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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수술 3일만에 운전한 50대…딸과 유치원 가던 엄마 참변

중앙일보 2021.05.12 10:27
횡단보도.사진 pixabay

횡단보도.사진 pixabay

인천에서 딸과 함께 유치원에 등원하던 어머니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경찰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등 혐의로 운전자 A씨(54)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12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9시 20분쯤 인천 서구 마전동 삼거리에서 A씨가 몰던 레이 승용차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B씨(33·여)를 치었다. B씨가 차량에 깔리는 사고를 목격한 행인이 119에 신고했다. 
 
소방당국이 출동했을 당시 B씨는 차량 뒤범퍼 쪽에 쓰러져 있었다. B씨는 심폐소생술을 받고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했다. 당시 B씨는 딸(4)과 함께 유치원에 등원하던 중이었다. 엄마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딸은 바닥에 넘어지면서 경상을 입었다. 딸은 치료를 받고 아버지와 함께 귀가했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내리막길을 내려와 신호등이 없는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다가 B씨를 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장소는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200m 거리에 초등학교가 있다. 제한속도가 30㎞다. 내리막길은 어린이 보호구역이 아니었지만, 사고지점부터 어린이 보호구역이 시작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A씨는 지난 8일 왼쪽 눈에 익상편 제거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상태에서 운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익상편은 결막 주름이나 섬유 혈관성 조직이 날개 모양으로 각막을 덮으며 자라나는 눈 질환이다. 사고 당시 A씨의 눈은 빨갛게 충혈된 상태였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운전 중 앞이 흐릿하게 보였다”며 “차량 앞쪽 앞쪽 차대(차체와 지붕을 연결하는 기둥)에 시야가 가려 모녀를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음주운전을 하진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를 추가로 불러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사고 장소 근처 폐쇄회로(CC)TV 영상과 차량 블랙박스 등을 확보해 A씨가 과속했는지, B씨의 딸이 차량에 부딪혀 다친 것인지 등도 살펴볼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가 난 삼거리와 횡단보도에는 모두 신호가 없었다”며 “어린이 보호구역 적용 여부 등을 추가 조사한 뒤 검찰과 협의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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