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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주식 뛰는데 열달 새 10% 하락…‘금테크’ 괜찮을까

중앙선데이 2021.05.15 00:02 736호 10면 지면보기

안전자산 금의 ‘배신’ 

지난해 은퇴한 김복동(60·가명)씨는 요즘 주변에서 금(金) 얘기만 나오면 속이 쓰리다. 김씨가 퇴직금 약 5000만원을 털어 지난해 7월 구입한 금의 값어치는 현재 10% 넘게 떨어져 있다. 김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2008년 금융위기 때 탄탄한 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던 안전자산인 금의 가치를 믿고 투자했는데 결과적으로 안전한 선택이 아니라 위험한 선택이 됐다”며 “차라리 국내외 증시에 투자할 걸 그랬다”고 하소연했다.
 

유동성 파티에도 약세
“안전하지 않고 위험, 주식 살걸”
믿었던 금 투자자들 전전긍긍

반등-횡보 엇갈린 전망
“인플레 헤지 수요 늘어나 오를 것”
“코인으로 자금 몰려 상승 불확실”

지난해 8월 사상 첫 트로이온스당 2000달러 고지를 돌파(미국 뉴욕상품거래소 기준)하면서 자산 시장을 들썩이게 했던 국제 금값은 이후로 연일 하락, 지난 3월 1600달러대까지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미 나스닥이나 국내 코스피 등 주식 시장이 글로벌 양적 완화 릴레이와 유동성 파티 국면에 초호황을 누린 것과 대비된다. 부동산 가치도 버블(거품) 논란이 일 정도로 급등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만 해도 안전자산으로 각광 받으면서 집중 매수세의 대상이던 금의 이런 ‘배신’에 개인 투자자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 금리 인상 등 긴축 전환 힘들 전망
 
다만 일각에서는 금값이 소폭 반등세로 전환한 지금이 저점 매수 타이밍이란 분석도 나온다. 13일(현지시간) 국제 금값은 온스당 1823.80달러로 3월 말보다 8%가량 반등했다. 최근 흐름을 금값의 본격 반등 신호로 조심스레 보는 전문가들은 경제 과열 신호인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기 시작한 전 세계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등 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지면서 경기 회복세도 두드러지고 있어서다.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4.2%나 급등, 13년 만에 최고치였다.
 
가격 변동성이 작아서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방어) 기능을 해온 금이 이런 상황에서 매력적인 투자처로 다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헤지 목적의 금 수요가 늘면서 금값도 반등 폭을 키울 수 있다”며 “지난해 여름 이후 시세가 많이 눌려 있었던 점까지 고려하면 분산 투자 차원에서라도 (금의) 보유 비율을 높이는 걸 고민해볼 만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가 올해 2월 금값의 12개월 예상치로 2000달러를 제시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당초 지난해 하반기 제시했던 2300달러보다는 낮췄지만, 그래도 현재 가격보다 높은 수치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변수는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우려 해소를 위해 금리 인상 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지난 4일 외신 연설에서 “경제가 과열되지 않도록 금리를 다소 올려야 할 수도 있다”며 당초 계획보다 금리 인상 시점을 조금 앞당길 가능성을 제기했다. 통상 금리가 낮을수록 금의 안전자산 라이벌인 달러 등 통화 가치는 떨어져 반대급부로 금값은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시장은 거꾸로 금리 인상을 금값 상승에 부정적인 신호로 인식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두 가지를 더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다. 하나는 미국이 당장 긴축 전환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 내 부작용 발생 가능성도 가능성이지만, 대외 금융 의존도와 부채 비율이 높은 신흥국들까지 자칫하면 통화 가치와 증시의 폭락 등 큰 타격을 입고 세계 경제가 공황 상태에 빠질 수 있어서다. 2013년 미국이 긴축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신흥국 경제가 충격에 휩싸이고 ‘긴축 발작’이란 용어가 나온 전례도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완전 종식까진 갈 길이 멀어 보이는 지금은 더 위험할 수밖에 없다. 옐런 장관도 파장을 인식한 듯 금리 관련 발언 직후 “(금리 인상을) 예측하거나 권고한 건 아니다”며 급히 수습에 나섰다.
 
암호화폐가 인플레 헤지 수요도 흡수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 연방준비제도도 당분간 긴축 전환이 쉽지 않다고 보면서 가능성을 줄이고 있다”며 “금값의 하방 압력 완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하나는 시장의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금리 인상 자체가 꼭 금값 하락 확률을 높이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예컨대 미국이 금리를 올렸던 2006년과 2016년의 경우 국제 금값도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시장의 속설을 비틀었다. 깜짝 금리 인상이 단행되더라도 막상 금값에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아직 금값의 본격 반등은 불확실하며, 접근에 신중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진종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부터 안전자산, 특히 이자 개념이 없는 귀금속은 지금 같은 리플레이션(경기 침체에 따른 디플레이션에선 벗어났지만 심각한 인플레이션엔 도달하지 않은 상태) 압력에선 투자 매력도가 떨어져 유독 약세였다”며 “올해 금값은 온스당 1550~1850달러 범위에서 횡보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 ‘디지털 금’이라고 칭하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실제 금이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반등 상황에서도 금보다 복원력이 강한 암호화폐로 자금 이동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16세기 영국의 헨리 8세가 국방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화폐에 포함된 금의 순도를 낮추는 식으로 화폐의 양을 늘리다가 화폐 가치가 추락했다면, 현 시대에선 실물이 없는 암호화폐가 실제 화폐는 물론 금의 가치마저 하락시키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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