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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협력 복원…‘한·일 카운슬러’ 바이든 또 나선다

중앙일보 2021.05.13 00:02 종합 12면 지면보기
한·미·일 협력

한·미·일 협력

“나는 헤어지려는 부부를 다시 붙여놓는 이혼 상담사와 같았다.”
 

미리 보는 한·미 정상회담 핫이슈
5년 전 위안부 합의 막후 지원
“한·일 이혼 막는 상담사 같았다”

바이든, 3국 공조 목적은 중국 견제
한·미·일 정상 협의체 복원 제기할듯
정부 ‘전략적 모호성’ 시험대 올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부통령 시절인 2016년 8월 미 언론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가 부부로 비유한 건 한국과 일본. 미국이 막후에서 2015년 12·28 위안부 합의 타결을 유도해 양국 관계 회복의 단초를 만든 걸 이처럼 표현한 것이다.
 
5년여가 지나 대통령이 된 그는 또한번 이혼 상담사 역할을 맡게 됐다. 코로나19 와중에 바이든 대통령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 지난 4월 취임 후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오는 21일 문재인 대통령을 워싱턴에서 만날 예정이다. 하지만 이혼 상담 ‘시즌 2’는 난이도가 훨씬 높다. 한·일 간 부부 사이는 더 나빠졌고, 여기에 중국이라는 제3자까지 끼어들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미국은 이미 예열 작업을 진행해왔다. 지난달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4월 2일)에 이어 3국 합참의장(4월 29일)이 만났다. 지난 5일엔 3국 외교장관 회의도 열렸다. 모두 3국 간 접촉면을 넓히기 위해 미국이 깔아놓은 판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12일 한·미·일 정보기관장 간 비공개 접촉에 이어 다음 달 4~5일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3국 국방장관도 만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같은 잦은 접촉에도 한·일 관계 개선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3국 협력에도 좀처럼 불이 붙지 않고 있다. 일본 내에선 “문재인 정부에서 한·일 관계 개선은 물 건너갔다”는 얘기까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왜 그럴까.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3각 협력의 주요 목표는 북핵 위협 대응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2014년 3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 없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만나지 않겠다고 버티는 박근혜 대통령을 한·미·일 3국 정상회의에 응하게 한 명분도 북핵 위협이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일본에 전향적인 위안부 합의를 종용했다.
 
이를 계기로 한·일 국장급 협의가 시작됐고, 결국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이어졌다. 당시 한·일 정권이 같은 보수 성향의 정권이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후 2016년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등 고강도 도발을 이어가자 3국은 대북 압박 강화로 똘똘 뭉쳤다.
 
한·미·일 정보기관 수장이 12일 도쿄에서 비공개로 회동했다. 왼쪽부터 박지원 한국 국가정보원장,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국장, 다키자와 히로아키 일본 내각정보관.

한·미·일 정보기관 수장이 12일 도쿄에서 비공개로 회동했다. 왼쪽부터 박지원 한국 국가정보원장,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국장, 다키자와 히로아키 일본 내각정보관.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3국의 대북 접근법에 일정 정도 차이가 있다. 한·일 정권은 진보와 보수 정권으로 다른 데다 내년 대선과 올해 총선을 각각 앞둬 국내정치 변수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바이든 행정부가 추구하는 한·미·일 공조의 잠재적 타깃으로 북한 외에 중국이 부상했는데 미·중 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온 문재인 정부로선 한·미·일 협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동인이 약하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미국의 대중 견제 정책의 한 축은 한·미 및 미·일 동맹을 기반으로 하는 한·미·일 3각 협력이며, 다른 한 축은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라며 “한·미·일 협력에서 북핵 문제의 우선순위는 종래보다 떨어졌고 미국은 대중 정책의 큰 틀 속에서 북한을 다루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이후 한·중 간 갈등 봉합을 위해 중국에 밝힌 이른바 ‘3불(不) 입장’이 족쇄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정부는 당시 ▶사드 추가 배치를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참여하지 않고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 등 세 가지 입장을 공개 표명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그때 이후 중국은 한국 쪽에서 한·미·일 협력 강화 필요성을 언급할 때마다 약속과 다르지 않으냐는 식으로 불만을 드러냈다”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 성한경 서울시립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사드 보복 당시와는 달리 지금의 중국은 미·중 대결 구도 속에서 한국에 일방적인 압박을 가할만한 여력이 없다”며 “한국이 과도하게 중국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21일 바이든 정부 첫 한·미 정상회담은 3국 안보 협력 복원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가에선 구체적으로 미국이 한·미·일 정상회의 등 정상급 협의체 복원 또는 4년째 임시로 운용 중인 사드 기지 정상화 등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요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3국 정상회의는 2017년 9월이 마지막이었다. 당장 다음 달 11일 런던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다.
 
문제는 한국의 어중간한 태도로 3국 간 안보 협력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을 때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쿼드와 한·미·일 협력 등을 통한 대중국 견제에 적극적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한국과 일본이 손을 놓아버린 가운데 일본이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압박의 최전선에 나설 경우 동맹으로서 한국의 역할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바이든 정부 동안 미국이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의 층위를 다르게 설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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