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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2034년 대만 해전

중앙일보 2021.05.11 00:22 종합 28면 지면보기
김필규 워싱턴 특파원

김필규 워싱턴 특파원

‘중국 인민해방군이 결국 남중국해에서 미국 군함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 미 해군은 이곳에서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에 맞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 중이었다. 명나라 때 대원정을 이끈 환관의 이름을 따 만든 항공모함 ‘정허(鄭和)’에서 출격한 전투기들은 미 함대를 무차별로 폭격했다. 인민해방군이 비밀리에 개발한 사이버 무기로 통신을 차단한 탓에, 추가로 투입된 미 군함까지 속수무책 당했다. 2척의 구축함을 포함, 37척이 파괴되고 수천 명의 미 해군이 수장됐다. 같은 시기, 중국과 암묵적인 동맹을 맺은 이란 역시 같은 기술로 미군의 F-35 스텔스 전투기를 사로잡는다. 러시아는 미국으로 이어지는 인터넷망을 끊어 이들을 측면 지원했고, 급기야 폴란드를 침공한다.’  
 
물론 현실 세계의 일이 아니다. 지난 3월 미국에 출판된 소설 『2034』의 내용이다. 나토(NATO) 사령관을 지낸 4성 해군 제독 예비역과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복무했던 해병대 출신 소설가가 자신들의 복무 경험을 바탕으로 상상한 2034년 가상의 3차 세계대전이다. 결국 미·중은 전술핵을 동원해 서로의 주요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중립을 지키던 인도가 새로운 패권국으로 떠오르면서 소설은 끝이 난다.  
 
글로벌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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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인도를 보면 과연 그렇게 될까 싶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당장 오늘 신문만 펼쳐봐도 『2034』에서 예견한 전조들이 보인다고 이야기한다.
 
지금 대만 앞바다에는 미·중 함대가 대치하고 있다. 중국은 양안 문제를 비판하는 주요 7개국을 향해 “모든 서방국가에 악몽이 시작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정적인 나발니를 지지하는 서방 세계를 향해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며 경고한다.  
 
소설은 어디까지나 소설이지만, 분명한 건 전쟁 극의 주 무대가 될 정도로 대만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 됐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 미국의 관심은 온통 중국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실제 중국이 사이버 무기를 만들려면 첨단 반도체가 필요하고 그 반도체는 바다 건너 대만에 있다는 사실이 소설을 더 그럴싸하게 만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2034』에서 한국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닥쳤을 때 한반도가 무풍지대일 리 없다. 역사상 가장 어려운 선택지에 직면할지 모른다. NYT 칼럼니스트가 이번 여름휴가 때 가져갈 만하다고 추천한 소설을 편하게 읽을 수만은 없었던 이유다.
 
김필규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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