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업자 6년8개월만 최대 증가에도 “고용 회복” 말못한 이유

중앙일보 2021.05.12 13:56
지난달 취업자 수가 65만 명 늘었다. 두 달 연속 일자리가 증가했고 상승폭은 6년8개월 만에 최대다. 겉으로 드러난 수치가 좋아졌을 뿐 낙관은 이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실업난이 심각했던 1년 전과 비교한 수치라서다. 정부가 추가 예산까지 쏟아부으며 집중 공급한 노인 일자리 영향도 컸다.
지난달 14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한 시민이 구인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달 14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한 시민이 구인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21만4000명이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65만2000명 증가했다. 2014년 8월(67만 명)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일자리 증가세는 지난 3월(31만4000명) 이후 2개월째 이어졌다.

코로나 심각했던 1년 전과 비교, 기저효과
노인 단순근로, 일자리 증가 3분의 2 차지
30~40대 한파 여전, 코로나 이전보다 악화

 
실업률도 4%로 1년 전보다 0.2%포인트 떨어졌다. 15~64세 고용률은 66.2%로 1.1%포인트 올랐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국내 생산ㆍ소비 확대, 수출 호조 등 경기 회복과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유지, 또 지난해 4월 고용 충격에 따른 기저효과(비교 대상 수치가 지나치게 낮거나 높아 나타나는 통계 착시) 등이 반영돼 취업자는 2개월 연속 증가하고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는 감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홍남기 “고용 회복 뚜렷”, 통계는 다른 얘기

이날 통계 발표 직후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페이스북에 “수출ㆍ내수 회복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고용 회복 흐름도 더 뚜렷해지는 모습”이라며 “전체 취업자 개선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적었다. 하지만 속사정을 뜯어보면 섣불리 고용 회복을 말할 수 없다. 
취업자증가폭.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취업자증가폭.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일단 기저효과가 컸다. 취업자 수가 65만 명 넘게 늘어나긴 했지만 비교 대상이 된 지난해 4월 감소폭이 47만6000명에 달했다. 정부가 예산을 들여 만든 공공일자리도 큰 몫을 했다. 산업별로 나눠보면 재정 일자리 비중이 큰 보건ㆍ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22만4000명)가 가장 많이 증가했다. 
 
전 산업 가운데 가장 큰 비중(16.1%)을 차지하는 제조업 일자리는 전년 동월 대비 9000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4월 4만4000개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졌는데, 그 충격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 다음으로 고용 비중이 큰(12.3%) 도ㆍ소매업 일자리는 전년 대비 18만2000개 줄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초기 때보다 더한 고용 한파를 겪는 중이다.  
 

60세 이상 단순 노무, 취업자 증가 대부분 차지

연령대별로, 직업별로 보면 온도 차는 더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1년 전과 비교해 46만9000명 급증했다.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20대(13만2000명), 50대(11만3000명)를 뛰어넘었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 증가분 3분의 2가량을 고령층이 담당했다는 의미다. 30대(-9만8000명), 40대(-1만2000명) 일자리가 줄어든 것과는 대조된다. 직업별로는 단순 노무 종사자(47만6000명)가 가장 많이 늘어, 역시 전체 일자리 증가분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가 12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년 4월 고용동향'을 주요 내용으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연합뉴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가 12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년 4월 고용동향'을 주요 내용으로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연합뉴스

산업별ㆍ연령대별ㆍ직업별 통계를 종합하면 정부가 자신한 “고용 회복”의 불편한 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나랏돈으로 월급을 충당하는 노인 단순 일자리가 지난달 고용 회복을 이끌었다. 정작 경제 허리인 30~40대 취업자가 줄고 있는 현실이 이를 말해준다.

 
홍 총리대행은 “30~40대 고용과 관련해서는 절대 인구 감소와 연결하여 볼 필요가 있다”고 페이스북에 설명했다. 하지만 인구 증감 효과를 덜어낸 고용률(인구 대비 취업자 수 비율) 통계는 전혀 다른 얘기를 한다. 지난달 전 연령대 고용률이 올라가긴 했지만 코로나19발(發) 고용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4월과 비교한 수치일 뿐이다.  
 

고령층 뺀 나머지 코로나 이전보다 고용률 악화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수출은 확실히 살아나고 있지만 내수가 문제”라며 “코로나19 위기가 심했던 지난해와 비교해 개선됐다고 (정부는) 얘기하는데 가장 중요한 지표라고 할 수 있는 고용률은 2019년과 비교해 60세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하락했다”고 짚었다. 
코로나 이전 비교 노인고용만 늘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코로나 이전 비교 노인고용만 늘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2년 전인 2019년 4월과 지난달 고용률을 비교하면 60세 이상(41.6→43.3%)만 올랐을 뿐 15~19세(8.1→7.6%), 20대(57.2→56.4%), 30대(75.8→75.1%), 40대(78.2→77.1%), 50대(75.5→75%) 모두 내려갔다. 
 
김 교수는 “고용의 질이 나빠지고 있는 것은 물론 청ㆍ장년층 모두 고용이 악화했다는 점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며 “가장 우려되는 점은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세대처럼 아예 고용 시장 진입을 못하고 장기 실업 상태에 머무는 코로나 세대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