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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안바이오·형지I&C, BW 사모 대신 공모로 정면돌파

중앙선데이 2021.05.15 00:20 736호 13면 지면보기

실전 공시의 세계

최근 코스닥 시장의 두 회사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공시를 냈습니다. ‘공모’라는 점이 퍼뜩 눈에 띕니다. BW나 CB(전환사채)는 회사채이면서 투자자가 발행 회사에 신주 발행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돼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런 채권은 대부분 사모 형태로 발행됩니다. 공모는 흔치 않습니다.
 

‘투기등급’ 신용 탓 기관들 외면
채권·신주요구권 따로 거래 가능

공모는 말 그대로 누구든지 청약해 투자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발행 회사는 투자 리스크 등이 담긴 까다로운 증권신고서를 공시해야 합니다. 지난 11일에는 도료제조 및 바이오헬스 플랫폼(신규사업) 기업 자안바이오가, 지난달 23일에는 패션기업 형지I&C가 각각 300억원, 150억원의 공모BW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공시했습니다.
 
신주요구권을 붙여 투자 매력도를 높인 BW를 발행해야만 자금조달이 가능한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 회사 상황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대변합니다. 두 회사가 발행하는 BW에 대해 신용평가사가 매긴 등급은 각각 B-, B+입니다. B등급은 ‘채무상환 능력이 부족하고 안정성이 가변적이며, 투기적 요소가 있다’고 판단할 때 부여합니다.
 
CB나 BW를 사모 발행할 경우에도 투기등급 채권이라면 정상적인 일반 기관투자자를 끌어들이기가 여의치 않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로 일반 투자자의 자금을 끌어오는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공모BW에는 사모BW나 CB와는 다른 큰 차이점이 하나 있습니다. 채권과 신주발행요구권(신주인수권증서)를 따로 거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투자자 A씨가 CB에 100만원을 투자했고 주식전환가격이 1만원이라 해 보겠습니다. 주가가 1만5000원이 되면 A씨는 투자원금 100만원 대신 주식 100주를 주당 1만원에 받아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사채원금을 신주대금으로 넣는 셈입니다.
 
투자자 B씨는 공모BW(신주요구가격 1만원)에 100만원을 투자했습니다. 주가가 1만5000원이 되었을 때 B씨는 사채원금 100만원을 그대로 두고, 회사에 신주 100주 발행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신주대금을 따로 납입해야 합니다. 대신 시세차익을 챙기는 한편 사채원금은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에 사채 이자를 지속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방법은 BW의 신주요구권(신주인수권증서)만 따로 매각하는 겁니다.
 
공모BW는 사모BW와는 달리 사채와 신주인수권증서를 따로 분리해 상장시킵니다. 투자자 B씨는 신주인수권증서만 따로 팔아 현금화하고, 사채는 보유하면서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어쨌든 공모BW는 증권신고서에 발행 회사 사업 내용과 계획, 재무구조, 장단기 채무상황 및 여러 가지 측면의 투자 리스크가 상세하게 담기기 때문에 신주요구 행사가격과 현재 주가 흐름의 차이 등을 체크해 투자판단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중앙일보·이데일리 등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오랫동안 기업(산업)과 자본시장을 취재한 경험에 회계·공시 지식을 더해 재무제표 분석이나 기업경영을 다룬 저술·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1일3분1공시』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뻔 했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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