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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모 학대 더 많은데…" 제2의 정인이에 멍드는 입양가정

중앙일보 2021.05.10 17:44
4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서 한 시민이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 양을 추모하며 해바라기를 놓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서 한 시민이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 양을 추모하며 해바라기를 놓고 있다. 연합뉴스

“주변에서 ‘괜찮냐’고 물을 때마다 속상합니다.”
 
경기도에서 입양 아동을 수년째 키워온 30대 A씨는 10일 한숨을 내쉬었다. “안 그래도 심한 입양가정에 대한 편견이 더 심해질 것 같다”면서다. 지난 8일 경기도 화성시에서 두 살짜리 입양 아동을 학대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트린 양부 사건을 접한 뒤였다. 지난해 10월 서울 양천구에서 양부모 학대로 16개월 정인양이 숨진 지 약 7개월 만에 발생한 사건은 ‘제2의 정인이 사건’으로 불리기도 했다.  
 

“입양 가정 편견 걱정돼”

2019년 6월 부산도시철도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에 설치된 아동학대 관련 홍보물 자료사진. 송봉근 기자

2019년 6월 부산도시철도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에 설치된 아동학대 관련 홍보물 자료사진. 송봉근 기자

A씨는 “‘정인이 사건’에 이어 또 입양아 학대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니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아이를 위해 부모 교육도 받는 등 노력하는 가정도 많은데 입양 가정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굳어질 것 같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입양 가족도 “친부모 학대가 수백 배 더 많이 벌어지고 있는데 어쩌다 입양가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왜 입양가정을 앞세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체 아동학대 사건 가해자 가운데 다수는 친부모가 차지한다. 아동권리보장원의 ‘2019년 아동학대 사례로 판단된 피해 아동의 가족 유형’에 따르면 친부모 가족이 57.7%(1만7324건)에 이른다. 입양 가정은 0.3%(84건)에 불과했다. 
 
강현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 등이 2018년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분석한 결과(‘아동학대 사망사건의 유형 및 특성’)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왔다. 사망 아동 28명 가운데 25건이 친부모 때문에 숨졌다. 나머지 3건은 아이돌보미·보육교사 등이 가해자였다. 입양 가정 내 사망자는 없었다는 뜻이다. 강 교수는 “몇 년 전 분석이기도 하고, 아동학대 사망사건은 모집단 자체가 적어 범주화하기 힘들다는 특성이 있다”면서도 “아동학대는 친부모·양부모·계부모 등을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아동학대 관련 언론 보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쓴 김여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친부모든 양부모든 일반 가정인데, 입양 가정을 강조한다면 그에 대한 차별적인 편견과 부정적인 시각이 강화돼 의도치 않게 2,3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입양 전 과정 점검해야” 

중앙포토

중앙포토

다만 전문가들은 입양 과정 전반을 점검하고 따져보는 것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입양 과정에서 예비 양부모를 교육하는 시간을 더 늘려야 한다”며 “‘부모 됨’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입양 가정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본인이 입양과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하는 등 예비부모교육의 시간이 성찰의 시간이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장화정 아동권리보장원 아동보호본부장은 “입양 결연 단계부터 사후 서비스까지 전 과정에서 아이와 부모의 애착 관계 형성 등을 점검할 수 있는 방문 방법 등이 필요하다”라며 “입양 절차에 국가 개입의 필요성에 공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뇌출혈 입양아 양부 “이달만 세 차례 폭행”

경기남부경찰청 전경.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경기남부경찰청 전경.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한편 경기남부경찰청 아동학대 특별수사팀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중상해 혐의로 30대 남성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0일 밝혔다. B씨는 지난 8일 오전 화성시 자택에서 입양한 C양(2)을 때려 의식을 잃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날 오후 6시쯤 병원에 실려 온 C양은 뇌출혈 증상과 함께 얼굴 등 신체 곳곳에서 멍이 보였다고 한다. 뇌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C양은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의료진 신고로 경찰에 긴급체포된 B씨는 “지난 4~8일 동안 세 차례에 걸쳐 C양이 말을 듣지 않고 운다는 이유로 손과 주먹, 나무로 된 구둣주걱 등으로 C양의 얼굴·머리 등 신체를 수차례 폭행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입양 경위에 대해선 “2019년 보육기관 봉사활동 과정에서 입양을 결심하고 입양기관을 통해 C양을 입양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경찰은 B씨 부부가 지난해 8월 입양한 C양을 이전에도 학대했을 개연성 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양부의 추가 학대 혐의와 양모의 학대 가담 여부 등에 대해 계속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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