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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컬렉션 드러난 몸값…쏙 닮은 또다른 '수련' 800억 낙찰

중앙일보 2021.05.14 11:30
12일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798억원에 낙찰된 크로드 모네의 '수련', [사진 Sotherby]

12일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798억원에 낙찰된 크로드 모네의 '수련', [사진 Sotherby]

12일 뉴욕 소더비에서 800억원 가량에 낙찰된 모네의 '수련'. [사진 Sotherby]

12일 뉴욕 소더비에서 800억원 가량에 낙찰된 모네의 '수련'. [사진 Sotherby]

12일(현지시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클로드 모네(1840~1926)의 '수련'이 798억원( 7040만 달러)에 낙찰됐다. 이 그림은 약 4000만 달러(450억원)에 팔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국 견적가 두 배 가까운 금액에 새 주인을 만났다. 
 

뉴욕 소더비 경매 결과
450억 예상 껑충 넘어
15년전 가격 4배 올라

이번 경매에 나온 모네의 '수련'은 최근 삼성가(家)가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의 모네 그림과 크기와 구도가 같고, 제작 시기도 유사해 경매 전부터 주목받아왔다. 결국 이번 경매를 통해 '이건희 컬렉션' 기증품인 '수련' 역시 800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뚜렸해졌다. 이는 국립현대미술관 미술품 구입에 쓰이는 한 해 예산(48억원) 17년 치를 쏟아부어야 모네의 '수련' 한 점을 겨우 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프랑스 인상주의 화풍의 창시자 중 한 명인 모네는 지베르니의 자택 연못에 핀 수련을 주제로 250여 점의 그림을 그렸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그림 역시 '수련' 연작 중 하나다. 모네의 '수련' 연작은 작품 제작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다른 양상을 띠는데, 이번 경매에 나온 '수련'은 모네가 인상파에서 좀 더 추상적인 표현주의로 넘어가던 시기인 1917~1919년에 그려진 것이다.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품 '수련'은 1919~1920년에 제작됐다. 두 '수련'은 크기도 세로 100㎝, 가로 200㎝로 똑같다. 만약 이 그림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되지 않고 해외 경매에 '매물'도 나갔다면 세계 컬렉터들의 경쟁 역시 치열했을 터다. 
 
실제로 모네의 '수련' 연작은 국제 경매에 나올 때마다 주요 작품으로 주목받아왔다. 작품의 인기가 워낙 높아 입찰 경쟁이 뜨겁고, 항상 수 백억원 대에 낙찰돼왔기 때문이다. 이번 경매에서도 '수련'은 수많은 출품작 가운데 최고 낙찰가 기록을 냈다. 
 
모네의 '수련'은 2008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8050만 달러(900억원)에 낙찰된 적 있으며, 2018년 크리스티 경매에선 8400만 달러(947억원)에 낙찰됐다. 2019년 5월 소더비에서는 모네의 '건초더미' 연작이 1억1000만 달러에 판매되기도 했다.  
 
미술전문 매체 아트넷뉴스는 "이번 '수련'은 홍콩과 뉴욕에서 경합을 벌인 끝에 뉴욕 입찰자가 낙찰받았다"면서 "이는 모네 그림 중 다섯 번째로 높은 가격"이라고 전했다. 이 그림의 이전 소장자는 2004년 소더비 경매에서 1680만 달러에 작품을 사들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15년 사이에 그림값이 4배로 껑충 뛴 것이다. 
 
지난달 28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컬렉션' 중 모네의 '수련'.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지난달 28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컬렉션' 중 모네의 '수련'.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족들은 지난달 28일 국립중앙박물관에 2만3000여 점, 국립현대미술관에 1488점의 미술품을 기증했다. 이중 한국 근현대미술 작가 238명의 작품이 1369점, 외국 근대작가 8명의 작품이 119점이다. 이 작품들은 지난달 용인 호암미술관 수장고에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으로 모두 이전됐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작품이 수송되던 날 동원된 5t짜리 무진동 트럭 18대의 행렬이 장관이었다"고 돌이켰다.
 
윤 관장은 이번 기증의 가장 큰 의의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중 근대미술 컬렉션의 질과 양을 비약적으로 도약시켰다는 점"을 첫손에 꼽았다. "희소가치가 높고 수집조차 어려웠던 소장품이 이번 기증으로 크게 보완됐다"는 것이다. 해외 거장의 작품으로는 모네뿐만 아니라 고갱, 피카소, 호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 마르크 샤갈 등도 함께 기증됐다. 
 
미술계 전문가들은 '이건희 컬렉션'의 총 감정가는 약 3조원, 시가는 총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한 화랑 관계자는 "우리는 이제 겨우 '수련' 한 점의 시중 가격을 알게 됐을 뿐"이라며 "앞으로도 기증품과 유사한 작품들의 가치가 하나씩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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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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