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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동차 100년, 중국 자동차 10년의 추억

중앙일보 2021.05.13 11:04
100년이다. 포드 자동차가 'T모델' 상용화에 나선 1910년대 이후 미국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주도했고, 기술을 선도했다. 세계 최대 시장을 안방에 둔 덕택이다. 시장이야말로 기술 진보의 최고 동력 아니던가.
 
10년이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자 소비국 자리에 오른 게 2009년이었으니, 대략 10년이 지났다. 중국은 서방 자동차 회사를 국내로 끌어들여 50:50 합작사를 만들거나, 아예 글로벌 브랜드를 몽땅 사들이는 식으로 기술을 빨아들였다.
 
그들은 이제 미국을 상대로 '호기'를 부린다.
 

연료 자동차는 뒤졌지만, 스마트 자동차는 앞설 것이다

과연 그럴까…. 전기가 자동차를 굴리고, AI가 핸들을 돌리는 시대, 지난 10년 중국 자동차 업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필자의 취재 수첩에 기록된 중국 자동차 시장을 추억한다.  
 

WeRide (위라이드, 文遠知行)

상하이에서 IT 관련 미디어를 운영하는 친구 루강(卢刚)이 영상을 보내왔다. "내가 광저우(广州)에서 직접 자율주행차를 타봤어~" 영상 속 그는 중국의 AI 자동차 전문 회사인 文遠知行(WeRide)와 또 다른 회사 'DEEPROUTE AI'의 자율주행차 시스템을 체험하고 있었다.
 
아래를 클릭해 꼭 보시라. 한글로 자막을 만들어 넣었다.
광저우의 일반 도로에서 탔단다. 안전원이 타고 있는 수준의 L4급 자율주행차다. (L4: 정해진 구역 내 자율주행 가능, 운전자 개입 불필요)
 
친구는 “앞으로 알리바바만큼이나 'WeRide' 브랜드를 자주 보게 될 것”이라 했다.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관심 있는 분들은 여기(https://www.서 확인할 수 있다. 유튜브에 이 회사 영상이 있으니 참고하시라. 중국의 AI 주행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Weride 자율주행차 시범 운행 모습.

Weride 자율주행차 시범 운행 모습.

아크폭스 (ARCFOX)

지난달 말 상하이에서 '2021 상하이 모터쇼'가 열렸다. 꼭 가봐야 할 전시회지만 코로나에 막혀 보도로 감을 잡아야 했다. 최고 스타는 ‘아크폭스(ARCFOX)알파S’ 다. 화웨이 기술이 들어간 자율주행 자동차다. 아래 모델이다.
화웨이 자율주행시스템 아크폭스(ARCFOX)

화웨이 자율주행시스템 아크폭스(ARCFOX)

'화웨이 인사이드' 로고가 박힌 화웨이의 첫 자동차.

'화웨이 인사이드' 로고가 박힌 화웨이의 첫 자동차.

화웨이는 앞으로 화웨이 기술이 들어간 자동차에는 'HI(Huawei Inside)'로고를 붙이도록 할 계획이다. 'Intel Inside', 인텔을 벤치마킹했다.
 
화웨이뿐만 아니다. 중국 주요 IT 회사들은 모두 자율주행차에 뛰어들었다. 인공지능에 일찌감치 발을 들여놓은 바이두(百度)를 비롯해 상하이자동차와 함께 스마트카 회사 즈지(智己)를 설립한 알리바바, 드론 제조업체 DJI, 심지어 CCTV 캠 전문 회사 센스타임도 자사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자동차를 내놨다. 샤오미는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하기도 했다.
 
주요 IT업체들이 자동차 시장에 모두 뛰어들어 한 판 레이스를 벌일 판이다.
 

Apollo (아폴로, 阿波罗)

허베이(河北)성 창저우(滄州)시는 중국에서도 '자율주행 자동차 도시'로 유명하다. 지난 4월 22일 이곳에서 재미있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주간이 아닌 야간에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소식이었다. 안전원이 타는 L4급. 시민들은 오후 6~11시 호출을 통해 자율주행차를 이용할 수 있다(신화통신 보도).
바이두 자율주행차 시스템 apollo

바이두 자율주행차 시스템 apollo

주인공은 우리 네이버와 비견되는 중국 포털 바이두. 바이두는 지난 2019년 9월부터 창저우시와 손잡고 이곳에서 자율주행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 기술을 축적하고 있는 바이두의 AI 자동차 시스템이 바로 'Apollo'다.
 
