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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실패 아니다""北 대화거부 아니다""해냈다" 文 자화자찬

중앙일보 2021.05.10 19:24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정치권 최대 현안인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인사 참사'논란에 대해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진행된 취임 4주년 특별연설과 회견에서 "청와대의 검증이 완전할 수는 없고, 그럴만한 기능과 인력을 청와대가 갖고 있지 못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오히려 "우리 인사청문회는 능력 부분은 제쳐두고 오로지 흠결만 놓고 따지는 무안주기식 청문회가 됐다"며 현행 인사청문 제도에 책임을 돌렸다. 이어 "이런 청문회 제도로는 좋은 인재를 발탁할 수 없다"며 "저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이대로 해도 괜찮은데, 다음 정부는 누가 정권을 맡든 더 유능한 사람들을 발탁할 수 있는 청문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따로 하자는 주장도 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ㆍ박준영 해양수산부ㆍ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이유는 설명하면서도 해외출장에의 가족 동반과 세금 체납, 외교관 이삿짐을 통해 반입한 도자기의 판매, 관사 재테크 등 후보자의 흠결에 대한 유감표명이나 해명은 없었다. 
 
71분 동안 진행된 특별연설과 회견에서 유일하게 문 대통령이 몸을 낮추거나 '성찰'의 태도를 나타낸 건 부동산 정책 관련 대목이 유일했다.   
 
그는 "지난 4년동안 가장 아쉬었던 점은 역시 부동산 문제"라며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고, 지난 재ㆍ보선에서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고 했다.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을 받았다"는 표현도 썼다. 그는 “엄중한 심판이 있었기 때문에 기존의 부동산 청책을 재검토하고 보완하는 노력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투기 금지와 실수요자 보호,주택 공급 확대를 통한 시장 안정이란 부동산 정책의 기조는 달라질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10일 오전 광주 북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설치된 TV에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이 방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전 광주 북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설치된 TV에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이 방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문제 외에 9300여자 분량의 연설문 대부분은 현 정부 정책의 성과를 홍보하는 자화자찬의 내용으로 채워졌다. "OECD국가 가운데 코로나 이전 수준 경제를 가장 빠르게 회복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린 보란 듯 해냈다","어느 선진국 보다 방역 모범국가가 될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는 해냈다"는 식이었다. 
 
문 대통령의 발언엔 현실과는 동떨어진 인식이 자주 등장했다. 야당에서 "국민들과 같은 하늘 아래 사는 게 맞느냐"란 비판이 나온 이유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백신 접종과 관련해선 "좀 더 접종이 빨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백신 개발국도 아니고, 대규모 선 투자를 할 수도 없었던 우리 형편에 "백신도입과 접종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고 계획대로 차질없이 접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신 수급 상황이나 접종 속도와 관련된 현장의 불만과는 거리가 있는 발언이었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과 관련해서도 문 대통령은 “법무부 차관을 했다는 이유로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한다는 것은 잘 납득이 안간다”고 했다. 김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하는 쪽은 단순히 그가 차관을 맡아서가 아니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 당시 윤 전 총장을 배제한 수사팀을 꾸릴 것을 검찰 측에 제안하는 등 친정부적 행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법무부 차관으로 적합하다고 해서 임명되었을 뿐인데, 그렇다는 이유로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을 것이다라는 것은 과도한 생각이라 생각”이라는 주장만 폈다. 
 
경제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태도로만 일관했다. 한국판 뉴딜에 대해서도 "재정투입을 본격화하며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우리만의 길이 아니라 세계 보편의 길이 됐다"고 했고, "제2벤처붐은 경제의 역동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말도 했다. 
 
"특정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다는 이유만 가지고 정부가 바뀌었을 때 정치적 성향을 의심하는 건 우리의 인재를 크게 낭비하는 것"이란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도, 보수 정권 청와대에서 일했다는 이유 때문에 '적폐 공무원'으로 배척 당하는 현장의 현실과는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형욱 국토부, 박준영 해수부, 임혜숙 과기부 장관 후보자(왼쪽 사진부터)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노형욱 국토부, 박준영 해수부, 임혜숙 과기부 장관 후보자(왼쪽 사진부터)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도 문 대통령은 “미국의 대북 정책 전모가 다 밝혀지지 않았다”면서도 “어쨌든 정부가 바라는 방향과 거의 부합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북한에 대해선 “북한의 반응은 대화를 거부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남북 합의와 현행법을 위반하면서 남북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엄정한 법 집행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고 했다. 북한 대신 오히려 한국 국민들을 압박하는 뉘앙스였다.  
 
문 대통령은 야당과 언론의 비판을 의식한 듯 "위기때마다 위기와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갈등이나 분열을 조장하는 행태들은 늘 있어왔고, 지금도 마찬가지","국민들이 이뤄낸 이 위대한 성취를 부정한다거나 과소 평가하는 일, 그런일은 절대로 안될 일"이라고도 했다.
  
또 연설 말미엔 "위대한 국민들과 함께 남은 1년을 당당하게 나아가겠다. 모든 평가는 국민과 역사에 맡기고 마지막까지 헌신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두고는 '야당과 언론이 뭐라고 주장하든 국정 기조의 변화 없이 자신의 길을 그대로 가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날 연설에 대한 학계의 평가도 당연히 냉랭했다. 장승진 국민대 교수는 특히 장관 후보자 관련 발언에 대해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 청문회로 하자는 주장은 정치학자들도 해왔던 얘기”라면서도 “다만 아무리 맞는 얘기를 하더라도 반성을 기대하는 국민정서에 반해 문 대통령이 끝까지 원칙론만 밀고나가는 자세에 대해 공감을 얻어낼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안병진 경희대 교수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리한 지표를 제시하면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가 실패했는데, 실패를 바로 옆에서 지켜봤던 문 대통령이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안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은 그나마 2030 계획 등 큰 미래의 화두라도 제시했지만 문 대통령의 연설엔 미래에 대한 깊은 고민도 보이지 않는다”며 “문 대통령이 이제와서 계속 뭔가를 하겠다는 약속을 나열했는데, 이는 이미 5년차 대통령이 아닌 차기 후보들의 몫이 됐다는 사실을 인지할 때가 됐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치고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마치고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직 대통령·이재용 사면 "국민 의견 충분히 듣겠다"=문 대통령은 이날 두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에 대해 “국민 통합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하고 사법의 정의, 형평성, 국민들의 공감대 등을 생각하며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요구에 대해서도 "반도체 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 더 높여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며 "형평성과 과거 선례,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하지만 결코 마음대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충분히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 판단하겠다"고 했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때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해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밝혔던 것 보다 좀 더 여지를 둔 발언이란 해석도 나왔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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