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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성폭행' 왕기춘 2심도 징역 6년…"위력에 의한 간음"

중앙일보 2021.05.13 11:20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법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구속된 전 유도국가대표 왕기춘이 지난해 6월 26일 대구지방법원에 도착해 법무부 호송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뉴스1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법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구속된 전 유도국가대표 왕기춘이 지난해 6월 26일 대구지방법원에 도착해 법무부 호송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뉴스1

미성년 제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왕기춘(32) 전 유도 국가대표 선수가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징역 6년형을 선고 받았다. 앞서 왕씨는 지난해 11월 20일 1심에서 징역 6년형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수강, 8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 명령을 선고 받았다.
 
대구고법 형사1-2부(부장 조진구)는 13일 왕씨와 검찰 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며 이같이 선고했다. 검찰에 따르면 왕씨는 2017년 2월 26일 자신이 운영하는 체육관 제자인 A양(10대)을 성폭행하고 2019년 2월 같은 체육관 제자인 B양(10대)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2019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자신의 집이나 차량에서 B양과 10차례에 걸쳐 성관계해 아동복지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위력에 의한 간음이 아니었다는 왕씨의 주장에 대해 “피해자(A양)가 당시 고등학생으로 체육관에 등록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집으로 오게 한 뒤 신체 접촉을 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갑자기 간음했다”며 “피해자가 입고 있던 청바지가 찢어진 점, 집에 둘뿐이었던 점, 둘의 체격 조건 차이 등으로 미뤄 위력에 의한 간음이었던 점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성관계 과정에서 폭행이 없었다는 데 대해서도 “위력에 의한 간음 여부는 물리적 폭력뿐 아니라 가해자의 지위나 피해자의 연령, 둘 사이의 관계, 사건 경위 등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B양과 연애 감정을 갖고 사귀고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피해자(B양)는 미성년자로 성관계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는 등 경험이 없었고 성관계 요구를 거절했음에도 피고인이 집요하게 요구하고 ‘관장과 친해지려면 성관계를 해야 한다’는 등 이야기를 들었다”며 “피고인은 성관계 후 ‘여자친구를 만나러 간다’면서 집을 나가버리는 등 피해자를 진심으로 대하지 않았다”고 했다.
 
유도 메달리스트 왕기춘 선수. 연합뉴스

유도 메달리스트 왕기춘 선수. 연합뉴스

재판부는 “피고인은 학생들을 보호해야 할 지위에 있었음에도 성적 학대를 가하는 등 죄질이 나쁘고 비난 가능성이 크며 피해자들에의 성적 가치관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사실이 분명하다”면서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원심의 형량이 가볍다고 항소한 검찰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가한 위력의 정도가 그리 강하지 않고 이 사건으로 인해 대한유도회에서 영구제명돼 지도자의 길을 걷지 못하게 된 점 등을 감안하면 원심의 형이 그리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한유도회는 지난해 5월 12일 왕기춘을 영구제명하고, 중징계인 삭단(단급 삭제) 조처를 내렸다. 왕씨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출신이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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