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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연히 힘받는 정부 ‘경제 낙관론’…"안심할 때 아니다"

중앙일보 2021.05.14 10:27
‘부진 지속’(3월)→‘부진 완화’(4월)→‘완만한 개선’(5월).
 
내수 시장에 대한 정부의 공식 경기 진단이다. 일부 경제 지표 개선세를 근거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얼어붙은 고용 시장에 대해선 한술 더 떠 “큰 폭으로 개선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기저효과’가 있는 만큼, 성급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14일 발간한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5월호’에서 최근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수출 호조세 등에 힘입어 제조업ㆍ투자 회복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내수가 완만한 개선 흐름을 보이고 고용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그린북은 경제 상황에 대한 정부 공식 평가를 담은 보고서다. 정부가 최근 석 달 펴낸 그린북과 비교하면 미세하지만, 낙관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수출ㆍ투자 등의 개선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용 감소 폭이 축소했으나, 내수 부진이 지속했다”(3월호)

“수출ㆍ제조업 회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내수 부진이 점차 완화하고 고용이 증가로 전환했다”(4월호)

15대 품목별 수출 증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15대 품목별 수출 증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근거는 있다. 4월 수출은 반도체ㆍ석유화학 등 주력 품목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1년 전보다 41.1% 늘었다. 지난 3월 산업생산은 한 달 전보다 0.8% 늘었다. 1년 전보다는 5.8% 증가했다. 서비스업 생산이 전달 대비 1.2%, 1년 전보다 7.8% 각각 늘어난 영향이 컸다. 소비도 전달 대비 2.3%, 1년 전 대비 10.9% 늘어나는 등 ‘보복 소비’에 따른 내수 회복세가 뚜렷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3월에 전월보다 0.5포인트, 향후 경기를 가늠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2포인트 각각 올라 경기 회복 기대감을 키웠다.
 
무엇보다 기대감을 드러낸 근거는 고용 지표다. 지난달 취업자가 2721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5만2000명 늘었다. 지난 3월에 13개월 만에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31만4000명 늘어난 데 이어 증가 폭을 키웠다. 고용률은 66.2%로 전년 대비 1.1%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상용직 일자리가 31만1000명 늘고, 일할 의사가 없는 사람인 ‘비경제활동인구’가 32만4000명 감소하는 등 고용의 질도 나아졌다.
 
점점 오르는 소비자물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점점 오르는 소비자물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4월 물가는 농·축·수산물 가격 강세, 석유류 제품 가격 상승 등 영향으로 1년 전보다 2.3% 올랐다. 전달(1.5% 상승) 대비 상승 폭을 키웠다. 같은 달 전국 주택 매매 가격은 전달 대비 0.71% 올라 전달(0.74%) 대비 상승 폭을 줄였다.
 
정부는 백신 보급과 주요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등으로 세계 경제회복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코로나19확산 세가 여전하고 미국 등을 중심으로 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한 점은 위험 요소로 봤다.
 
정부의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국내 백신 보급이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안이한 평가ㆍ대응은 상황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1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다시 연 0.5%로 동결했다. 내수 부진 장기화를 우려해 금리를 동결했다는 분석이 많다. 한은은 지난해 5월 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로 낮춘 뒤 유지해왔다.
 
코로나 이전 비교 노인고용만 늘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코로나 이전 비교 노인고용만 늘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고용 사정도 좋지만은 않다. 4월 취업자 수가 65만 명 넘게 늘었지만, 비교 대상인 지난해 4월 감소 폭이 47만6000명에 달해 ‘기저효과’가 컸다. 그나마 예산을 들여 만든 공공, 60세 이상 일자리가 많이 늘어난 영향이다.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1조1580억원으로 전년 같은 달(9933억원) 대비 1647억원(16.6%) 증가했다. 실업급여 수혜자도 1년 전보다 8만8000명(13.5%) 늘어난 73만9000명이었다. 역대 최대였던 전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김성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700명대를 기록하면서, 방역 당국 안팎에서 ‘4차 대유행’에 따른 거리두기 강화 필요성이 나온다”며 “방역 고삐를 한층 다시 조일 상황이 오면 내수ㆍ고용도 다시 꺾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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