야간 운행은 자율주행 기술이 뛰어넘어야 할 난관 중 하나. 바이두는 지금 그걸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바이두 자율주행차 시스템 apollo

바이두 자율주행차 시스템 apollo

Geely (지리, 吉利)

"중국 지리(吉利)자동차가 메르세데스-벤츠를 먹었다". 필자는 2018년 2월에 나온 이 뉴스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설마~ 사실이었다. 지리는 당시 벤츠의 모기업 다임러 지분 9.69%를 인수했다. 약 10조 원 규모, 현대가 한전 부지를 인수한 가격과 비슷한 액수였다.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지리는 이미 2010년 볼보를 몽땅 인수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중국 자동차메이커들은 지금도 기술을 사기 위해 세계 M&A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볼보 S90

볼보 S90

더 기막힌 사실, 우리나라에서 잘 팔리는 '볼보S' 시리즈 고급 세단은 'Made in China'다. 그래도 인기가 높다. 가격은 합리적인데, 품질은 볼보 브랜드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없기 때문이란다.  

 

BYD (비야디, 比亞迪)

2017년 7월의 일이다. 선전 취재차 BYD를 방문했다. 회사 관계자가 이런 말을 한다.  

선전의 모든 버스는 전기자동차입니다. 100% 그렇습니다.

에이~ 설마…. 그런데 사실이었다. 시내에 나가보니 모든 버스는 BYD 브랜드였고, 전기차였다. 당시 필자가 찍은 사진이다.
BYD 전기 버스

BYD 전기 버스

시작에 불과했다. 지금은 선전 시내를 돌아다니는 택시도 100% 전기차다.  
 
중국 정부는 중앙, 지방 할 것 없이 차세대 자동차 양성을 위해 음으로 양으로 기업을 밀어준다. 테스트 도로가 필요하다면 길을 내어주고, 외국 기업 진입을 막아달라면 벽을 쳐준다. 심지어 들어와 있는 기업도 내쫓는다. 그래서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이 당했다.
 

CATL

2011년 12월 쩡위췬(曾毓群)이라는 사람이 푸젠(福建)성 닝더(宁德)에 배터리 공장을 세웠다. 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 Co., Limited 흔히 줄여 'CATL'이라고 했다. 선전(深圳)에서 핸드폰용 배터리 공장을 경영하던 쩡위췬이 자동차용 배터리에 도전한 것이다.
 
왜? 그냥 아이폰 배터리나 만들지~ 당시 CATL에 주목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꼭 10년이 지난 지금, CATL은 자동차 업계에서 주목하는 최고의 배터리 업체다. 올 1분기 세계 시장 점유율 31.5%를 차지해 1위에 올랐다.
CATL 자동차용 배터리 업계의 세계 최강자

CATL 자동차용 배터리 업계의 세계 최강자

전기차의 생명은 배터리다. 그게 전부다. CATL은 중국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포드 모델 T

충격이었다. 뉴욕발 세계 금융위기로 글로벌 경제가 어수선할 때 이 뉴스가 나왔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 자동차 소비국이 됐다.  
 
어찌 이게 가능해? 사실이었다. 그 이후 줄곧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포드가 '모델T' 자동차를 선보인 이후 100여 년 만에 판도 변화가 생긴 것이다.
포드가 선보인 모델T. ″미국의 자동차 시대를 열다″(put America on wheels)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끈 역사적인 자동차 모델이다.

포드가 선보인 모델T. ″미국의 자동차 시대를 열다″(put America on wheels)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끈 역사적인 자동차 모델이다.

"그래도 기술은 중국이 못 따라와~".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그렇게 위안으로 삼았다.
 
과연 그럴까. 전기가 바퀴를 굴리는 전기자동차, AI가 핸들을 돌리는 자율주행차에서도 그럴까?  
 
글쎄다. 중국은 지금 “노(NO), 우리도 있다”라고 말하고 싶어 한다. 정부가 길을 트고 자동차 기업과 배터리 회사가, 그리고 IT 회사들이 차세대 자동차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의 호기를 무시할 수 없게 됐다. 그들은 세계 최대 시장을 안방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100년 그랬듯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기술 진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언제나 시장이다.  
2021 상하이 국제 모터쇼 폐막식. ⓒ신화통신

2021 상하이 국제 모터쇼 폐막식. ⓒ신화통신

 
차이나랩 한우덕 기자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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