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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남자가 화장 시작했다"…3조원대 男화장품 시장 공략법은

중앙일보 2021.05.10 16:54
우상연습생 최종편 도입 장면. 사진 아이치이 캡처

우상연습생 최종편 도입 장면. 사진 아이치이 캡처

 
# 2018년 4월. 중국에서는 100여명이 약 석달 동안 경합을 펼친끝에 최종 선발된 9명의 연습생이 ‘나인퍼센트(9%)’라는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했다.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를 통해 방송된 오디션 프로그램 ‘우상연습생’의 최종 합격자들이다. 이른바 ‘중국판 프로듀스101’로 불린 이 방송은 회당 평균 2억3000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방송 기간 지하철ㆍ버스정류장ㆍ공항의 광고판이 팬들의 응원 메시지로 뒤덮이기도 했다. 오디션 투표권을 사은품으로 내건 한 비타민음료 매출은 이전보다 500배 올랐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이 방송을 계기로 남성용 화장품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방송이 끝난 다음 해인 2019년 3927개의 남성 화장품 회사가 신규로 등록했다. 한해 전인 2018년(1209개)보다 3배 이상 많았다. 2020년에도 3141개의 남성 화장품 기업이 새로 등록했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 중국 전체에서 매우 큰 인기를 끌면서 남성의 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10일 한국무역협회는 ‘중국 남성 화장품 시장 현황 및 시사점’을 발표했다. 중국의 지난해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는 167억2000만 위안(2조9000억원)으로 추정된다. 2016년부터 추이를 봤을 때 해마다 성장률이 연평균 7.65%에 이른다는 데 무역협회는 주목했다. 특히 중국 동영상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틱톡 검색량 분석 결과, 컨실러(색조화장)와 클렌징 폼(비누 대용)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다. 
 

로레알·니베아가 1·2등 

중국에서 남성 화장품의 주 소비 연령대는 18~25세(59.4%)인 것으로 조사됐다. 26~30세 소비층도 21.3%를 차지했다. 우상연습생의 주 시청층과 겹친다는 게 무역협회의 판단이다. 특히 18~25세 남성은 립밤(23%)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았고, 26~30세 남성은 선크림(34%)을 주로 찾는 것으로 집계됐다.
 
로레알의 남성 화장품 중국 광고. 사진 크리스 우 팬페이지 페이스북

로레알의 남성 화장품 중국 광고. 사진 크리스 우 팬페이지 페이스북

 
그렇다면 중국 남성 화장품 시장에선 누가 돈을 벌고 있을까. 무역협회에 따르면 이 시장 점유율 1위는 프랑스 회사 로레알(30%)이다. 2004년 중국 남성 화장품 시장에 진출한 로레알은 50~200위안(8700~3만4000원)대 제품을 주로 공략하고 있다. 서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국계 연예인들을 모델로 내세우는 전략도 쓰고 있다.
 
2위는 독일의 니베아(17%)다. 립밤과 클렌징폼 등이 주력 제품인데,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 학생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니베아 립밤은 19.9위안(3400원) 정도다. 미국 브랜드 맨소래담(9.4%, 4위)은 1991년부터 이 시장을 공략해왔는데, 클렌징폼과 선크림이 대표 상품으로 꼽힌다. 이밖에 중국 브랜드 까오푸(11.3%)와 제웨이얼(8.8%)이 각각 3위와 5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위 안에 이름을 올린 한국 회사는 없다.
 

“칙칙한 피부 고민 노려야”

한국 기업이 30년 전부터 중국 시장을 공략해온 글로벌 회사들과 경쟁하기 위해선 신규 수요 발굴이 핵심 전략으로 꼽힌다. 이에 무역협회는 “중국 내 5대 브랜드의 주력 제품이 클렌징과 수분 공급 기능에 집중돼 있다”며 “피부색 고민을 하는 남성을 위한 미백 제품이 아직 많지 않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최근 공개된 ‘중국 남성이 느끼는 피부 문제’ 설문에서 “피부색이 칙칙하다”고 답한 비율이 36%였는데, 이를 해결하는 데 도움 되는 제품이 아직 부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희영 무역협회 부장은 “한국 화장품에 대한 높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중국 남성들이 고민하는 피부 유분, 넓은 모공, 칙칙한 피부톤, 여드름 등 다양한 기능성 제품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무역협회는 또 경제성장률이 39%에 이르는 지방도시 수요 공략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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