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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1년 남은 문 대통령 마이웨이

중앙일보 2021.05.11 00:02 종합 1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최대 현안인 인사청문회와 ‘인사 참사’ 논란에 대해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진행된 취임 4주년 특별연설과 회견에서 “청와대의 검증이 완전할 수는 없고 그럴 만한 기능과 인력을 청와대가 갖고 있지 못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히려 “우리 인사청문회는 능력 부분은 젖혀두고 오로지 흠결만 놓고 따지는 무안 주기식 청문회가 됐다”며 “이런 제도로는 좋은 인재를 발탁할 수 없다”고 현행 제도에 책임을 돌렸다.
 

취임 4주년 연설·회견서 성과 강조
“인사 검증 실패 아니다” “경제 회복”
부동산만 “죽비 맞고 정신 번쩍” 자성
전문가 “국정기조 변화 없다는 뜻”

임혜숙·박준영 의혹은 해명 없이
“청와대 인력으론 완벽 검증 어려워”
9300자 연설문 대부분이 자화자찬

문 대통령은 이날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양수산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이유는 설명하면서도 해외출장에 가족 동반, 외교관 이삿짐을 통해 반입한 도자기의 판매, 관사 재테크 등 후보자의 흠결에 대한 유감 표명이나 해명은 없었다.
 
71분 동안 진행된 연설과 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몸을 낮추거나 ‘성찰’의 태도를 나타낸 건 부동산 정책 관련 대목이 유일했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가장 아쉬웠던 점은 역시 부동산 문제”라며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고, 지난 재·보선에서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고 했다.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을 받았다”는 표현도 썼다.
 
부동산 문제 외에 9300여 자 분량의 연설문 대부분은 현 정부 정책의 성과를 홍보하는 자화자찬으로 채워졌다. “OECD 국가 가운데 코로나 이전 수준 경제를 가장 빠르게 회복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린 보란 듯 해냈다”는 식이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은 자주 등장했다. 코로나 백신 접종과 관련해선 “좀 더 접종이 빨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백신 개발국도 아니고, 대규모 선투자를 할 수도 없었던 우리 형편에 백신 도입과 접종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고 계획대로 차질 없이 접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신 수급 상황이나 접종 속도와 관련된 현장의 불만과는 거리가 있는 발언이었다. 
 
야당·언론 겨냥 “불안 증폭시켜” … 국민의힘 “완전히 옹고집”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모든 평가는 국민과 역사에 맡기고, 마지막까지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고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모든 평가는 국민과 역사에 맡기고, 마지막까지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고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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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과 관련해서도 문 대통령은 “법무부 차관을 했다는 이유로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한다는 것은 잘 납득이 안 간다”고 했다. 김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하는 쪽은 단순히 그가 차관을 맡아서가 아니라 조국 전 법무장관 관련 수사 당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배제한 수사팀을 꾸릴 것을 제안하는 등 친정부적 행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경제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태도로만 일관했다. 한국판 뉴딜에 대해 “재정투입을 본격화하며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우리만의 길이 아니라 세계 보편의 길이 됐다”고 했고, “제2 벤처 붐은 경제의 역동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말도 했다. “특정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다는 이유만 가지고 정부가 바뀌었을 때 정치적 성향을 의심하는 건 우리의 인재를 크게 낭비하는 것”이란 문 대통령의 발언도, 보수 정권 청와대에서 일했다는 이유 때문에 ‘적폐 공무원’으로 배척당하는 현장의 현실과는 너무 달랐다.
 
문 대통령은 대북 정책과 관련, “미국의 대북 정책 전모가 다 밝혀지지 않았다”면서도 “어쨌든 정부가 바라는 방향과 거의 부합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북한에 대해선 “북한의 반응은 대화를 거부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남북 합의와 현행법을 위반하면서 남북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엄정한 법 집행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고 했다. 대북전단금지법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북한 대신 오히려 국민을 압박하는 뉘앙스였다.
 
문 대통령은 야당과 언론의 비판을 의식한 듯 “위기 때마다 위기와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갈등이나 분열을 조장하는 행태들은 늘 있어 왔고, 지금도 마찬가지” “국민들이 이뤄낸 이 위대한 성취를 부정한다거나 과소평가하는 일, 그런 일은 절대로 안 될 일”이라고도 했다.
 
또 연설 말미엔 “위대한 국민들과 함께 남은 1년을 당당하게 나아가겠다. 모든 평가는 국민과 역사에 맡기고 마지막까지 헌신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두고는 ‘야당과 언론이 뭐라고 주장하든 국정 기조의 변화 없이 자신의 길을 그대로 가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안병진 경희대 문명대학원 교수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리한 지표를 제시하면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가 실패했는데, 실패를 바로 옆에서 지켜봤던 문 대통령이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은 그나마 2030 계획 등 큰 미래의 화두라도 제시했지만 문 대통령의 연설엔 미래에 대한 깊은 고민도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물론 정의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완전히 마이웨이 옹고집”이라며 “국민이 뭐라 하든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배준영 대변인도 “국민과 같은 하늘 아래 산다는 것이 의심스러울 정도의 인식 차이”라며 “성찰은 어디에도 없었다”고 했다. 정의당 여영국 대표는 “조금만 더 견뎌달라는 말이 아니라 코로나 손실보상법 제정을 약속했어야 하고, 집단면역 달성 목표를 앞당기겠다고 할 때는 백신 수급 시간표를 제시했어야 했다”며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에 빛 좋은 개살구”라고 말했다.
 
강태화·성지원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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