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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저임금 협상에 등장한 낯 뜨거운 민주노총 문자폭탄

중앙일보 2021.05.12 00:10 종합 30면 지면보기
민주노총이 개설한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에게 항의 메시지 보내기 운동. [사진 모바일 화면 캡처]

민주노총이 개설한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에게 항의 메시지 보내기 운동. [사진 모바일 화면 캡처]

민주노총이 내년 적용될 최저임금 심의를 앞두고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에게 조직적으로 협박성 ‘e메일 폭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지난 2년간 가장 낮은 인상률로 최저임금이 결정돼 나와 내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공익위원의 사퇴를 촉구한다’와 같은 내용이다. 공익위원들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항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전용 모바일 앱까지 만들어 노조원들의 문자폭탄 작전을 독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익위원들은 “하루에 수천 건씩의 문자폭탄이 쏟아져 일하기 힘들 정도”라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공익위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학교까지 찾아가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한다.
 

전용 모바일 앱 만들어 공익위원들 협박
폭력 아닌 합리적 논리로 의사 표현해야

공익위원은 최저임금위에서 노사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캐스팅보트를 쥐고 결정에 참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최저임금의 이해당사자로서 공익위원들에게 의견을 개진할 수는 있다. 하지만 마음에 안 드는 결정을 한다고 생각하는 공익위원들에게 사퇴를 촉구하는 협박 글을 단체로 보내는 것은 일종의 겁박이며 압력이다. 공익위원들은 상당한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다.
 
민주노총의 폭력적인 의사 표현과 행동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년 전 김명환 전 노조위원장 구속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면서 “문재인 정권을 끌어내리겠다. 민주노총을 건드리면 큰일 나게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노총은 촛불집회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의 1등 공신을 자처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들은 협박성 문자폭탄과 같은 폭력적 방법으론 주장을 관철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민주노총의 이런 행태엔 현 정부의 책임이 크다. 민주노총이 경찰을 두들겨 패고, 회사에서 행패를 부려도 지켜볼 뿐 정당한 법 집행을 하지 않았다. 정부가 민주노총의 모럴 해저드를 조장한 셈이다. 자유도, 권위도, 법도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마침 민주노총이 문자폭탄을 보내기 시작한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취임 4주년 특별연설 후 기자회견에서 강성 지지자들의 문자폭탄에 대해 “당내의 열띤 토론이라 해도 그 토론들이 서로 품격있게 이뤄질 때 외부의 중도파나 무당층들도 그 논쟁에 관심을 가지고 이렇게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라며 “만약 서로의 토론이 정이 떨어질 정도로 험한 방법으로 이뤄진다면 그런 사람들을 오히려 등을 돌리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전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만큼 공익위원들은 문자폭탄에 흔들리지 말기 바란다. 정부는 민주노총의 문자폭탄에 불법성이 있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며, 민주노총은 이제라도 협박과 폭력이 아닌 합리적 논리와 설득으로 의사를 표현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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