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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 바꾸자”는 문 대통령···7년전 박근혜가 했던 말

중앙일보 2021.05.12 05:00
2012년 12월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방송 토론을 하기에 앞서 손을 잡고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2012년 12월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방송 토론을 하기에 앞서 손을 잡고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고스톱 칠 줄 아시죠”(한나라당 이성헌 의원)

“칠 줄 압니다”(이한동 국무총리 서리)

 
2000년 6월 27~28일 이틀간 진행된 이한동 국무총리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의 한 장면이다. 헌정 사상 처음 도입된 당시 인사청문회에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다. 그런 까닭에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1998년 일부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도박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른바 ‘고스톱 사건’까지 거론하며 적극적인 공세를 폈다.

 
청문회가 끝난 뒤 반응은 어땠을까. 여야의 입장은 엇갈렸다. 당시 새천년민주당과 공동 여당 역할을 했던 자유민주연합은 “개인에 대한 흠집내기는 시정돼야 할 사항”(이삼선 부대변인)이라고 논평했다. 반면 야당인 한나라당은 “이 총리 서리의 위장전입이나 말바꾸기가 드러났다”(권철현 대변인)고 평가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헌정 사상 첫 인사청문회 출신’이란 타이틀을 얻게 된 이한동 전 총리는 지난 8일 작고했다. 그가 청문회 자리에 선 지 21년이 지났지만 국회의 인사청문회 풍경은 크게 달라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진행된 취임 4주년 특별 회견에서 그런 인사청문회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인사청문회는 능력 부분은 젖혀두고 오로지 흠결만 놓고 따지는 무안 주기식 청문회가 됐다”며 “이런 제도로는 좋은 인재를 발탁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현행 인사청문회 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2017년 7월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국회 인사청문제도의 운영을 둘러싼 쟁점’ 보고서에도 “가족의 사생활 영역에 관한 자료 제출 요구는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수준에서 허용되어야 할 것”이라거나 “사생활을 부당하게 침해할 소지가 큰 경우에는 인사청문회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나와 있다.

 
문제는 이러한 문제점을 알면서도 본인이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는 제도를 개선할 의지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이던 2015년 2월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강도 높은 인사청문회로 국민이 가진 의혹을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이 전 총리의 아들 병역 문제 등과 관련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그런 부분은 우리 당이 제대로 따질 것”이라고도 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잇따른 인사 실패에 대해선 “‘수첩 인사’가 번번히 실패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수첩에 올라 있는 인물마다 도덕성에서 흠 없는 분이 없었다. 이제는 ‘수첩인사’를 버리고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인사를 하기 바란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 공격을 받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어땠을까. 2014년 6월 안대희·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한 뒤 박 전 대통령은 “국회가 현행 인사청문회 제도에 개선할 점이 없는지를 짚어보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했다. “국정 수행 능력이나 종합적인 자질보다는 신상털기식, 여론재판식 여론이 반복된다”는 비판과 함께였다.

 
2005년 4월 8일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조용철 기자

2005년 4월 8일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조용철 기자

 
그런 박 전 대통령도 한나라당 대표 시절에는 달랐다. 그는 2005년 4월 한나라당 대표 시절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그토록 시스템을 강조해 온 이 정부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인사 시스템조차 작동되지 못했다”며 “한나라당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을 전 국무위원과 공정거래위원장 등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도 했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도 그로부터 한 달 전 “국회의 인사청문회 대상을 국무위원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상태였다. 결국 2005년 7월 여야는인사청문 대상을 국무위원까지로 확대하는 내용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인사청문회를 대하는 태도가 자신이 놓인 상태에 따라 바뀌는 건 여야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도전했던 홍영표 의원은 지난해 6월 기존 인사청문회를 ‘윤리’와 ‘역량’을 담당하는 청문회로 나누고, 도덕성을 검증하는 ‘윤리’ 청문회는 비공개로 실시하는 내용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공직 기피 현상이 확산되는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였다. 20대 국회가 끝나가던 지난해 3월에도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이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박근혜 정부 시기는 어땠을까. 그때는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에서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는 내용의 법안이 제출됐다. 2013년 8월 권성동 의원, 2014년 5월 윤명희 의원, 2014년 8월 김영우 의원 등이 각각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역시 19대 국회 임기만료로 법안은 폐기됐다.

 

여야, 각자 여당 때 청문회법 개정안 냈지만 논의 無

 
이들 법안은 소관 상임위인 국회 운영위원회에서조차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수명을 다했다. 문재인 정부든 박근혜 정부든 야당이 개정 의지를 밝혔다면 여야 합의 처리가 충분히 가능한 법안이었다. 하지만 국회에선 야당일 때는 인사청문회를 적극 활용하다가 여당이 되자 인사청문회에 문제가 많다며 개정하자고 나서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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