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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감사원 '서울시, 박원순 성추행 은폐 의혹' 감사 안한다

중앙일보 2021.05.12 05:00
박원순 전 서울시장. 전민규 기자

박원순 전 서울시장. 전민규 기자

감사원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증거를 인멸한 의혹 등을 받는 서울시를 감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감사원 관계자가 11일 밝혔다. 감사원은 이미 수사·조사한 사안이라는 점 등을 그 이유로 들었는데, 여성단체는 “잘못된 판단”이라며 반발해 파장이 예상된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감사원은 지난달 29일 박 전 시장 관련 공익감사청구 검토 결과를 감사청구인인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에게 우편으로 보냈다. 감사원은 모든 감사청구 항목을 “종결 처리했다”며 청구 기각 결과를 전달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등 여성단체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를 감사해달라고 지난해 8월 감사원에 청구했다. 박 전 시장 성추행 당시 비서실 등 서울시 직원들이 성희롱예방지침 등에 따라 적법한 대응을 했는지가 청구 사항이었다. 또 지난 1월엔 "서울시가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명의 변경을 통해 성추행 증거 인멸 시도를 한 부분에 대해서도 감사해달라"고 추가로 감사원에 요구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 1월 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인권위는 전 서울시장 성희롱 등 직권조사 결과보고를 의결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했다. 뉴스1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 1월 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인권위는 전 서울시장 성희롱 등 직권조사 결과보고를 의결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했다. 뉴스1

감사원은 감사청구된 6개 항목 중 서울시 직원의 적법 대응 여부 등은 감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경찰과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미 수사·조사했다는 이유다. 공익감사청구 처리규정에 따르면 수사 중이거나 재판, 행정심판 등이 진행 중인 사안은 감사 대상에서 제외한다.  
 
앞서 경찰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묵인·방조했다는 혐의를 받는 서울시 직원들을 수사한 뒤 지난해 12월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직권조사를 통해 지난 1월 “박 전 시장과 피해자의 관계를 친밀한 관계라고만 바라본 (비서실 직원들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은 문제”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측은 일부 항목에 대해서는 감사원의 종결 처리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휴대전화 명의 변경을 통한 성추행 증거 인멸 시도에 대한 감사청구가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사망 경위 등에 대한 경찰 조사가 끝난 뒤 박 전 시장의 업무용 휴대전화를 넘겨 받아 서울시 명의를 박 전 시장 가족 명의로 변경한 뒤 유가족에게 건네줬다. 그 휴대전화에는 성추행 기록이 담겨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당시 여성단체는 “서울시가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혜진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 변호인이 지난 3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혜진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 변호인이 지난 3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에 따르면, 감사원은 퇴직하거나 전출한 공무원의 업무용 휴대전화를 본인에게 인계하는 것은 그동안의 관행이어서 서울시의 행위가 이례적이지 않다고 감사청구 검토 답변서에서 설명했다고 한다.
 
신지예 대표는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는 성추행 의혹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증거자료였는데, 이를 일반적인 공무원 퇴직 사례 등과 비교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는 이미 경찰이 포렌식을 해 증거 인멸이 아니며, 검찰 지휘 하에 서울시가 유족에게 돌려준 것이라고 밝혔다.

 
신 대표는 또 박 전 시장의 개인 식자재 구입을 위한 법인카드 사용 의혹에 대해서도 “서울시청 구내 매점에서 구매한 것이라 확인이 어렵지 않은데도 감사원이 허술하게 종결처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영수증과 지출증빙서를 모두 확인한 결과 개인 식자재 구입 내역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구성원들이 지난 1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서울시의 박원순 전 서울시장 업무용 핸드폰 명의변경·공금유용 실태 감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구성원들이 지난 1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서울시의 박원순 전 서울시장 업무용 핸드폰 명의변경·공금유용 실태 감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등 여성단체는 오는 13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의 결정을 비판하고, 서울시에 내부 감사를 촉구할 계획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관계자는 “서정협 서울시장 직무대행 체제에서는 서울시 감사를 신뢰할 수 없어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한 측면이 있다. 오세훈 시장으로 바뀌었으니 서울시에 내부 감사를 촉구하겠다”고 설명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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