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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장관 후보자 사퇴…임·노는 임명 강행 수순

중앙일보 2021.05.14 00:02 종합 1면 지면보기
정국의 핵이던 장관 후보자 3명의 임명 문제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한 발 물러서는 결정을 했다.
 

여당, 김부겸 총리 동의안 가결
임·노 청문보고서도 단독 채택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주영국대사관 재직 당시 배우자의 도자기 반입 의혹과 관련해 “공직 후보자로서의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는 국민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장관 후보자로서의 짐을 내려놓고자 한다”는 내용의 사퇴 입장문을 발표했다.
 
박 후보자 자진사퇴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오후 7시에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국민의힘 불참 속에 단독으로 가결처리했다. 민주당은 이어 야당이 지명 철회를 요구해 온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소관 인사청문특위도 잇따라 소집해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국민의힘 불참 속에 채택했다.
 
박 후보자 사퇴는 사실상 청와대와의 조율 이후 나온 결정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국회의 의견을 구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라며 “박 후보자도 여당 내 논의 상황을 인지한 상태로 청와대와 소통해 사퇴의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자진사퇴 형식이지만 문 대통령 의사가 반영된 결정이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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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까지 청문보고서를 보내달라고 국회에 요청하며 세 후보자 임명 강행 의사를 내비쳤던 문 대통령이지만 결국 셋 중 한 명을 물러나게 한 모양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걸 계기로 국회에서 (나머지 후보자) 청문 절차가 신속하게 완료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임혜숙·노형욱 후보자는 임명 수순을 밟겠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한 명 자진사퇴했으니 나머지는 임명하겠다는 식의 숫자놀음은 안 된다.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은 장관이 돼선 안 된다”(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고 반발하며 문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고 나서 정국 긴장은 계속 고조되고 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임·노 후보자의 부적절한 행위는 박 후보자의 것보다 크면 컸지 결코 작지 않다”며 이들의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박 후보자의 낙마는 지난달 16일 지명 이후 27일 만이다. 당초 무난한 청문회 통과가 예견됐지만, 주영국대사관 재직 당시 배우자가 1250여 점의 현지 도자기를 이삿짐으로 반입해 판매했다는 ‘도자기 의혹’을 결국 넘지 못했다.
 
임·노 후보자가 아닌 박 후보자의 사퇴 배경과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여성 장관이 부족하다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안다”며 “논란을 빨리 가라앉히는 방향의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족 동반 외유성 해외 출장, 논문 표절, 아파트 다운계약서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인 임 후보자 ‘엄호’가 젠더 이슈로 부각되는 양상은 여권에 뜻밖의 난감한 상황이 됐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처음부터 여성 장관 30%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임 후보자를 어떻게든 살리고 박 후보자는 아무도 안 도와주면서 자진 사퇴를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야당에선 “임 후보자의 결격사유가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임명을 밀어붙이겠다고 하면 그것은 여성에 대한 모독이자 매우 성차별적인 인식”이란 비판도 나온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나 SNS 등에서도 “박 후보자가 무슨 죄냐” “남성 역차별 아니냐” 등 댓글이 올랐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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