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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송유관 닷새째 스톱, 휘발유 사재기 번지며 7년래 최고가

중앙일보 2021.05.13 00:02 종합 8면 지면보기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주도 샬럿의 코스트코 주유소에 주유하려는 차들이 길게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주도 샬럿의 코스트코 주유소에 주유하려는 차들이 길게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최대 송유관 운영사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의 가동 중단 사태가 닷새째 접어들면서 미국 남동부에서 휘발유 대란 조짐이 일고 있다.
 

해킹 당한 이후 수요 20% 급증
주유소 차량 행렬 “15분새 다 팔려”
운영사 측 “이번주 내 안정화할 것”

지난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버지니아 등 미 남동부 지역 주유소에서는 휘발유 등 연료를 채우기 위한 자동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지난 7일 사이버 공격으로 휘발유 운송 차질을 빚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소비자들이 앞다퉈 ‘기름 사재기’에 나선 것이다. 이날 코스트코, 비제이스 홀세일클럽 등 저렴한 가격으로 휘발유를 파는 대형 할인마트의 주유소에는 차량 30대 이상이 몰려들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랠리-더럼 일대에서 노인 간병 서비스를 하는 로저 호먼은 주유소 네 곳을 돌아다녔지만 모두 허탕을 쳤다. 미리 주유소에 전화를 걸어 휘발유 재고를 확인했는데도 구하지 못했다. 호먼은 “‘서두르라’는 직원의 말에 다급하게 달려왔지만 불과 15분 사이에 모두 팔렸다고 한다”며 “차로 이동해야 하는데 기름이 없어 일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시간 주유소 정보 안내 회사 가스버디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미 전역 휘발유 수요는 일주일 전보다 20% 늘었다. 특히 플로리다·조지아·사우스캐롤라이나·노스캐롤라이나·버지니아 등 남동부 5개 주의 휘발유 수요는 40% 급증했다.  
 
제프 레너드 미 편의점·소매협회(NACS) 부회장은 “소비자들은 언제 어디에서 기름을 구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한번 주유할 때 가득 채우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스·트럭·항공기를 운영하는 장거리 운송업체에도 비상이 걸렸다. 연료 부족을 우려한 일부 항공사는 노선 조정으로 기름 아끼기에 들어갔다. 아메리칸항공은 연료 부족에 대비해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더글러스 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장거리 노선 2개를 조정하기로 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도 테네시주 내슈빌 국제공항으로 긴급 추가 연료를 주문했다.
 
제니퍼 그랜홀름 에너지부 장관은 “코로나19 사태 때 휴지를 사들일 마땅한 이유가 없었듯이 지금도 기름 사재기를 할 이유가 없다”며 기름 구매 행렬에 동참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콜로니얼 파이프라인 측은 이번 주 안으로 대부분의 시스템이 안정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주유소들의 기름 재고는 바닥을 드러냈다. 가스버디에 따르면 11일 기준 조지아주 전체 주유소의 5%인 240여 곳과 버지니아·노스캐롤라이나주 전체 주유소의 약 7.5%에서 기름 재고가 소진됐다.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크게 치솟았다. 미 운전자협회(AAA)에 따르면 11일 미 전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1갤런(3.8L)당 2.99달러(약 3363원)로 2014년 11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국제 원유 선물시장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5~6월 휴가철을 맞아 기름 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WSJ는 “닭고기부터 가전제품까지 이미 모든 소비재 가격이 상승한 상태에서 연료 가격까지 오르면 소비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송유관 가동 중단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단기적이지만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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