해진 또 다른 계기는 삼성전자의 역할이 강조되는 반도체와 코로나19 백신 문제가 오는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삼성전자의 반도체가 한·미 정상회담의 지렛대로 쓰이고 있고 더 나아가 삼성을 통한 백신 생산까지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민생 회복을 통한 지지율 반등이 절실한 민주당의 목표와도 맞아떨어지면서 사면과 관련한 당내 기류가 확실히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출신인 양향자 의원도 “사면은 삼성이나 이 부회장을 위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반도체 경쟁에 대한 위기의식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청와대와 여당의 달라진 기류가 포착되면서 재계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오는 19일 석가탄신일에 단행될 가석방 대상에 포함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1일 가석방 심사 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결재하면서 이러한 관측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석가탄신일 날짜가 임박한 상황에서 현재까지 이 부회장 가석방은 논의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법조인 출신으로 원칙을 중시하는 문 대통령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쉽게 원칙을 바꾸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럼에도 이 부회장의 경우 활동에 일정한 제약이 수반되는 가석방보다 사면이 낫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여권 내부 기류를 전하며 “시간적으로도 너무 빠듯한 석가탄신일보다는 8월 15일 광복절 특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주변에선 “문 대통령도 여당 내에서 조만간 사면 논의가 본격화될 거란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의사 결정 과정에서 여당 의견이 차지하는 무게감이 커질 수밖에 없고, 그런 차원에서 국민 여론을 살펴 결정해야 하는 사면 역시 당의 건의를 받는 형식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당내에선 국민 공감대를 좀 더 확인하자는 의견과, 기업이 할 수 있는 역할을 감안해 이 부회장이 일선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 공존한다”며 “찬반을 떠나 이제 당 차원에서 공론화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인사도 “여론 지표를 잘 살피고 각계각층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 13일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공동 여론조사에서 이 부회장 사면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64%로 반대(27%)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지난 11일 시사리서치 여론조사에서도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찬성은 76%, 반대는 21.9%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강태화·김준영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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